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비탈님의 글을 보고 정말 감동했습니다.
비탈님 같은 어머니를 둔 자녀들은 얼마나 행복할까요?
비탈님이 사용하고 계신 챕터북은 저 역시 아이들 가르치는 교재로 사용하기도 하고 또 저희 딸이 요새 푹 빠져서 사는 책이기도 합니다.
근데 제가 가르치는 아이들 손에 있을 때 이 책의 역할과 저희 딸 손에 있을 때 이 책의 역할이 무척 다르네요.
저희 아이는 여섯살에 영어유치원에 들어갔고 이제 막 일곱살, 2년차가 되었습니다.
과수원집 아이가 가장 질 나쁜 사과를 먹듯 우리 아이는 제가 가르치는 아이들 틈에 치여 제대로 봐줄 시간도 없었지만 모르는 단어 괘념치 않고 술술 잘도 읽어내네요.
얘가 이걸 도대체 알고 읽나 싶어 'migrate'란 단어의 뜻을 물어봤더니 철새가 겨울 지내러 가는 것처럼 동물들이 이사하는 거라고 하네요.
'shivered'는 등골이 오싹한거고 'colony'는 모여서 함께 사는 거라네요.
문맥을 통해 뜻을 정확하게 알아냈다는 뜻입니다.
사전은 단 한번도 찾지 않았고 그냥 즐겁게 읽으라고 둡니다.
저희 아이에게 이 책은 너무너무 신나는 모험 소설일 뿐입니다.
공부는 다른 교재로 하고 책은 그냥 책으로 읽히구요.
그래서 그런지 영어 공부 좀 하자고 하면 아직 계획표에 적힌 시간이 안됐다느니
놀고 싶다느니 뭐 좀 만들고 하자느니 배고프다니 하면서 갖은 핑계 다 대는데
영어 동화책 좀 읽어라...그러면 '앗싸'....하고는 그냥 뛰어갑니다.
똑같은 영어 책이지만 관점이 다른 거죠.
하지만 제가 가르치는 아이들은 좀 다르네요.
얘들은 이 책을 읽어오라고 오면 꼭 사전을 찾아서 해석을 하려고 듭니다.
그리고 챕터를 찢어서 진도를 나가다보니 동화나 아동 소설이 아닌 교재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구요.
아이들에게 이 책은 즐거움의 대상이 아니라 학습의 대상으로 둔갑하고 만거죠.
그나마 위안을 삼는 건 그래도 이 책을 다른 학습서보다는 즐거워한다는 것 정도입니다.
그런 아이들을 보면서 저는 한번씩 '이 아이들에게 영문 소설을 문학으로 읽히는 일은 죽었다 깨나도 못 일어나겠구나 ' 하고 몰래 한숨 쉽니다.
그러면 저희 아이와 제가 가르치는 아이들의 차이는 과연 무엇일까요?
당연히 저희 아이처럼 만드는게 제 목표고 그 목표를 위해 아이들의 애꿎은 어머니들을 들볶아 대지만 그 고지는 좀처럼 정복되지 않습니다.
답은 한가지입니다.
안듣는다는 것. 저희 아이만큼 듣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그 듣기가 되기 전에 챕터북이 그 아이들의 손에 미리 갔다는 것...
챕터북을 읽어낼만큼의 듣기와 다른 책읽기가 되기 전에 챕터북이 그 아이들의 손에 들어갔다는 것...
그것이 제가 가르치는 아이들이 챕터북을 동화로, 문학으로 즐길 수 없게 된 결정적인 이유라는 것입니다.
요즘 국제화라는 시대적 요구에 걸맞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 모든 부모님들이 노력 많이 하실겁니다.
저 역시 그런 관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아이들의 어머니들에게도 늘 그런 관점을 심어주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려면 영문학을 즐기는 방법을 가르치는 게 정말 필요한 일이 될 것입니다.
저는 부끄럽게도 외국 소설을 읽기는 하지만 문장이 수려한지 어떤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습니다.
물론 단어 까먹는 거 막는다는 차원에서, 그러니까 순전히 필요에 의해 읽는 때를 제외하고는 기왕이면 번역본을 사구요.
한국어를 능통하게 하는 외국인이 과연 이문열의 그 살아 숨쉬는 문장을 함께 호홉할 수 있을까요? 그에게는 삼류 연애소설이나 이문열의 소설이나 그저 똑같은 이야기책일 뿐이겠죠.
저에게도 역시 외국 유명 작가들의 소설이나 삼류작가의 소설은 도무지 구별 못할 이야기책일 뿐이구요.
그 똑똑하다는 민사고 아이들의 절반이 외국 유수대학에서 견디지 못하고 돌아온다고 들었습니다.
리포터를 제출하면 교수가 매번 초등학생 수준이라고 핀잔을 준다고 합니다.
그러니 돌아올 수 밖에요.
리포터의 논리 전개가 엉성해서일 수도 있겠고 문장이 유치해서일 수도 있겠고...
하여튼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아이들이 가진 지적능력에 비해 영어 구사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 말고는 해답이 없는 얘기죠.
토익 점수가 너무 높아 변별력 자체가 없다는 아이들, 토플 점수도 너무나 탁월한 그 아이들, 당연히 영어회화도 잘 하는 그 아이들....
모든 부모들의 환상이고 꿈인 그 아이들의 영어구사력은 그러니까 미국대학에서 리포트를 제대로 못써 돌아오는 그런 영어인 것입니다.
그 아이들도 아마 직독직해 할 것입니다.
해리포터 술술 읽을 것이구요.
그러나 그 아이들에게도 언어적인 영감, ' 얼' 이라고도 부르는 말의 묘미...
이런 것들은 주입되지 못한 모양입니다.
글쓰기는 이런 것들이 이루어진 후에야 가능한 분야이니까요.
어차피 제 2외국어인데요.
몸 부대끼며 살아야 체득되는 그런 말의 영감까지 얻어내려고 하는게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왜 그래야하는지 솔직히 대답할 자신도 없습니다.
밑에 어떤 분이 쓰신 글...
중학교 다니는 아이를 둔 어떤 아버지의 너무나 자상한 노력이 눈에 뵈는 그 글에 어떤 분이 완곡하게 의문을 제기하셨죠?
저는 그 분이 꾹꾹 눌러 그 문장에 함축해 놓은 의미를 압니다.
아마 저에게도 그러시고 싶을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왜 그래야합니까? 라고...
왜 우리 아이들이 외국어를 '얼'로까지 승화시켜야하냐고...
모르겠습니다. 영어의 끝이 어디까진지...우리 아이들을 도대체 어디까지 몰고가야하는지....
그렇지만 영어공부를 하고 있는 이상....영어를 배우려고 대한민국이 열병에 들떠 있는 이상...내가 그 대열에 동참하고 있는 이상...
이상적인 영어 배우기를 꿈꾸지 않을 수가 없네요.
핵심에서 많이 비껴갔네요.
제 결론은 그겁니다.
아래 어떤 분이 영어로 공부를 하는 것이 영어 배우기에 상당한 진전을 가져온다고 하셨죠?
언어교육의 석학인 어떤 분의 글을 인용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전 그런 전문적인 용어도 몰랐도 아무것도 몰랐지만 저희 아이 영어 교육법하고 상당히 일치하는 부분이 많아 무릎을 쳤더랬습니다.
어릴때 테잎 딸린 동화로 시작해서 귀를 트는 작업까지는 여기 계신 어머님들의 과정과 별로 다를게 없었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서는 주로 언어, 과학, 사회, 역사 이런 식으로 나눠서 교재를 선택해 공부를 시켜왔거든요.
이런 과목들도 요즘은 웬만하면 다 테잎이 딸려 있더군요.
그리고 나머지 다양한 듣기들은 많은 분들이 사용하는 것을 저 역시 혼용했습니다.
cd가 됐든 비디오가 됐든 책이 됐든...영어를 배우는데 이용할 수 있는 모든 도구를 이용했었죠.
그렇지만 저는 아이가 어느 정도 책을 읽게 된 후부터는 딱 한가지를 영어를 즐기기 위한 도구로 남겨두었습니다.
그것이 저에게는 문학이었습니다.
그리고 아이의 읽기 능력이 올라갈 때 마다 그 수준에 맞춰서 동화나 소설, 시 같은 것들도 사줄 생각입니다.
물론 그 책들에 대해서는 그저 책을 읽은 느낌만 물어볼 겁니다.
그렇지만 제가 가르치는 아이들에겐 어쩔 수 없이 비탈님이 쓰시는 방법을 쓸 수 밖에 없네요..
비탈님보다 훨씬 성의없고 무식하긴 하지만 말입니다.
마음으로 혹은 능력(?)면으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챕터북이 손에 들어 갔다는 것...공부 해야 할 교재로서 손에 먼저 쥐어 졌다는 것...썩 좋은 출발이 아니라는 치키치키님 말씀 정말 공감합니다. 저도 애써 챕터북 읽기를 권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초3인데도 아직은 그림을 더 즐기고 싶어 하네요. 영어책들이 모두 교재화(?)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두 아들 맘
2004-04-28 09:42
그리고 저역시도 챕터북은 아이에게 맡겨 두는 편입니다. 스르로 읽어내려가면서 다음권을 기대하는 그모습이 보기 좋기도 하거니와 즐기면서 읽는것에 저는 만족하고 있답니다.^^ 이 햇살좋은 아침에 몇자 주절주절대고 나갑니다 ^^ 오늘하루 좋은일만 가득하시고 행복하십시요~
두 아들 맘
2004-04-28 09:23
제가 처음 챕터북을 읽히기 시작할때에 좀 망설였던것이 이양의 챕터북을 어떤식으로 읽게 할까 였지요 그때까지 저는 아이의 실력이라면 좀 뭐하지만 여하튼 수준이 어느정도인지 잘 몰랐다고나 할까요? 그런데 저를 놀라게 한것은 생각지도 못할 만큼의 수준에 와 있다는 것을 처음 챕터북을 읽기 시작할때에 알았습니다, 워낙에 확인 작업을 별로 하지 않는 스타일이었기 때문이지요
두 아들 맘
2004-04-28 09:15
저희아이도 챕터북을 좋아하고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초3) 한글 동화 읽듯이 부드럽게 스스로 의미파악 하면서 읽어 내려가고 있지요 덩달아 아무것도 모르는 4살짜리 꼬맹이녀석도 챔터북들고 자기 것이 라고 서로 싸우기도 하지요 그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둘째녀석이 너무 귀엽습니다. 전혀 모르면서 내꺼라라고 싸우는 걸 보면 말이지요
비탈
2004-04-28 09:04
우리말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가 물어도 문맥에서 유추할 수 있다고 그냥 대답하지 않고 넘어가고 아이 스스로 문맥에서 이해하도록 그냥 두는것도 좋은 방법이겠지만 때로는 콕 집어서 설명을 해 주는 것이 더 효율적인 단어들도 있습니다. 특히 매직스쿨버스 읽을때면 책 자체보다 설명이 필요한 단어가 더 많은듯 하네요^^ 저도 제인오스틴의 오만과편견이라는 책이 왜 대단한 책인지 그저 유치한 삼류소설로밖에 안 여겨지는 수준입니다. 듣기는 더 안되고요. 저보다 아이들 귀가 더 트여있는거 같아요. 듣기의 중요성 공감합니다.
비탈
2004-04-28 08:57
앞으로도 단어자체의 뜻을 영영사전에 있는걸 써본다던지 외우게 한다던지 하는 과정을 하지 않을 계획입니다. 지금도 챕터북에 있는 단어를 공부한다기 보다는 영어동화책처럼 읽고 즐기고 듣고 의미를 파악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뜻이었는데...단 그림이 없기 때문에 제가 대신 몸으로 때운다는^^ 문맥안에서 의미를 알 수 있는 단어는 당연히 그냥 넘어갑니다. 단 문맥을 통해서도 절대 뜻을 유추할 수 없거나 꼭 알고 넘어가지 않으면 전체적인 내용 흐름을 오해할 수 있는 단어들도 있습니다. 그 외에 아이가 콕 집어서 묻는 단어들..
비탈
2004-04-28 08:53
치키치키님^^ 님이 딸아이에게 하시는 방법과 제가 제 아이들에게 해주는 방법이 결과적으로는 같습니다. 저도 지금까지도 그랬고 지금도 쉬운 챕터북이나 동화책은 그냥 읽고 듣게 하지 일일히 한문장 하나하나 뜻을 알게끔 절대로 유도하지 않습니다. 쑥쑥을 통해 아이들 영어를 접한 거의 모든 엄마들이 그러하듯이요. 사전 찾는건 초등학교 입학후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동안 잠자리에서 읽어준 수많은 책들로 일일히 뜻을 알려주지 않았어도 아이들이 스스로 단어를 우리말 일대일 대응이 아닌 의미 파악을 하더군요.
쑥쑥몰
> 
미리내 
챕터북 스스로 읽히기, 영문학 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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