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큐와 집중력 2014-09-24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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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는 머리는 좋은데 산만해서 공부를 잘 못해요~’

혹시 내 아이의 경우는 아닌지요? 많은 엄마들의 걱정 1번지입니다. 아이의 인지능력보다는 집중력이 문제라는 거죠.

 

몇 해 전, 언어병리를 연구하면서 강남의 모대학병원 언어치료실에 몇 개월간 참관을 나간 적이 있습니다. 참관의 목적은 언어진단도구의 개발을 위한 것이었는데 여러 케이스의 환자들을 접했습니다. 언어치료실에는 사고나 질환으로 언어에 장애가 생긴 환자들이나 선천적으로 발성기관에 장애가 있는 환자들이 방문을 합니다. 수술 후 재활을 목적으로 치료를 하기도 하고요. 가끔은 멀쩡해 보이는 환자가 오기도 합니다. 바로 꼬마 환자들이지요. 말이 늦되거나 집중력이 떨어져서 학교생활에 적응이 안 되는, 주로 산만하다고 하는 아이들이 오기도 합니다.

 

외관상 질환이 없는 아이들은 우선 심리검사를 받게 되는데 이때 제일 먼저 하는 것은 바로 아이의 인지능력을 검사하는 일입니다. 일명 ‘아이큐검사’죠. 심리검사실은 언어치료실 바로 옆방이었는데 독일에서 심리학과 정신분석학 학위를 받은 여선생님이 담당하고 계셨습니다. 점심식사도 같이 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검사에도 참여하고 어떻게 분석을 하는지도 설명해 주셨습니다. 인지능력검사에는 여러 영역이 포함되어있습니다. 아이의 상식이나 개념이해, 숫자, 기억력, 공간지각력 이외에 언어능력도 검사하여 종합적으로 평가합니다.

 

병원에서 관찰했던 케이스들 중 아이들에 관련된 몇몇 경우들만 살펴보겠습니다.

 

하루는 나비넥타이를 한 꼬마신사가 내원했습니다. 세련되고 멋진 할아버지, 할머니가 데려오셨더군요. 이 아이는 말이 늦돼서 유치원에서 적응이 안 되는 경우였습니다. 여러 가지 검사 중 빠질 수 없는 것은 바로 아이의 성장환경입니다. 이 꼬마신사의 문제점은 바로 엄청나게 친절한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양육이 원인이었지요. 아빠와 엄마는 전문직이라 바쁘고 귀한 손자를 끔찍이 사랑하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아이가 입을 떼기도 전에 모든 서비스를 착착 해 주셨으니 아이는 굳이 말없이도 잘 지낼 수 있었습니다. 또래집단에 들어가면서 아이의 언어발달에 문제점이 드러났습니다. 그동안 언어를 통한 제대로 된 상호작용이 없었기에 선생님의 지시를 듣지 않았고, 자기표현도 없었으므로 산만하고 말도 어눌한 상태입니다. 이런 경우 아이큐는 낮게 나오게 됩니다. 각 영역이 고루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초등학교 2학년의 남자아이입니다. 학교에서 주의집중력 부족으로 문제가 된 경우입니다. 수업 중 책상정리를 하거나 짝과 잡담을 하거나 수시로 자리에서 일어나 사물함에 물건을 가지러 가거나 교실 뒤 휴지통에 쓰레기를 버리는 등 산만한 경우입니다. 집이나 학원에서도 일정 시간을 제자리에 앉아 있지를 못하고 공부만 하려면 목이 마르다거나 화장실에 간다는 이유로 이동을 합니다. 교사의 지도에도 집중이 되지 않는 경우로, 검사 중에도 지루해 하며 집중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부모가 국제결혼을 한 경우입니다. 아빠와 엄마, 아이를 돌보는 할머니의 언어까지 각기 다른 언어로 아이에게 소통을 시도했던 케이스입니다. 집에서는 웬만한 소통이 되는 것 같았지만 학교에 입학한 이후 언어의 혼란에서 야기된 학습장애로 결국 약물치료까지 받아야 했던 케이스입니다. 역시 증상은 집중력 부족과 주의산만으로 나타났지요.

 

이 아이들의 공통점은 인지능력이 균형있게 발달되지 않았다는 점과 아이가 집중력이 부족하거나 산만하다는 점입니다. 얼핏 보기엔 각기 다른 배경과 원인을 갖고 있는 듯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과도한 관심과 사랑의 부작용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과잉서비스, 멀티언어 능력에 대한 욕심, 이유없이 산만한 듯하지만 그 배경엔 조기교육을 위한 다양한 메뉴 제시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집중력도 경험과 훈련에 근거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습관으로 이어지지요. 집중력은 언제 발휘되는가를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자기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재미를 느낄 때 누가 시키지 않아도 집중력은 저절로 발휘됩니다. 그 순간엔 절대로 산만해 질 수 없지요.

 

조기교육의 붐 속에 던져진 아이들의 현실은 어떤가요. 하기 싫어도 짜인 스케줄에 따라 이동하는 아이들. 좋아하지 않는다면 집중할 리 없습니다. 선행학습과 다양한 조기교육의 열풍 속에 아이들이 집중력을 경험할 기회는 점차 줄어가고 오히려 산만해지는 기회를 주고 있는 건 아닌지요? 뭘 배웠는지 기억조차 하지 못합니다. 아이가 정말 좋아하고 몰입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적절하게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배려하고 훈련시키는 것도 부모의 역할일 듯싶습니다.

 

아이큐는 정규분포곡선에서 보면 85-105사이에 약 2/3 정도가 분포합니다. 그러니 아이큐가 두 자리라고 놀림감이 될 이유는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아이큐가 90이상이면 정규 학습을 하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는 것으로 봅니다. 학습결과도 얼마든지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머리가 딸리기 보다는 집중력이 관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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