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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장 개방에 관한 KBS 토론회를 다녀와서.

글쓴이 히플러

등록일 2004-06-12 09:43

조회수 2,303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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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께, 목요일 오전 11시반부터 kbs 에서 하는 ‘주부, 세상을 말하자’라는 프로그램에
인천 자유경제구역 내 외국학교 설립’에 관한 찬반토론의 패널로 저와 동그라미 모임의 시온맘님이 함께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토론이라고 하니 거창한 것 같지만, 평일 오전에 하는
주부대상 프로그램으로 아주머니들의 입담을 풀어놓듯 솔직하게 생각한 바를 주고받는,
그래도 부담이 덜한 내용이라 참석을 하게 되었지요.

평소에 막연하게 먼 나라 얘기처럼 들리는, 이머전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영훈초등학교나
외국거주기한이 3년 이상 되어야 들어 갈 수 있는 외국인 학교에 대해 이렇게 저렇게 들은 바가
있기도 하지만 교육시장 개방이라는 명제, 그것도 특별히 ‘인천 송도지역의 외국학교’에 대해서
의견을 말해달라는 섭외가 들어오니 일단은 당황스럽더군요.
처음 섭외가 들어온 주제는 이 주제가 아니라 ‘영어공용화’에 대한 찬반토론이었거든요.

교육시장 개방이라는 큰 명제는 소비자인 학부모로서 어느 정도는 반가운 일일 수도 있지만,
교육계에서 반대하고 있는 이번 사안의 경우로 범위를 좁히자면 그 얘기가 좀 달라지기 때문에
신중하게 찬반 의견을 표명해야 했습니다.

요지는 이렇습니다. 인천 자유경제구역의 송도에 외국학교법인에서 초,중,등학교를 설립할 수
있게 하고, 2008년부터 신입생을 받되 총 정원 중 40%를 내국인 학생을 받을 수 있도록
허가한다는 것입니다. 얼핏 요기까지만 놓고 보자면 조기유학까지 갈 필요 없이 한국에서
선진 교육을 받을 수 있다니 환영할 만한 일이지요. 게다가 외국인학교와 달리 몇 년 이상
해외거주라는 조건도 붙지 않구요.

그런데 그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간단한 문제만은 아닙니다.


첫번째, 이 법안이 교육계에서 먼저 발의한 내용이 아니라는 겁니다.

외국학교 설립의 취지는 자유경제 구역에서 외국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그 자녀들을 위한
교육시설을 확충해놓기 위함이고,
그렇게 교육기관을 만들어도 외국인만으로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으니 내국인의 수요를 채워 넣어
수익을 맞춰주자는 취지에서 경제부처에서 압력이 들어와 시행된다는 데 문제의 시작이 있습니다.

‘교육논리’가 아니라 ‘경제논리’에 의해 현행 교육법이 오히려 수정되는 기현상이라는 점. 생각해볼 내용이지요.

두번째, 내국인을 받는다고 모든 내국인에게 평등하게 입학기회가 주어지진 않습니다.

현재의 외국인 학교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도 학비만 연간 2천만원 정도가 듭니다.
하지만 송도에 세워질 학교는 말 그대로 잉여수익금을 본국으로 송환할 수 있는,
‘비즈니스’가 되는 외국학교입니다.

학비 역시 법적으로 제한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 적어도 연간 2천만원 이상은 부담할 수 있는
특수계층만의 귀족학교가 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겠지요.
아이가 둘이면 연간 4천만원입니다…ㅠ.ㅠ

세번째, 현재의 외국인 학교와 달리 학력인정이 됩니다.

학생들이 더더욱 이 학교로 몰릴 것은 당연하겠지요. 하지만 외국의 커리큘럼과 교수진을 그
대로 들여온 ‘명문’ 외국사학이 우리의 국사와 국어를 가르칠 이유는 없지요.
그래서 처음에는 이마저도 과목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가
교육계의 항의로 뒤늦게 추가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것만으로도, 국어와 국사만 과목 추가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될 내용이 아닌,
잘못된 첫단추 끼우기의 졸속행정임을 알 수 있습니다.

네번째, 그렇다고 해서 조기유학 수요를 이 학교가 모두 흡수해줄 수 있느냐? 아니올시다입니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명문 사학이라 하더라도 사회에서 본국의 학교와 동등한 인정을 받을 수는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우리 나라만 해도 서울캠퍼스냐 지방캠퍼스냐 하는 식으로 대학의 등급을
나누고 있지 않습니까.

게다가 아무리 좋은 교수진들이라 하더라도 내국인이 이미 40%인 학교라면 같은 학생들로부터
배울 수 있는 다른 면은 또 포기해야 할테구요. 그렇다면 최상위층에 있는 자녀들은 국내의
외국학교를 최종목적지로 하지 않고 결국 처음부터 유학을 하거나 유학을 하기 위한 발판으로서
이 학교를 다니는, 신종 학력서열이 생기게 될 뿐이라는 겁니다.

게다가 유학의 일반화, 혹은 외국학교의 일반화로 교육계 전반에까지 유학열기를 부추기게
될거구요.

토론에 참석한 한 선생님의 말씀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교육의 기회는 균등해야 합니다. 역사 속에서, 우리는 프랑스 대혁명 이전의 교육과 이후의 교육을 나눠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민중의 피로 쟁취해낸 균등한 교육의 기회가 이제 귀족학교 같은 개념의 교육서열화로 인해 박탈되고 다시 신분의 세습, 고착화를 불러올지도 모릅니다.” 라구요.

대혁명 이전의 평민에게 주어졌던 교육을 한번 생각해보세요. 그때에는 공교육이라는 개념이
희박했습니다. 국민에게 교육의 기회를 균등하게 제공해야 할 의무가 국가에게 있다는 생각이
그 시절에는 별로 없었다는 얘기입니다.

귀족들도 학교를 다니기보다 선생님들이 집에 와서 가르치는, 개인교수 위주였습니다.
지금의 민주주의 적인 교육의 개념이 자리잡기까지 얼마나 많은 희생과 노력이 있었을지
생각해보자구요.

지금 당장 공교육이 불만스럽고 무너지고 있다고 해서 (이 부분은 찬성하는 측이든 반대하는 측이든 모두 공감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당장 내 아이가 혜택 받기 쉬운 ‘특수귀족학교’의 도입만 서둘러
해버린다면, 장기적으로 그 학교의 존재가 미칠 교육계 전반의 파급효과를 무시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민족사관고등학교. 저는 참 좋은 학교라고 생각하고 그 취지 또한 공감합니다.
(울 아이도 당연히 여건이 된다면 보내고 싶습니다. 솔직히.)

괴짜라고 불리울 만한 한 설립자의 완고함이 창조해낸 작품이지요. 하지만 그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여러 과학고나 외국어고, 이른바 ‘특목고’와 더불어 교육계에 미친 영향은 무시하기
힘든 것이었습니다. 결국 민족사관학교는 계층에 상관없이 우수한 아이들의 인재육성이라는
초기의 취지는 사라지고 (안타깝게도 재정난 때문이지만) 있는 아이들 중에서도 최고로 뛰어난
아이들의 경연장이 되어 버렸습니다.

교육특구 강남도 아닌 이곳 부천에서도 아침신문 볼 때마다 끼워져 오는 전단지에서
‘초등학생 민사고/특목고 대비반’이라는 내용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초등학생이면… 아직 아무 생각 없이 뛰어 놀 나인데 이미 ‘입시’를 위한 학원에 내몰리고 있는
현실이지요.

그나마 이번 송도의 외국학교와 비교해서 특목고가 다른 점은, 그래도 ‘실력’에 의한 선발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그 실력을 키우기 위해서 보통 엄청난 사교육비를 감당할 수 있는 계층이 더 큰
혜택을 받긴 하지만요. 하지만 이번 외국학교는 실력에 의한 선발이 아니라 ‘돈’의 문제가 더 큽니다.
초등학생 때부터 그 정도의 교육비를 감당할 수 있는 계층을 위한 학교.
(물론 그마저도 대기자가 줄줄이 늘어서겠지만요.)

개인적으로 유학이나 영어로 수업하는 학교를 반대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완전히 외국 커리큘럼에만 노출되는 교육이라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우나 고우나 우리의 초등교육도 점점 나아지고 있고, 그 속에서도 배우고 있는 것이 많다고
생각하기에 모국어 보다 영어의 비중이 더 큰 교육이라면,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영훈 초등학교 같은 이머전 프로그램이라면 이상적이라고 생각하지만요.

초등학생 시절의 유학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부모와 아이가 뚜렷한 목적이 있거나 철학이 있다면
모를까, 유학을 보낸다면 자신과 민족에 대한 정체성이 확립된 시기, 고등학교 이후 쯤이
적당하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근본적으로 본인의 의사가 반영되어야 하구요.

이렇게 얘기하고 있는 제 자신도 사실 송도 외국학교가 설립되고 나면 막노동을 해서라도
우리 아이들도 그곳에 보내고 싶다는 마음이 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는 아이러니 또한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반대한다고 해서 외국학교 설립이 무산되지도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무턱대고 외국학교 시스템이 우리 나라에 들어오니 일단 넣고 보자, 는 식이 아니라
한번쯤은 우리 스스로가 빗장을 열어 들어온 ‘교육시장개방’과 ‘교육주권포기’와의 상관관계를
곱씹어 보았으면 합니다.

참고로….저희가 토론을 시작하기 전에 한 인터넷의 라이브 폴에서는 ‘외국학교 설립’에 대해
찬성하는 쪽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시작했지만 50 분 후 토론이 끝날 즈음에는 찬성과 반대가
비슷한 분포로 바뀌었습니다.
그만큼 정부에서 이번 개방에 관한 자세한 정보를 국민에게 주고 있지 않았다는 거지요.

웃기는 것은 보수언론과 중도진보언론의 극명한 차이입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한겨레 등
여러 신문에서는 교육계의 의견을 들어 통렬히 비난하는 논조이지만 중앙과 동아는 전반적으로
찬성하되 약간의 문제점을 짚는 식입니다.

조선일보요? ‘교육개방 만만세’ 분위기의 사설입니다. 이왕 하려면 확실하게 개방하고,
반대하는 전교조, 너희들이 꼬우면 너희들도 이런 학교 만들면 될거 아니냐라는 유치한
내용이었습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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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희맘 2004-06-14 21:17 
교육개방-신자유주의에 바탕을 둔, 이른바 강대국의 힘에 의한 세계화의 일부라 생각됩니다. 정말 실상을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히플러님 자세한 글 감사합니다.
히플러 2004-06-14 11:14 
아뇨, 비탈님. 상대라고 해서 억지발언은 없었습니다. 당정책에 관한 토론처럼 정치적인 사람들이 아니라 일반 주부들 대상이었기에 (그나마 반대하는 쪽은 전교조측 교사가 있었기에 좀 더 논리적이고 깊이 있는 제시가 가능했지만) 찬성하는 쪽은 감정쪽에 호소하는 주부님들이 대부분이라 서로의 의견에 수긍하면서도 차분히 의견을 개진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찬성쪽에서도 같은 주부로서 새겨들을 부분은 많았어요. 다시보기를 해도 재미있을 거예요. 단, 저는 초반에 한마디 하고 그다음부터는 입다물고 끄덕거리고만 있었습니다.^^
비탈 2004-06-14 10:58 
귀한 글 잘 읽었습니다. 상대편 패널들의 억지 발언 듣고 혈압오를까봐 방송 다시보기가 두렵네요. 막연했던 생각들의 핵심을 꼭꼭 짚어주시니 속이 시원합니다. 초등학교 수업료가 연간 2000만원 졸업할때까지 1억 2천만원. 휴~~
헬리 2004-06-12 22:47 
히플러님글....첨부터 끝까지 제 맘과 같습니다.특목고 나오면 좋은 대학가고 그러면 돈많이 벌고 그러면 좋은거 아닌가요?..."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초등학생의 인터뷰에 입이 딱 벌어진 적이 있었는데 .....외국학교가 목적이 되는 아이들을 위한 입시 학원이 생기겠군요."외국학교 대비반 유치원생 모집"
카라2 2004-06-12 19:25 
토론에 참석하셨다는 선생님의 말씀,,참으로 인상적인 문구로 가슴에 남습니다..히플러님의 논지 파악도 건강하시고 비판적 안목도 대단하십니다..곁다리 얘기입니다만,,제가 좋아하는 신해철씨가 언젠가 인퍼뷰한 내용중에 자신이 만일 아이를 낳아서 키우게 된다면,,아이의 청소년기는 우리나라에서 보내게 하고 유학을 간다면,,고등학교이후,,그러니까 아이의 사고의 틀이 어느정도 형성이 되고 자기 정체성이나 가치관이 성립된 후에 보내야겠다고 하더군요..자신의 조국이 맘에 들지 않으면,,욕도 해보고 비판도 해봐야지 않겠느냐..라구요..평소 저의 소신이라면,,소신이랄까,,뭐 그런 게 비슷해서 그 사람을 더욱 좋아하게 되었답니다..어찌됐든 ,,영어 중요하고 세계화 좋지만,,유년시절 ,,청소년시절의 공통분모를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것도 좋은 일이지 않나..조기유학 보낼 능력없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참,,우리나라는 그놈의 경제원리를 경제가 아닌,,정치나 교육에 갖다대서 문제인 것 같아요.ㅎㅎㅎ 좋은 글 잘 읽고 많은 생각 가지고 갑니다...
답답맘 2004-06-12 12:19 
인천경제특구문제는 병원도 마찬가지입니다.결국 미리 주판알 다 튕겨보고 돈벌이 안되는 장사는 할턱이 없지요. 그리고 과연 불안하기 짝이없는 분단국가인 이땅에 얼마의 페이를 줄지 모르겠으나 이미 자국에서 충분한 대우를 받고있는 내노라 하는 유명한 외국 교수나 의료진이 와서 상주해가며 교육이나 의료를 맡아줄리는 만무하다는겁니다.아마 유명한 내국인 교수를 스카웃하거나나 아니면 해외교포출신들이 많을겁니다.그래놓고 가끔 한번씩와서 강의같은 것을 해주고 이름값은 엄청나게 챙기겠지요.결국 그몫은 반정도는 우리나라 사람들 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일테고 아무런 비젼이 없고 세밀한 청사진이없는 정부의 대책 과연 어떻게 흘러갈지 답답합니다.
지&정 2004-06-12 10:29 
특별한 신문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 하고 싶지 않지만 조선일보 사설을 읽어보면 참 사람을 바보로 아는구나 하는 마음을 지울수가 없습니다. 이신문 저신문 골고루 봐야 바보가 되지 않는 현실이 싫을때도 있구요 여담이긴 합니다만....

번호 제목 글쓴이 등록일 조회 추천
5626

 꽤 비싸겠는데요

 답글 4개 ▼
분당맘 2004/06/15 2,129 0
5625

 달라지기 시작하는 아이(원어민 수업)

[4]  답글 3개 ▼
8년차 2004/06/15 3,488 1
5624

 산다는 것.

[1]
zero 2004/06/15 1,665 0
5623

 * 정말로 영어를 잘하고 싶으면....(6)

[5]  답글 7개 ▼
모구거 2004/06/14 4,735 0
5622

 힘이되게 도와 주세요

 답글 2개 ▼
연년생맘.. 2004/06/14 1,756 0
5621

 영어학원에서 이런 경험 있으신분?

[12]  답글 1개 ▼
대길상 2004/06/14 3,117 0
5620

 영어연수 보낸 경험있으신분

 답글 1개 ▼
분당맘 2004/06/14 1,743 0
5619

 초등학생 영어능력인증시험

[1]
yoonnamh.. 2004/06/14 2,276 0
5618

 sarah, plain and tall 방송하네요.

완이맘 2004/06/14 1,928 0
5616

 시간이 갈수록 넘넘 속상하고 안타깝네요

[1]
속상맘 2004/06/14 2,355 0
5615

 초등 영어학원,,,,

[1]
영맘 2004/06/13 2,690 0
5614

 인터넷에서 영영/영한사전 추천부탁드립니다.

준맘 2004/06/13 1,771 0
5612

 지난번 공구했던 ort2단계를 어디서 사야할지..

[1]
맘 2004/06/12 1,733 0
5610

 수능영어 듣기 문제 어떻게 다운 받을수 있나요?

 답글 2개 ▼
삐삐 2004/06/12 1,647 0
5609

 ichaelin님에게

[1]
A 모르겠.. 2004/06/12 1,792 0
5608

 교육시장 개방에 관한 KBS 토론회를 다녀와서.

[7]
히플러 2004/06/12 2,303 1
5607

 임정욱님 도와주세요

 답글 1개 ▼
HYR2410 2004/06/12 1,981 0
5606

 아서 어드벤쳐중 한문장 질문이에요.

둥이맘 2004/06/12 1,805 0
5605

 말할 수 있도록 영어를 익히자.

 답글 5개 ▼
미리내 2004/06/12 3,763 0
5604

 영어 유치원을 졸업한 학부모님들께....

[1]  답글 2개 ▼
chris 2004/06/12 2,631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