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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내기는 어려운 문제지만...

글쓴이 승호아빠

등록일 2004-06-30 12:04

조회수 2,285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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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제기하신 문제는 한국의 학부모들 머리 속에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 늘 남아 자꾸 고민하게 만드는 부류라고 생각합니다. 분명 지금의 젊은 부모 세대들은 영어 때문에 한이 맺힌 세대이고 이러한 한을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아 자식들이 어렸을 때부터 영어 교육에 열을 다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합니다.

허나, 이 문제는 어떠한 결론을 몇 번의 논쟁을 통해 이끌어낼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다
라는 사실을 알고 계실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씩 한번쯤은 생각해보고 넘어가야
할 문제인 것도 사실 같습니다.

일단, 들은 이야기부터 한 두가지 해드리겠습니다.

우리나라에 원자핵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자가 한 분 계십니다. 이 분은 고등학교 때부터
천재라는 소리를 듣던 분인데, 과연 그 기대대로 세계 위에 우뚝 선 분이 되셨죠. 그런데,
이토록 뛰어났던 분이 한 번은 젊은 날을 회상하며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내가 영어 공부하느라고 쓴 시간을 전공 공부에 투입할 수만 있었다면 노벨상도 어렵지 않
았을 거라 생각한다"
참, 그 이야기 듣고 얼마나 가슴이 아팠는지... 그토록 뛰어나셨던 분이 한국에서 태어나 영
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이유 때문에 더 큰 성과를 얻는데 실패했다는 이야기는
정말 영어가 뭔지 하는 한탄을 하게 되더군요.

다음 이야기는 외국어고등학교 학생들에 대한 이야기인대요.
제가 이 이야기를 듣고 정말 이냐고 되물을 정도로 저에게는 충격적인 이야기였습니다.
외고 출신이지만 공학이나 과학 분야로 진학한 학생들이 과학고 출신의 학생들보다 대학에
서 더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그 이유가 외고 학생들의 영어 실
력이 뛰어 나서 과학고 출신 아이들보다 훨씬 빨리 외국전공서적을 독파하는데 있다는 것입
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고교를 마치고 외국 대학으로 유학간 아이들이 겪는 제일 큰 고통
이 수업 준비를 위한 엄청난 독서와 리포트 작성에 있다고 하니까 일리가 있는 이야기였습
니다. 1시간에 10페이지 읽는 아이와 100페이지 읽는 아이가 경쟁하는 셈이지요. 그 이야기
를 듣고 저는 "에이.. 외고 출신이지만 원래 과학 쪽에 소질이 있으니까 공대로 간 것 아니
겠어? 그러니 잘 하는 거지.", "고학년으로 올라가면 결국 다시 뒤집어지지 않겠어? 과학고
출신들이 기본이 있는데.." 하고 반론을 제기했지만 씁쓸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두 이야기를 듣고 나면 어떤 기분이 드나요?
일단, 기분이 별로 좋지 않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이 뭐다라는 것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현재 국제 사회에서 지배어의 역할을 하고 있는 '영어는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죠. 그것
도 잘 하면 잘 할수록 좋겠죠. 가능하면 노력을 적게 해서 말이죠(이게 가능한지는 모르겠
습니다).

우리는 별 자원도 없는 조그만 나라에서 태어났다는 운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냉혹한 국제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전공 실력을 갖는 것은 기본이고 국제 언어인 영어에 능통해야 하는
것도 점점 기본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거꾸로 이야기하면 영어할 줄 아는 것은 기본이고 전
공 실력은 계속해서 쌓아나가야 한다는 것이죠. 결국 서양 사람들과는 달리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아야 하는 운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영어만 잘 하는 사람들도 효용 가치가 있었습니다만 지적하신 대로 요
즘은 그것만 가지고는 통하지 않는 세상이 오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제가 생각하기에 전
공 실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부각시킴과 동시에 영어는 기본인 세상이 도래하고 있다는 뜻으
로 해석되는데 제가 너무 오버하는 것인가요? 즉, 영어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이
제 기본이 되어버려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다는 뜻 아닐까요?

영어가 아닌 실력의 중요성을 필리핀과 일본을 예로 들어 설명하셨는데, 두 나라의 국력 차
이는 영어를 잘 하고 못하고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기질 및 문화에 있다고 저 역시 생각합니
다. 아시다시피 필리핀은 더운 나라이고 먹을 것이 천지에 있는 나라입니다.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쪽 계통의 나라 사람들은 천성적으로 낙천적입니다(나쁘게 표현하면 게으르죠).
영어를 잘 사용하지만 죽어라고 실력을 쌓아 세계 무대를 뛰어 다녀야 할 동기부여가 잘 안
되는 나라죠. 말레이시아에서 기술 협력으로 일을 한 분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정말 한국
사람들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안 부지런하다고 합니다. (^_^)

반면, 일본은 다르죠. 섬나라 특유의 폐쇄성이 있으면서도 메이지 유신에서 보듯이 뭔가를
받아들이는 속도 또한 무서울 정도입니다. 우리나라가 유교와 쇄국정책으로 문을 굳게 걸어
닫고 있는 동안 일본 사람들은 문을 열고 기술을 받아들였고, 결국 그 얼마 안 되는 기간
동안의 외국 문물 대응 방식이 오늘의 일본과 한국의 국력 차를 불러왔다고 볼 수 있습니
다. 또한, 일본은 사무라이 문화라 자신의 분수를 지키지 않으면 언제든지 제거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이 살았다고 합니다. 이것이 곧 몇 세대나 계승되는 장인 집안
이 그토록 일본에 많은 이유이고, 이러한 장인 기술이 힘이 되어 일본의 부흥을 이끌었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그리고, 잘은 모르겠으나 일본인들이 대체로 발음은 나쁘지만 영어를 잘
하는 사람들의 수가 우리나라의 영어 잘 하는 사람들의 수보다 작다고 생각되지 않거든요.

하여간, 일본이 오늘 날의 일본이 되는 과정과 우리가 선진국으로 진입하고자 하는 과정이
같을 수는 없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60, 70년대와 2000년대가 같을 수 없지 않겠습니
까? 일본이 고속 성장을 하기 시작할 때는 인터넷도 없던 시대였고, 전 국민이 다 같이 영
어를 잘 해야 하는 시대는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전 세계가 인터넷으로 엮
여 있고, 상당 수의 정보를 영어가 독점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젊은 세대들 역시 제 생각에
는 영어 공부에 골머리를 앓고 있으리라 짐작되는데 일본에 정통하신 분께서 알려주시면 고
맙겠습니다.

대한민국이라는 자주국가에 사는 사람으로서 사실 이러한 현실을 인정하는 것이 몹시 자존
심 상합니다. 특히, 이라크 사태, 북한 문제 등과 관련하여 내 나라의 존재가 미약하다는 현
실 인식이 국민들 사이에 퍼져나가고 있는 이 때, 더더욱 아픔으로 다가옵니다. 하지만 한탄
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것이고, 다들 자기 나라 이익 때문에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국제사
회에서 살아남으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를 냉정하게 분석하고 실행해야 할 것입니다.

결국, 어떻게 하면 전공 실력 향상에 쏟아 부을 시간을 소비하지 않고 영어를 공부할 수 있
을까 하는 것이 저의 관심사이고 그러다 보니 언어에 대한 흡입력이 뛰어난 아이 시절에 영
어를 접하고 배우는 것이 그나마 효과적/효율적이지 않은가 생각하게 되었고, 그것이 제가
쑥쑥에서 배회(?)하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인 것입니다.

그런데 말이죠...
그다지 영어에 관심도 없는 아들(어린 시절에 영어를 배운다기 보다 좋아하게 되어 진짜 필
요할 때 덜 힘들이고 공부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 것이 저의 진짜 목표였는데 말이죠)을 보
면서 제 솔직한 심정은 어서 완벽한 통역기나 번역기가 나왔으면 하는 것입니다.
아아~ 결론이 영 허술합니다.

아무튼, 해답이 잘 안 나오는 문제를 가지고 토론 벌이는 것이 참 힘들기는 한데 꼭 필요는
한 것 같아요....


마이 페이지 > 스크랩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소중한 글에 감사 댓글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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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맘 2004-07-02 11:36 
깊은 공감을 표합니다. 좋은 글 잘읽었어요.
은별 2004-06-30 12:50 
그러나 진지하게 답변해 주신 것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님의 결론이 허술하다고 하셨지만 사실은 가능할 수 있는 부분 아닐까요? 전 가능하다고 보거든요. 그것을 위해서도 실력있는 과학자들이 필요합니다. 아무튼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은별 2004-06-30 12:25 
공감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근데 한국인보다 일본인 영어 실력이 형편없음은 발음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미국에 나가보면 금방 확인 할 수 있고, 미국인들도 다 압니다. 또 시대가 달라졌다고는 하나 지금 시대 나름대로 우리가 더 우뚝 설 수 있는 분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외국어학교에 관한 말씀은 전 동의할 수 없습니다. 어느정도 신빙성 있는 연구가 되어왔는지 알 수 없지만, 만에 하나 단기간으로 그럴 수 있다손 치더라도 고학년이 될 수록 결과는 뒤집어질 거라고 봅니다. 같은 논리로 똑똑한 한국 아이들이 처음 유학생활 초기에는 미국대학생에게 밀리는(?) 듯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더 우수한 경우를 무수히 많이 보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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