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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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영이도 자고 남편도 월말이라 늦는 다고 오랜만(?)에 이른 시간에 쑥쑥게시판의 글좀 읽어 보려고 했더니 방문자 수가 많아서인지 잘 안뜨네요. 그래서 제 글만 좀 남기고 새벽에 다시 와야 겠어요.
요즘 남편이 잠자리가 불편하다고 해서 새벽에 인터넷 하는 것도 쉽지 않네요.
13. 토시 하나를 바꾸면
모든 행동에 '나'자를 붙여서 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밥이나 먹을까, 잠이나 잘까, 음악이나 들을까.
어떤 말이든 '나'자가 붙으면 시든 꽃잎처럼
금시 향기를 잃어버립니다. 금시 퇴색해 버립니다.
내가 하는 일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아이들이 하는 행동에 '나'자를 붙이는 경우는 없었는지요.
밤낮 장난이나 하고, 밤낮 싸움이나 하고,
밤낮 컴퓨터 게임이나 하고............
이렇게 '나'자를 붙이면 아이들이 하는 짓이
마땅치 않게 보입니다.
그러나 토씨 하나를 바꿔 보세요.
'나'를 '도'로 바꿔 보세요.
세상이 달라집니다.
죽었던 것들이 싱싱하게 머리 들고 일어설 것입니다.
시들하게 보이던 것들이 갑자기
눈을 비비며 일어설 것입니다.
멀리멀리 떨어져 있던 것들이
가까이 다가서며 악수를 청할 것입니다.
'나'를 '도'롤 바꿔 보세요, 세상이 달라집니다.
아이들이 장난을 칠 때, 컴퓨터 게임을 할 때,
그리고 싸움을 하더라도
한번 '나'가 아니라 '도'자로
토씨 하나를 바꿔서 생각해 보세요.
장난도 잘 한다고 하면
아이들이 귀엽게 보일 것입니다.
컴퓨터 게임도 한다로 하면
아이들이 다른 얼굴로 보일 것입니다.
심지어 싸움까지도 그래요. 싸움이나 하고가 아닙니다.
싸움도 한다라고 생각하세요.
아이들은 싸움을 하면서 커 가는 것이지요.
싸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싸움도 하는 것입니다.
14. 아름다움이 힘이니라
터키 가까운 골짝이라고 했지요.
30만 년 전의 네안테르탈인의 무덤이 발굴된 것입니다.
놀랍지 않습니까. 그 옛날 원숭이와 다름없었던 그들이
죽은 자를 위해 무덤을 썼던 것이지요.
그러나 더욱 놀라운 것은 그 무덤 속에서 꽃이 나왔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그 근처에서는 피지 않는 꽃,
그래서 아주 먼 곳에 가야만 따 올 수 있는 그런 꽃이라 했습니다.
대체 어느 짐승이, 어느 원숭이가 죽은 자의 무덤을 만들고
그 위에 아름다운 꽃을 뿌릴 줄 알았겠습니까.
이것이 바로 인간과 원숭이의 차이입니다.
꽃을 아는 원숭이가.
슬픔과 기쁨을 꽃으로 노래할 줄 아는 원숭이가
인간이 된 것이지요.
황홀한 눈으로 꽃을 바라보았을 때, 그 향기로 숨을 쉬었을 때,
먹을 수도 입을 수도 없는 꽃을 보고 손을 내밀었을 때,
비로소 그 짐승의 가슴에는 인간의 피가 흘렀던 것입니다.
자랑스럽지 않습니까.
먹고 입고 자는 것은 집승도 할 수 있지만
아름다운 꽃을 꺾어 무덤을 장식하고,
어두운 동굴에 벽화를 그릴 줄 알았던 짐승은
오직 하나 네안데르탈인.
꽃의 아름다움이 인간에게
발톱이나 이빨보다도 강한 힘을 주었습니다.
정조가 수원 화성을 지을 때 신하들은 물었지요.
"뭐하시려고 군사들이 싸울 성을
이처럼 아름답게 지으려 하십니까?
튼튼하고 힘있게 만들어 적을 이기시면 그만이지,
왜 그처럼 모양을 내려고 하십니까?"
그 때 정조는 이렇게 말했지요.
"아니다, 이 몽매한 자들아,
아름다움이 곧 적을 이기는 힘이니라." 15. 반짇고리
어머니나 누님의 반짇고리 속을 들여다 보았는가.
작은 골무가 있고, 그보다 더 작은 유리 단추가 있다.
실타래에 몰래 숨어 있는 은빛 작은 강철의 바늘귀가 무엇을 엿듣는가.
색색의 작은 헝겊들, 내가 버린 몽당연필 같은 것들도 들어 있다.
그러나 어느 날, 이 반짇고리 속에서
무지개 같은 찬란한 조각보가 생겨나는 것을,
마술 상자처럼 곱게 기워진 버선이나 양말이 다시 태어나는 것을,
혹은 선녀의 옷처럼 그렇게 눈부신 우리의 설빔이 나타나는 것을 보지 않았는가.
미래 학자들은 현학적인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21세기의 새로운 문명이 온다고.
노스트라다무스를 닮은 예언자들은 쉰 목소리로 외쳐댄다.
지구의 종말이 온다고,
그리고 신문과 텔레비전은 매일같이 기상예보를 하듯
문명의 내일을 암송한다.
그러나 우리는 안다. 미래의 문명은
어머니, 누님이 반짇고리 같은 상자 속에서 창조된다는 것을
남들이 버린 작은 것들을 몰래 모아서
지성의 바늘, 감성의 다양한 색실로 마르고 꿰매고 합쳐
내일 입을 옷을 깁고, 새 문명의 조각보를 만들어 내는
여기, 이 어머니의 작은 반짇고리 속에서 태어난다는 것을.
16. 어머니는 단청 같은 문화예요.
서양 아이들에게 해를 그리라고 하면
오렌지빛이 아니면, 고흐의 그 태양처럼
노랗게 그린대요.
청천 백일기 밑에서 살아온
중국 아이들에게 해를 그리라고 하면
하얗게 그린대요.
그러나 한국 아이들 보고 해를 그리라고 하면
옛날 궁궐 임금님이 앉아 있던 정청의 병풍 일월도처럼
빨갛게 빨갛게 그린대요.
문화는 설명할 수 없지만,
입맛처럼, 어머니가 담근 장맛처럼 설명할 수는 없지만,
피의 세포 속에 몇천 년 몇만 년 전해 내려온
그 유전자의 DNA처럼 우리 몸 속에 배어 있어요.
문화는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나누고 전하는 것.
아버지 어머니의 얼굴을 닮는 것처럼
서로가 서로를 닮는 것이지요.
구한말, 몇백 년 내려온 조선조의 궁궐 안에도
가마가 자동차로 변하는 개화 바람이
모든 것을 서양 것으로 바꾸었을 때에도
그것만은 마지막까지 남아 있었지요.
봉황과 단청과 일월도 같은 상징물들은
그 옛날 5백 년 그대로 남아 있었지요.
몸은 편한 것을 좇아서 가지만,
마음은 불편해도 정이 있는 것을 따라가지요.
어머니는 아이들의 문화예요.
봉황새 같은, 단청 같은,
그리고 빨갛게 그려 놓은 일월도 같은. 17. 도끼를 버려요.
나무를 쓰러뜨리는 도끼자루도 바로 나무입니다.
쇠를 녹여 도끼를 만드는 것도 바로 나무입니다.
나무가 나무를 죽입니다.
그래서 한 자루의 도끼가 숲을 멸합니다.
적은 언제나 안에 있습니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속담도 있지 않습니까.
신뢰는 사회의 자본이라고 했습니다.
우리의 숲을 지키기 위해서는 당장 나무가 나무를 찍는
도끼를 버려야 합니다.
그 도끼를 버리려면,
가족끼리의 사랑만으로 부족합니다.
우리라는 말의 울타리를 넓혀야 해요.
가정의 울타리를 마을의 울타리로,
마을의 울타리를 사회의 울타리로,
그리고 나라의 울타리를 세계의 울타리로,
그래서 지구가 한 울타리가 되려면
내 귀여운 아이의 눈동자가 지구본처럼 되어야 해요.
엄마와 아기,
그 우리란 말이 세계를 향해서 열리는 창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 [일반]천년을 달리는 엄마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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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준영맘 등록일 2001-01-31 22:22 조회수 1,0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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