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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유아 영어교육 열풍] 영어로 웃고 떠드는 '선택 받은 아이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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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이맘 등록일 2001-01-21 12:02 조회수 1,5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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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s it?”
“It’s a planet.”
“Oh,bathroom please.”
여섯살 된 아이들의 입에서는 유창한 영어가 마구 흘러 나왔다.한 아이가
우리말로 옆에 앉아 있는 친구에게 말을 걸자 곧바로 외국인 강사가 주의를
준다.강사가 망가진 색연필을 들고 “Who broke it?”하고 물으니 아이들은
천연덕스러운 표정으로 “I don’t know.”를 연발한다.
시사영어사가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서 직영하는 유아 영어 전문학원 PSA의
6세 어린이 교실에서 벌어지는 풍경이다.월 50만∼100만원을 웃도는 고액의
학원비 논쟁을 의식한 탓인지 대부분의 고급 유아 영어학원은 노출을 꺼린
다.몇번의 거절과 설득 끝에 어렵사리 PSA를 찾았다.
PSA 원장 조은숙씨(45)는 “우리의 환경과 교육 내용에 자신이 있기 때문
에 취재에 응한다”고 설명했다.학원비가 월 73만원이라고 소개한 조 원장은
“제발 학원비 하나만 가지고 문제 삼지 말아 달라”고 신신당부했다.
10개 반을 운영하는 이 학원에서는 한 반에 20명의 어린이가 외국인 강사
1명과 한국인 강사 2명으로부터 하루에 5시간씩 영어 수업을 받는다.물론 모
두 영어에 능통한 강사들이다.체육실,과학실,컴퓨터실,미술실,식당….웬만한
초등학교의 시설은 모두 갖추었다.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습학원과 유
치원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것들이다.조 원장은 “영어만을 학습시키는
것이 아니라 일반 유치원에서 배우는 모든 것을 영어를 통해 습득하는 것”
이라고 설명했다.
7살된 한 아이에게 영어를 배우는 게 지겹지 않느냐고 슬쩍 물으니 “너무
재미있어요.집에 있으면 자꾸 유치원에 오고 싶어요.친구들도 많아요.”라
고 답했다.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영어로 웃고 떠드는 이들의 모습을 보며 ‘
선택 받은 아이들’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 학원이 오는 3월 새롭게 모집할 원생 80명은 이미 지난해에 모두 결정
됐다.학부모들로부터 학원비가 너무 비싸다는 원성을 듣지 않느냐는 질문에
원장은 “5살 때 들어온 아이들 대부분이 7살까지 우리 학원에서 교육을 받
는다”면서 “학원비가 문제가 아니라 교육의 내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40개월 이상된 유아만 입학이 가능하지만 두 돌이 갓 지난 아이를 둔 부모
들에게서도 문의 전화가 쇄도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비단 이 학원뿐만 아니라 취학전 어린이를 겨냥한 영어 전문학원은 모두
성황이다.현재 간판을 내걸고 수십개의 지점까지 운영 중인 어린이 영어학원
프랜차이즈는 무려 30개가 넘는다.서울의 경우는 대부분 부촌인 강남지역에
몰려 있고 분당,일산 등 신도시에도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학원비가 비싸고 시설이 좋을수록 학부모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는다.소문
난 유명학원에는 이미 2천∼3천명의 입학 대기생들이 줄을 서고 있는 실정이
다.영유아 영어교육을 위한 학습지도 30여 종이나 나왔으며 한 육아 전문지
가 학부모 2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9%가 “만 5
세 이전에 조기 영어 교육을 목적으로 무언가를 시도하고 있다”고 답했다.
지난 97년 초등학교 영어교육이 실시된 이후 서서히 불어닥친 조기 영어교
육 열풍은 이미 걷잡을 수 없는 단계에 도달했다.초등학생들이 방학 때 영어
권 나라로 몇백만원이 드는 어학연수를 떠나거나 처자식을 외국에 보내고 ‘
홀아비’로 지내는 아빠들의 모습도 이미 오래된 풍경이다.
영어 교육을 시작하는 연령도 점점 낮아지는 추세다.대부분의 유치원에서
는 편법으로 외국인 강사를 고용해 영어 수업을 실시하고 있으며 영어를 제
법 구사하는 부모들은 아이가 갓 말을 배울 때부터 의도적으로 영어를 먼저
가르친다.심지어 임신중에 영어비디오를 보거나 영어책을 읽으며 태교를 하
는 극성스런 엄마들의 이야기도 쉽게 들을 수 있다.
‘영어의 스트레스를 아이에게는 절대 물려 줄 수 없다’는 신념에 사로잡
힌 대다수 젊은 부모들에게 조기 영어 교육의 효용성,고액 학원비 논란,편법
유치원 운영 등 원론적인 질문과 비판은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영어교육을
시키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올바른 교육이 과연 어떤 것이냐가 절실할
뿐이다.
몇살부터 가르쳐야 할까= ‘영어 잘하는 아이 이런 엄마 곁에서 자란다’
의 저자이자 아동영어 전문가인 김미영씨는 “추상적인 개념을 이해하고 모
국어를 제대로 읽고 쓸 수 있어야 외국어 습득이 가능하다”면서 “초등학교
2∼3학년 쯤 영어를 시작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주장한다.추상개념
없이 표현할 수 있는 영어 문장은 날씨,계절,색깔 등 몇가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한국교육평가원 임찬빈 연구원은 “어릴수록 외국어 습득이 효율적인
건 사실”이라며 “그러나 모국어가 완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외국어를 배울
경우 언어의 혼란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자녀가 얼마나 영어를 잘하기를 원하는지 분명히 하라= 모국어를 말하듯
영어를 잘하기를 바라는지,혹은 의사소통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외국어로서
영어를 잘하기를 원하는지 결정해야 한다.발음이나 문법 등 모든 면에서 영
어를 미국인 수준으로 잘 하기를 원한다면 3살 이전에 ‘영어 환경’에 빠져
야 한다.가장 좋은 방법은 미국으로 이민을 가거나 그에 못지 않은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그러나 외국인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영어를 원한다면 그렇게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초등학교 저학년 정도면 영어를
배울 인지적인 준비가 돼 있으며 단어를 외우고 해석하는 법은 어린 아이보
다는 나이 든 아이가 더 빠르다.친구들에 비해 늦게 영어를 배울 경우 아이
가 흥미와 자신감을 잃지 않도록 부모가 세심한 배려를 하면 먼저 시작한 아
이들의 수준을 곧 따라간다는 것이다.
엄마 아빠 먼저 영어콤플렉스를 버려라= ‘아이가 내 발음을 배우면 어떻
게 하나’,‘다른 아이는 잘 하는데 우리 아이는 왜 이런가’ 등의 콤플렉스
는 아이들에게 인위적인 학습을 강요하게 된다.학부모의 영어 콤플렉스는 자
녀한테 곧바로 전염돼 아이도 자신감을 잃게 된다.
정말 자신이 없다면 자녀와 함께 영어를 배운다는 생각을 가지라고 전문가
들은 권한다.학원과 학습지에 아이의 영어 교육을 맡기기보다는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아이들에게 영어를 일깨워주는 것이 필요하다.
영어와 놀게 하라= 무엇보다 아이가 재미있게 영어를 공부하도록 해야 한
다.영어를 ‘학습’한다는 느낌을 갖게 되면 곧 싫증을 내게 되므로 놀면서
자연스럽게 영어에 친숙해지도록 하는 게 좋다.김미영씨는 “좋아하는 과일
이나 장남감을 자유롭게 그리게 한 뒤 명칭을 영어로 가르쳐 주거나 그림일
기를 꾸미게 하고 관련된 단어들을 함께 쓰도록 하는 방식을 이용하라”고
말했다.
늘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연령에 적절하고 자연스럽고 재미있어서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범위의 교육이 되어야 하다.‘우리 아이는 이 정도는
해야 한다’는 부모의 기대치는 곧바로 아이들에게는 ‘영어 학대’로 작용
하며 아이를 정신불안에 떨게 한다.
이창구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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