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영어든 우리말이든 거부감을 가질 이유가 없는 유아기에 영어를 접하지 못하고 우리말이 이미 거의 완벽히 체계를 잡은 아동기에 처음 영어를 시작했던 제 개인적인 지금까지의 경험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아이들마다 백이면 백 명이 모두 제각각 다르므로 제 이야기를 모든 아이들에게 일반화시킬 수는 결코 없습니다.
그냥 아이가 영어를 거부하거나 어찌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엄마들의 답답한 심정을 충분히 공감하고, 더 나아가서 아이 나이가 초등학생이 되어 뭔지 모를 조급함에 쫒기는 듯한 심정을 제가 직접 겪었던 일이기에 편안하게 수다 떨 듯이 제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합니다.
단, 저는 듣고 말하는 영어는 빵점이었고, 특히나 처음 영어동화책이나 비디오, 아이와의 생활영어를 접했을 때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공부해야 했던, 읽고 독해하고 문법에만 조금 강한 전형적인 386세대 영어 사용자입니다.
모든 386세대가 그렇지 않겠지만 -쑥쑥에만도 많은 분들이 계시죠. 동시 통역사이신 영님(386은 아니시지만^^), 거의 완벽한 이중 언어를 구사하시는 애경라지님, 유게니님을 비롯해 이름을 밝히면 화살 날라올까봐 차마 못 밝히겠지만 수많은 실력 있으신 분들에게는 제 절름발이 영어가 변명이 되지 않지만 전 영어를 좋아했음에도 불구하고 원어민의 발음대신 영한사전의 발음기호로 단어의 음가를 혼자 추측하고 혼자 말하고 들으면서 영어를 배웠습니다.
읽고 독해하는 것은 그럭저럭 가능한데 영작에서는 맞는지 틀린지 100% 확신은 없고 듣기 말하기는 아예 자신이 없는 사람입니다.
그러므로....
엄마의 실력이 아이를 충분히 이끌어 줄만큼 자신 있으신 분들,
그중에서도 더군다나 유아기부터 자연스럽게 영어에 노출시키신 앞서 나가신 분들,
비록 아동기에 영어를 시작했지만 뼈를 깎는(!) 노력과 꾸준함으로 이미 초등영어에 성공하신 분들은 이 글을 그냥 지나치시기 바랍니다.
그런 분들이 바로 제 모델이고 제가 계속 배워나가는 존경스러운 선생님들 이시니까요.
그리고 처음 영어를 접하면서 겪었던 아이의 예상을 초월했던 반발심을 극복하는 과정은 그동안 간간히 말씀드렸으므로 이번 제 이야기는 이미 영어에는 어느 정도 익숙해져 있으나
생활연령과는 맞지 않는 유아용 영어동화책에서 미국 유치원-초1 단계의 챕터북으로 한단계 올라서야만 했던 시점이 배경입니다.
(제 아이는 5세에 영어를 처음 접해 3년간 그래도 꾸준히 영어동화책을 읽어 주는 등 놀이, 게임 등등을 했습니다. 혹시 시간이 허락하면 다음에 극복과정도 되돌아볼랍니다. 이제 잘 기억도 안 나는 것이 문제지만^^)
제 둘째를 예로 들겠습니다.(2004년 현재 초1 남아)
아무리 영어연령이 유아라도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갔는데도 언제까지나 내용상 아이의 생활연령 수준과 너무 동떨어져 있고 맞지 않는 아가용 동화책과 비디오, 씨디롬만 들이밀 수는 없었습니다.
초등학생이 되면 아이가 어느 정도의 의도적인 학습을 견딜 수 있다는 판단으로 수많은 분들이 하루 2-3시간 정도 집중적으로 아이에게 영어를 들려줍니다.
그렇게 해서 성공한 사례는 이미 많은 책으로도 읽혀졌고 쑥쑥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으며 저도 그 방법을 꾸준히만 한다면 그 성공의 가능성을 의심하지 않습니다만 불행히도 제 아이는 스스로 학습동기가 충분한 아이도 아니고 더군다나 책상 앞에서 30분 이상 영어테이프를 듣는다는 것이 영 힘들었습니다.
귀를 쫑긋 세우고 테이프에서 나오는 말에 빠져들어 무아지경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5분도 안 되어 방바닥을 굴러다니고 딴 짓을 하고... 곁에서 지켜보는 제가 솟구치는 화를 눌러 참기 위해 도를 닦느라 무아지경이 되는 아이입니다.
그림만으로도 모든 상황이 파악되고 재미있는 동화책도 아니고 한 챕터 당 한 장면 정도만 총천연색도 아닌 흑백으로 그려진 그림과 우리나라 동화책과는 비교가 안 되게 허접한 종이의 질과 게다가 그 위에 지금까지의 동화책에 비하면 빽빽이 메꿔져 있는 꼬불꼬불 영어들...
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들으려면 족히 50분은 걸리는 제 아이의 집중가능 시간을 훌쩍 초월하는 방대한(?) 분량...
저도 초등학교에 입학을 시키면서 뭔지 모를 조급함과 저 혼자만의 의욕에 앞서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이다’ 하늘을 찌르는 굳은 결의로 아이에게 책상 앞에 앉아서 테이프를 집중해서 듣도록 해 봤습니다만 그날 바로 그만뒀습니다.
더 정확하게는 아이의 태도를 보고 저도 모르게 제 가슴에서 꾸역꾸역 올라오는 노여움을 견딜 수가 없어서 그만 둘 수밖에 없었습니다.(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나의 아들 편이 아닌 영어편이 되려고 해서..^^)
그래서 저에게 유리하게 이기적으로 상황을 다시 생각했습니다.
처음 Brown Bear, Brown Bear, What Do You See?로 영어를 처음 접하던 때를 기억했습니다. brown이 뭔지도 모르고 뭔지 알고 싶지도 않고 왜 알아야 하는지 동기부여도 안 된 아이에게 영어동화책을 좋아하게 만들었던 지난 3년간의 마음가짐을 떠올렸습니다.
온갖 게임과 놀이와 온몸을 불사르며 표정연기와 몸짓으로 처음 영어를 거부하던 5세 아이가 영어를 좋아하게 된 지난 3년...
동화책을 읽어줄 때도 What do you see? 다음에는 “띠~~옹~~”(이경규아저씨의 눈x이 빠져나오는 버전)으로 동화책 달랑 한줄 읽으면서 “띠~옹~~”을 열 번은 반복하면서 아이는 동화책 내용에 관심이 있는지 “띠~옹~~”에 관심이 있는지 깔깔대면서 자신이 brown bear 책을 좋아한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우습고 코믹한 책이 아닌데 아이 눈에는 에릭칼의 독특한 그림에 감탄하고 탄복해서기보다는 엄마와 하는 “띠~옹~~”과 놀이로 그 책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심지어는 저혼자 처음 읽을 때는 눈물 콧물 쏟아가며 읽었던 Love You Forever도 저와 제 아이 앞에 펼쳐지면 코메디 책이었습니다. 물론 3년간 반복해서 비정기적으로 뜨문뜨문 접할 때마다 차츰차츰 에드립을 없애고 영문에 조금씩 충실하면서 나중에는 원문만 읽어줘도 잘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반복해서 읽은 책은 나중에는 효과음이나 책 없이도 인용을 하면 알아듣고 자신도 영어로 한번씩 말해보고 책을 어설피 읽기까지 하니 아예 깨진 독에 물 붇기는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처음 불타오르던 의욕을 접고 챕터북도 그렇게 접근했습니다.
제 방법이 가장 좋고 즐겁게 영어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만약 제 아이가 귀를 쫑긋 세우고 테잎을 집중해서 듣는 아이였다면 저 역시 그런 방법으로 아이의 귀를 트이는 길을 선택했을 것입니다.
제가 시작한 방법으로 테잎 2-3번 들을 동안 그 방법으로는 최소한 10번은 들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차이가 몇 년간 쌓이면 제 아이에게 테잎이 완벽히 들리게 될 즈음 최소한 3배의 듣기를 한 아이들은 테잎을 외워서 영어로 줄줄 말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수많은 챕터북이 있지만 컬러풀한 삽화가 매 페이지마다 등장하는 책은 제외하고 말씀드립니다. 그런 책들은 이미 3년간 영어를 접한 제 아이는 잠자리에서 그림 보면서 원문에 비교적 충실하게 읽어줘도 귀를 쫑긋 세우며 재미있게 듣습니다. 가끔 우리말로 상황설명이 필요할 때도 있고 모르는 단어도 있지만 제 판토마임과 연기력으로 커버가 됩니다..^^
그렇게 읽은 책의 테이프는 가끔 들으라고 틀어 놓으면 여전히 방바닥을 굴러다니면서(제 아이만 그런지..왜 그렇게 굴러다니기를 좋아할까요) 듣는지 마는지 하는데...
초등학교 입학하면서 제가 원했던 것은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아무생각 없이 까페의 배경음악 틀어 놓듯이 듣던 습관이 아니라 초등학생이 되었으니 뭔가 소리에 집중해서 테이프에 나오는 모든 문장을 통째로 이해하고(우리말로 해독이 아닌 영어를 영어자체로) 거의 암기까지 가능하여 비슷하게 자신이 말로 흉내를 낼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아이만 잘 따라와 주고 좋아한다면 체계적으로 듣기를 강화시키겠다는 처음 의욕을 접고
그래...지금까지도 큰 욕심 부리지 않고 꾸준히 이만큼 왔는데... 마음을 편안하게 먹고 시작했습니다.
제가 예를 드는 챕터북은 테이프의 녹음속도가 분당 120단어 수준의 저속 녹음입니다. 저는 저속녹음 교재는 선호하지 않지만 책의 내용이 아이가 좋아하고 열광할 만한 모험에 관한 것이었고 한 페이지 당 제 아이가 모르는 단어가 약 3-4개 정도 나오는 수준이어서 큰 거부감 없이 고속녹음 책을 향한 첫걸음으로 접할 수 있겠다 생각되어 선택했습니다.
전에도 제가 설렁설렁 몇 권 읽어준 적이 있지만 전체적인 것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되었고 너무 길어서 그런지 꼭 반도 읽기 전에 잠이 들어버리던 책입니다.
먼저 목표를 적게 잡아 하루에 한 챕터씩 나갑니다.
아이가 모를만한 단어나 알지만 한 번 더 짚고 나가야 할 필요성이 있는 단어를 영영사전에서 찾아 미리 공책에 베낍니다.
이런 과정 없이도 영어로 줄줄 설명해 줄 수 있는 실력이 되는 엄마가 절대 아니랍니다. 우리가 우리말로 아이에게 얘기하면서도 때때로 엉뚱하고 틀린 우리말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화들짝 놀라거나 얼굴 발개지지 않고 무덤덤 넘어가는데 영어 말하기에 아직도 익숙하지 않은 저는 관사 하나에도 부들부들 몇번을 생각해야 입으로 말이 나오고 자신 없는 말은 자꾸 삼키게 됩니다
영영사전은 어린이용 영영사전과 성인용 영영사전을 둘 다 찾아보아 더 쉽게 설명된 것을 선택합니다. 의외로 어린이용 영영사전보다 성인용 영영사전이 더 쉬운 설명과 예문이 많습니다.(개인적으로 코빌드 영영사전을 사용하는데 쉬운 설명이 마음에 듭니다. 지금도 다른 영영사전 읽으면 머리가 아파지는데 코빌드는 풀센텐스로 쉽게 설명해 놓아서 영어문형 익히기에도 좋습니다)
영영사전에 씌여 있는 것만으로 이해가 어렵겠거나 그림 설명이 필요한 경우 단어만 써 놓고 그림을 그릴 여백을 남겨둡니다.
아이와 함께 책상이 아닌 소파에 편안히 앉습니다.
먼저 테이프를 틉니다. 한 챕터 듣는데 5분 정도 걸립니다. 제가 설명해 주기 전에 얼만큼 알아듣나 일종의 예비 테스트 같은 겁니다.
듣고 나서는 아이와 함께 책을 펼쳐서 제가 빠르게 한 문장을 읽습니다.(제가 아무리 기를 쓰고 빨리 읽어봤자 저속 테이프 속도보다 느립니다 -.-;;;)
전체적인 내용이 파악되고 이해가 되면 아이가 가만히 있습니다.(사전에 영어를 우리말로 일대일 대응의 해석이 아니고 그 상황이 머릿속에 그림으로 그려지면 이해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을 해주고 이해의 정도에 대한 합의를 봤습니다)
또 다음 문장을 빠르게 읽습니다.
분명 모르는 단어가 있을 법한데 아이는 질문이 없습니다. 예상 외로 어디서 들었는지 완벽하게 문장을 이해하고 있기도 하고 때로는 모르면서도 그냥 있기도 합니다만 일일이 확인하지 않고 꼭 짚고 넘어갈 단어가 있을 때만 넌지시 떠봅니다.
아이가 그냥 넘어가더라도 짚고 넘어가야 할 단어는 미리 찾아 놓은 영영사전 문장을 읽어줍니다. 여기서 3년간 갈고 닦은 제 허접한 연기력이 동원됩니다. 온갖 제스츄어와 판토마임과 몸짓연기와 표정연기로 단어의 영영사전 내용을 읽어주면서 시각적으로 이해가 되도록 합니다.
의외로 아이가 엄마의 연기를 재미있어 합니다^^
영영사전은 영어의 문형을 익히기에도 좋고 완벽한 영작에 자신이 없어서 늘 사용하는 표현만 사용할 수밖에 없는 엄마의 슬픈 실력을 조금이나마 커버할 수 있는 좋은 보조교재입니다.
모르는 단어를 써보거나 영영사전을 따라 읽는다거나 아이가 베낀다거나 하는 과정은 전혀 하지 않습니다.(제 아이 특성상 즐거운 마음으로 자발적으로 하지 않을 것이 분명한 괴로운 과정)
그런 단어가 포함된 문장은 다시 한번 제가 반복해서 읽습니다.
또 다음 문장을 읽습니다. 아이가 모르는 단어를 물어봅니다.(그럴 줄 알았습니다^^)
한 문장을 통째로 듣고 아이가 한 단어만을 콕 찝어서 묻는 다는 것은 그 문장 전체적인 흐름은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고 자신이 지목한 특정한 단어의 의미를 잘 모르기 때문에 문장 전체의 흐름은 알지만 그 의미파악이 알쏭달쏭하다는 것을 스스로 아는 것이라고 느껴집니다.
미리 찾아 놓은 영영사전 단어설명과 예제를 온몸을 사용한 연기력과 함께 읽어줍니다. 때로는 그림으로 그려서 표현합니다.
예를 들어 stammer 같은 단어는 영영사전 설명을 읽어주고
“I STAMMER-w..w..who...are..uh..uh..you, I don't stammer-who are you?" 이렇게 비교를 해 주고
slant 같은 단어는 공책에 허접하게 찍 선 하나를 경사지게 그려놓고 그림을 가리키면서 영영사전 설명을 읽어주면서 사전이 의미하는 부분을 콕 집으며 가리킵니다.
peek 같은 단어는 옆에서 동생과 엄마의 코메디를 구경하고 있는 누나가 동원됩니다. 아들하고 신발장 뒤에 숨어서 동원된 누나를 살짝 엿보면서 “We are peeking at Lisa" 키득거립니다.
tumble 같은 단어는 Let's tumble!!! 하면서 거실바닥을 굴러다닙니다.
bony 는 집에 있는 강아지 꼬리를 탐색해 보면서 의견을 나눕니다.
이렇게 익힌 단어가 나온 문장은 역시 단어 설명이 끝난 뒤 다시 한번 읽어줍니다.
모르는 단어가 나왔다고 무조건 단어 하나하나를 콕 집지 않고 문장 전체의 상황을 즉석 연기나 연극, 역할극으로 하기도 하고 아이가 알고 있을만한 다른 표현으로 대체해서 다시 말해주어 알아차리게 하기도 합니다.
미처 영영사전을 찾아놓지 못한 날은 공책 가득 제 그림과 아이가 나서서 그리는 그림이 가득하고 제 영어가 짧으므로 그저 튼실한 몸으로 때웁니다.
간단하게 세트를 만들어 연극을 하면서 책을 읽어줄까...하는 생각도 했지만 제 느려터진 만들기 솜씨로 꾸준히 할 자신이 없고 한번 재미 들리면 계속 해 달라고 조를 텐데 지금도 충분히 재미있어 하므로 괜한 고생 사서 하지 말자는 심정으로 포기했습니다.
한 챕터를 그렇게 읽고 나면 20분 정도가 걸립니다. (한 챕터가 약 4-6페이지)
그리고 나서 자 이제 아까 처음이랑 비교해 봐서 얼만큼 더 들리나 들어보자 하고 다시 테이프를 돌립니다. 처음보다 아이가 상황에 맞게 웃어가면서(상황에 맞게 웃는다는 것이 이해도를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 열심히 흥미진진하게 듣습니다.
아이 상황과 걸린 시간을 고려해서(하루 40분을 합니다) 한 번 더 틀어주거나 지난 챕터부터 주욱 틀어주기도 하지만 그렇게 엄마의 욕심을 흡족하게 채워주는 일은 드뭅니다. 더 이상의 집중은 역효과를 낳는 아이기에 이제 그만 놀아라 하고 자유시간을 주고 저 혼자 챕터북과 영영사전을 들고 다음 챕터 단어를 찾으며 아쉬움을 달랩니다.
보통 책 한권이 10챕터로 구성되어 있으므로...겨우 달랑 한권을 끝내는데 최소한 열흘입니다. 주말에는 시간차를 두고 두 챕터씩 나간다고 해도 제가 바빠서 오늘은 너희들끼리 테이프 들어라 하는 날도 있고(그런날 듣는 테이프는 저와 진도 나가는 챕터북이 아니고 따로 있습니다) 복습 차원으로 테이프 말에 맞추어 연극을 하는 날도 있습니다.(비디오 빨리 돌리기처럼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펼쳐짐)
그렇게 열흘이나 걸려서 책 한권 들으면서 테이프는 총 5번 정도 들을까 말까 하니 정말 비효율적인 방법이지요?
하지만 지난 3년간 별다른 확인작업 없이 아이와 함께 놀아준다 라는 심정으로 보냈는데...3년만에 확인(일부러는 아니지만 이번 챕터북 진도를 나가면서)을 해 보니 처음 접하는 챕터북 한 페이지에 모르는 단어(읽고 말하고 쓸 줄 모르는 단어가 아닌 단순히 듣고 이해가 안 되는 단어. 아직 말하고 읽고 쓰기는 걸음마입니다)가 5개 미만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아주 헛일은 아니었다고 생각됩니다.
영어를 접한지 3년이 아니라 1-2년 만에라도 지금 제 아이가 하고 있는 챕터북을 줄줄 읽는 아이도 있고 오디오를 통째로 외우고 대화에 능란하게 활용하는 아이도 있지만 그래서 겨우 그 정도에 3년이라는 긴 시간을 투자하냐고 코웃음을 치실 분들도 있겠지만
저와 제 아이에게는 그 시간들이 아무런 댓가가 없더라도 정말 행복하고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처음 쑥쑥을 접하고 충격(?)을 받고 선배님들의 조언을 바탕삼아 하나하나 시행착오를 거쳐가면서 엄마의 노력과는 상관없이 제 예상외로 영어를 거부하던 아이를 바라보면서 처음 가졌던 목표는 제 아이 입에서 영어가 줄줄 나오거나 또래 모국어화자만큼의 영어구사 라거나 비디오를 자막 없이 완벽히 이해하고 영어로 줄거리를 얘기해주는 아이가 아니었습니다.(솔직히 그런 욕심도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만..^^)
영어를 좋아하고 즐기는 아이였으면 좋겠다.
어떤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거나 책을 읽을 때 그것을 전달하는 언어가 한국어가 아니라 영어라도 지금처럼 거부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들어주는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중에 영어를 본격적으로 학습할 시기가 오면 지금의 경험이 조금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전혀 변하지 않을 거 같던 아이가 차츰차츰 영어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면서 전 감사하거나 대견해할 줄 모르고 조금씩 조금씩 더 욕심을 키워나갔던 것 같습니다.
지금 챕터북 내용 파악하면서 듣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시점에서 중간 목표를 세웁니다.
오늘 하는 이 작은 경험들이 나중에 아이가 영어를 본격적으로 학습할 때 알게 모르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아니면 엄마의 코믹연기만이 어렴풋이 기억에 남아 먼훗날 그 단어를 다시 접할때 입가에 작은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추억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도 하지만..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후회는 없습니다. 이 모든 시간과 활동들이 나중에 아이 기억 속에 전혀 남지 않더라도 오늘 아이와 함께 한 마음이 되어 감정을 나누며 아이의 즐거움에 가득 찬 얼굴을 바라보는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계획은 이렇습니다.
초2까지는 지금 정도의 속도와 양으로 초급 수준의 챕터북을 꾸준히 접할 것입니다. 틈틈이 고속녹음이 된 다른 오디오 테잎이나 비디오로 정상적인 영어 빠르기에 익숙하게는 할 것입니다. 이것은 그냥 배경음악처럼 틀어 놓을 뿐 제가 개입하지는 않을 것입니다(제가 그것까지 개입할 정도로 에너지가 넘치질 않고 또 큰아이도 챙겨야 하므로)
초3-4학년에는 중급 수준의 챕터북을 그때 상황에 맞는 방법과 속도와 양을 결정하여 꾸준히 접하게 할 생각입니다.
초5-6학년에는 고급 수준의 챕터북을 접하게 할 생각입니다.
중학교에 가서는 아마도 AFN 뉴스듣기나 영자신문 읽기 같은 활동과 함께 본격적인 말하기를 집중해서 노력할 예정이지만 아이의 상황에 따라 더 빨리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장기계획이야 상황에 따라 수시로 목표를 수정하고 방법을 바꿀 수 있는 것이고 일단 중단기 계획으로 실천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오늘 말씀드린 챕터북으로 놀기(?)입니다.
혹시라도 초 1이지만 지금까지 영어를 접한 경험이 전혀 없으신 분들도 너무 괘념치 마세요. 바로 제 큰아이(초4)가 초등학교 1학년때 Brown bear로 영어를 처음 접했던 아이라는거 아닙니까..^^
초1에 어쩔 수 없이 재미와 아이의 비위 맞추기를 무시할 수 없어 열흘 걸리는 챕터북 초3이면 5일, 초4면 3일이면 같은 결과를 가져올만큼 기하급수적으로 학년이 올라가면서 학습시간도 단축됩니다.
단 작은아이가 누리는 것처럼 엄마와의 살을 부대끼며 즐겁게 행복하게 시간을 보내다 보면 영어는 덤으로 오는 것이 아니라 영어 자체를 목적으로 접근해야지만 고학년은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고 학습하는 과정 자체에도 즐거움을 느끼는 나이입니다.
영어수준은 작은 아이보다 많이 뛰어나지도 않지만 전 조금도 조급해 하거나 걱정하지 않습니다. 아직 초등영어게시판이라도 고학년은 별로 없는 거 같아서 제 큰 아이 이야기는 다음으로 미룹니다.
제 시간대비 효과에 대한 비효율성을 이해하지 못하실 많은 분들께...제겐 아이와 영어로 즐기는 시간은 특정한 결과를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었음을 다시 한번 말씀드리며....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는 챕터북으로 놀기 외에 제 아이가 영어를 접하고 있는 다른 시간들에 대한 허접한 상황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비디오시청, 빠른 영어 배경음악처럼 듣기, 책에 있는 글자 짚어가며 짧은 시간 오디오 테잎 듣기(짧은 시간이라야 효과적인 것이 아니라 제 아이에게는 짧은 시간 반짝 집중이 더 효과적이므로), CD-rom 이야기, 미국초등학교 교과서 등의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별 영양가 없는 얘기지만 덧붙이자면...
요즘 새롭게 영어책 단계를 높이면서 잘 뒤돌아 보지 않던 초창기를 가끔 되새기는데... 아이 못지 않게 제게도 엄청난 변화가 있었답니다ㅋㅋㅋ
처음에는 남편에게 아이들 영어책 읽어주는 목소리가 들릴까봐 창피해서 아이 방에서 문 닫고 조용 조용 읽어주고 생활영어도 남편 없을 때만 작은 소리로 했었는데...
지금은 온갖 코메디를 다 하면서 쩌렁쩌렁 오바하면서 영어책 읽어 줍니다. 남편이 듣건 말건 하나도 안 창피하고 심지어는 남편에게도 읽어줍니다 -.-;;; 생활영어도 습관이 되어서(별로 말의 종류와 수가 크게 늘어나고 있지는 않지만) 남편에게도 저도 모르게 영어로 말합니다 -.-;;;
그리고 제가 읽는 영어책의 속도가 엄청 빨라졌다는 겁니다.(익숙하지 않은 책은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그래봤자 분당 120단어보다 느리지만) 자주 읽는 책의 경우는 제 입에서 제가 읽고는 있는데 제 귀는 그걸 못 따라가는 희한하고 웃긴 상황이 발생되고 있습니다. 아이들 귀는 따라오니 다행이지요..^^
정말이지 엄마와의 꾸준한 대화...함께 부대끼고 놀면서 얻어지는게 많을거라는 생각으로 저도 제가 먼저 공부한후에 들려주고 읽어주고...그러는 실력없는 엄마지만 그래도 님의 글을 읽으니 더 위안이 되고 더 오버액션으로 함께 뒹굴며 꾸준한 관심을 보여야겠다는 다짐을 다시금 해봅니다.^^ 글 너무 잘 봤습니다.
EBS
2004-04-29 08:39
영어 듣기부터 boris.co.kr
첼로
2004-04-28 11:51
등한 경우가 있거든요. 아이에게 엄마의 역할을 과연 얼마만큼일까요?
첼로
2004-04-28 11:42
비탈님 훌륭하시네요. 이 글 읽고 느끼는 점이, 과연 엄마라는 토대가 아이의 학습 동기와 능력을 위해 얼마만큼 기여해야 하는가 입니다. 단어 하나를 생기있게 알도록 해 주기 위해 엄마의 노력이 필요로 한다면(사실 이거 아무나 하는 일 아니지요), 고기 잡는 법을 스스로 체득하도록 하는 시점은 언제부터인가하는 의문이 듭니다. 제 아이는 4살 쌍둥이라 한권의 책을 합의하에 집중해서 보는 일 또한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만, 제 조카(초 3)의 경우는 엄마의 자상한 보살핌이 전무한 가운데서도, 학습동기와 인지력이 또래 아이들에 비해 월
미리내
2004-04-28 11:35
아직도 비탈님의 첫글을 선명히 기억하는 저로서는 그동안의 세월이 비탈님과 아이들을 어떻게 변화시켰나를 잘 알기에 항상 흐뭇한 마음이 듭니다. 초1이면 챕터북도 좋지만 스토리가 한번에 끝나는 리딩북이나 넌픽션 북들도 좋을 겁니다.
카라2
2004-04-28 10:36
참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테잎을 들으며...방안을 굴러다니는 모습이 울 애랑 똑같네요...울 아들은 영어테잎만 틀어 놓으면,,체조에 덤블링에 아주 정신 없습니다..듣기는 당연 안 되고 있을거라 사료됩니다만,,저는 기냥 고걸로 아직은 만족입니다..앞으로 비탈님 글들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요...
페르시얀
2004-04-28 10:05
좋은 글 감사해요.작년 1학년이 되면서 유아에서 벗어나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아이입장보다는 엄마입장에서 끌고 가다가 멀리 하게 되었는데 비탈님 글을 읽으며 작년에 내가 이글을 읽었다면 하는 생각이 드네요.유아때 스토리북하면서 엄청 오버하면서 뒹글고 놀면서 하다가 어느날 갑자기 언아이캔2단계 한권을 들으라 주니 죽을려하더이다.엄마욕심에 스토리북 몇년을 했으니 1단계는 쉽다는 착각에 빠졌다 애 잡았죠.초등되면서 오버액션은 전혀 안해주었는데 비탈님 글에 저 도움 많이 받으며 유아때처럼 다시 오버해줄랍니다.
장미정원
2004-04-28 07:26
비탈님! 너무 재미있게 읽었어요 ^^ 다음글도 많이 기다려집니다 ^^
사십구
2004-04-27 23:00
마치 미래의 저를 보는 듯한 착각을 하면서, 비탈님의 글을 읽었습니다. 저도 오버액션이 영어실력보다 더 나은 386엄마거든요. 지금 5살 큰녀석과 함께 책보고 비디오보고 그렇게 영어를 하고있는데, 정말 저희집 상황과 너무 흡사해서 아마 미래에도 비탈님네 처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챕터북, 요거 제가 요즘 관심가지고 있는 분야거든요, 제가 먼저 선행학습을 한번 해보려고요. 어떤 교재인지 알려주시와요.
체리맘
2004-04-27 22:57
멋진 그대에게 축복 있으리... 큰 아이 얘기 고대하고 있겠어요. 저희 애도 4학년이거든요
샐리줄리맘
2004-04-27 17:40
참.. 근데 챕터북은 어떤 걸 활용하시는 지요? 궁금하네요. 저희 아이는 ladybird 리딩 북 3단계를 읽혀보니 한페이지에 2-3단어 정도 모르는 것이 나오네요. 근데 영 스스로 읽으려 들지를 않네요. 영어책도 우리말 책도 그저 그림만 보길 좋아해서리.. 언제쯤 혼자 글을 읽으면서 키득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
샐리줄리맘
2004-04-27 17:36
비탈님의 이야기가 어쩜 이리 저희 집과 똑 같은지..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저희 큰딸아이(7세) 역시 오디오 테입보다 엄마의 과장된 목소리와 제스쳐를 더 좋아하거든요. 서서히 오디오 발음에 적응을 시켜야 할 것 같아 조바심이 났었는데.. 비탈님 글 읽고 조금 위안이 됩니다. 계속 좋은 글 올려 주세요. 감사합니다^^
주번
2004-04-27 17:00
//비탈님..화이팅!! ..참,,,인터뷰를 이제사 보았어요.^^;늦었지만 축하드려요.(용서를 구하면셔..) 저희 큰 아덜 녀석도 드뎌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여러가지루 고민이 많아 우왕좌왕중이었는데 비탈님의 글이 많이 도움 되었어요.감솨드려용^^ 건강하시구요~~///
쑥쑥몰
> 
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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