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마치 그 배경을 제가 다 만들어 준 것처럼 썼으나, 지금까지 제가 의도적으로 노력했던 과정들이 다른 이들의 격려와 도움과 합해져서 나타나는 결과라고 생각을 합니다.
어제는 마침 조용한 시간이 있어서, 요즘 독서에 열광하는 제 아이들을 보면서, 내가 아이들을 위해 한 것이 무엇이었나를 생각하며 한 번 적어 보았습니다.
1.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준다: 다른 엄마들과 마찬가지로 저도 제 아이들이 태어나면서부터 책 비슷한 모양의 장난감부터 시작으로 같이 놀아주었습니다. 한국에 있을 때는 직장에 다니느라 워낙 여유가 없어서, 좋은 책 선정도 할 수가 없었고 해서, 클래식 테이프, 카드, 장난감 등과 세트로 되어서 들어있는 몇 권 안 되는 책을 시간만 나면 아이들을 안고 읽어 주었습니다. 첫째가 걷기 전 9개월 쯤에는 말은 할 줄 몰라도, 제가 책을 좌악 늘어놓고 그 책의 앞 구절을 말해주면(저도 아이의 책을 다 외우고 있었으니까요^^*), 그 책을 손으로 잡아내더군요. 얼마나 신기했던지..
밴쿠버로 이민을 온 후에는 도서관 바로 옆에 우연히 살게 되어서, 도서관을 밥먹듯이 아이들과 드나들면서 책을 빌려 집으로 나르기도 하고, 햇살이 따사롭게 비치는 도서관 창가의 소파에 앉아서, 또는 바닥에 철퍼덕 앉아서 아이들과 그림책을 읽기도 하고..밤에 자기 전에 또 읽고, 읽고, 또 읽고... 전업주부가 된 저는 부엌일은 별로 돌보지 않으면서 아이들 책을 읽히는 일에는 참 열심을 내었습니다. 내가 이렇게 시간이 많을 때 아이들과 같이 해야지..하는 마음을 늘상 갖구요. 왜냐면, 직장에 다닐 때는 퇴근 후면 지쳐서 아이를 안고 쓰러져 자기 바빴으니까요.
집중력이 떨어지는 저는 어릴 때, 진득하니 앉아서 한권의 책을 끝냈던 기억이 없습니다. 특히나 색색의 그림이 첨가되지 않은 책은 아예 거들떠도 보지 않았고, 그림이 있는 책들도 주로 그림만 보면서 혼자 이야기를 상상하다가 끝내곤 했었지요. 지금도 그 버릇은 여전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책을 몇 권을 빌린 후, 그 책들을 조금씩 각각 시간을 내어서 골고루 봅니다. 그랬던 제 자신이 싫어서, 제 아이들만은 책이 너무 재미있어서, 스토리에 푹 빠져서 끝날 때까지 일어나려 하지 않는 아이가 되도록 해 주고 싶었던게지요.
그런데,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일은 지금(큰아이: 만11세, 작은아이:만9세)까지도 가끔씩 합니다. 아이들이 자신들이 읽고 싶어하는 책이 없고, 다른 할 일이 없어서 심심하다고 노래를 부를 때, 제가 권하는 책은 싫다고 할때...그 책을 들고 아이방에 앉거나 누워서, 듣던 말던 제가 소리를 내서 읽기를 시작합니다. 10-20분을 읽어도 아무 반응이 없으면 그냥 나오고, 아이가 덜 움직이고 귀를 기울이는 것 같으면 계속 읽습니다. 아이가 한참 재미있어 하는 눈치가 보이면, 제가 '아, 피곤하다..이제 그만 읽어야지~' 라면서 슬쩍 몸을 일으킵니다. 큰 아이는 얼른 책을 나꿔 채서 자기가 그 책 속으로 얼굴을 파묻습니다. 작은 녀석은 제가 책 읽기를 멈추면, '엄마, 계속 하세요..나 열심히 듣고 있어요!'라며 다그칩니다. '엄마 목도 아프고 힘들어. 다음에 다시 읽자.'라고 하면 옆에서 더 읽어달라고 들들 볶아서, 제가 계속 읽기도 합니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준 것이, 아이들의 책에대한 흥미를 유발시켜 주는데 커다란 역할을 했다고 생각이 듭니다.
2. 도서관에 같이 가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을 고르도록 해 준다 :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도서관에 같이 가서 눈에 보이는 대로 고르게 하거나, 자신들이 좋아하는 책이 어디 있는지 아니까, 그곳에 데려다 주거나 해서 고르도록 했습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아이들 자신의 도서관카드를 만들어 주었구요, 아이들에게 도서관 컴퓨터에서 원하는 책을 찾아서, 도서관의 어느 책꽂이에 있는지 스스로 찾아낼 수 있도록 가르쳐 주었구요, 책이 없으면 다른 지점에서 찾아보거나 예약을 하는 법도 가르쳐 주었습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자신들이 원하는 책을 찾을 수 있다는 것에 희열을 느끼며 더 열심히 책을 보더군요.
3. 책을 읽어주다가 가끔씩 아이들이 책을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한다: 조금 어려운 단어들이 나오는 책인 경우는, 전체적인 내용을 대충 이해한다 해도, 정말 그 스토리의 묘미를 알게 해 주는 특정 단어들의 뜻을 모르면 이야기의 참맛을 못 느낄 경우가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나오면 아이들에게 의미파악을 하고 있는지를 묻고, 모른다고 하면 설명을 해 주기도 했습니다. 사전 찾기 귀찮아 하는 아이들이 한 동안 단어 뜻을 물어와서 거기에 대답하느라 많은 시간을 보낸 적도 있습니다. 저도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제가 벌떡 일어나 사전을 가져와서 아이와 함께 찾아봅니다. 아이들이 더 크니까, 사전을 찾을 일도 적고, 어휘력도 저절로 많이 늘어서 편해졌지만, 작은 녀석은 아직도 새로운 단어의 뜻을 알고 싶어해서 덕분에 저도 배우는 것이 많습니다.
4. 다른 특정 스케쥴에 얽매이지 말고 아이가 읽고 싶어하면, 읽게 해 준다: 아이가 일단 책을 들고 집중을 하고 있으면, 식사 시간을 조금 연장 하더라도, 시장에 데리고 나갈 시간을 조금 뒤로 미루더라도 그냥 읽고 싶은 만큼 읽도록 놔 두었습니다. 열심히 읽다가 도중에 그 재미를 끊어버리면, 경우에 따라서는 나중에 다시 그 책을 잡으려 하지 않는 경우도 있더군요.
5. 아이들이 읽는 책을 부모도 한 번씩 읽어본다: 저와 제 남편은 아이들이 빌려 온 책들을 읽습니다. 저는 말씀드린 대로 집중 시간이 짧아서 제대로 끝까지 읽어보는 경우가 적은데, 제 남편은 비교적 우수한 집중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책을 들고 푹 빠집니다. 집에 늘어져 있는 것이 아이들 책이니까, 앉아 있다가 손에 잡히는 것이 있으면 끝까지 읽고야 맙니다. 그리고 저녁 식사 시간에 아이들과 같이 그 책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하며 낄낄거리기도 하고요... 사실, 아이들 책이 참 재미있습니다. 어렵지 않아서 이해도 쉽고, 아이들 책을 읽으면서 어린 시절 추억에 잠기기도 하구요..저는 끝까지 다 안 읽어도 어떻게든 엄마가 너와 같은 책을 읽고,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서, 부분부분이라도 이야기나 인물을 끄집어 내어서 짧게 대화를 하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은 자신들이 책을 읽다가 재미있는 부분이 나오면 저를 찾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합니다. 그럴 때는 무조건 열심히 들어줍니다. ^^*
6. 기회가 되면, 아이들이 읽은 책에 대한 느낌을 일기에 적어보도록 권유한다: 저도 그랬듯이, 아이들도 독후감이니 감상문이니 이런것 쓰기를 꺼려합니다. 이미 학교에서 한 학기에 몇 번씩은 공을 들여서 Book Report를 써야 하기 때문에, 그게 '숙제(Work)'처럼 느껴져서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그렇지만, 자신이 읽은 책에 대해 써 보는 것은 참으로 좋은 reflection이 될 수가 있고, 책을 더 잘 이해하고 비판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줄 뿐 아니라, 써 봄으로써 책 속 이야기 안에 나 자신을 끼어 넣어볼 수 있는 커다란 간접 경험도 해 볼 수 있는 것이지요. 아무 형식 없이 자유롭게 편안한 마음으로 마음대로 일기에 써 보라고 권유를 합니다.
7.좋은 책을 추천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 아이들에게 '네가 읽은 책 중에 권하고 싶은 책이 있느냐?'고 제가 물어서, 아이가 골라주는 책을 읽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은 저에게 책을 골라주면서, 그 줄거리와 인물들, 재미있는 부분들을 덤으로 설명해 줍니다. 저도 그 이야기가 재미있지만, 그 내용을 설명하면서 아이들은 또 다른 재미를 경험하는 것이지요. 일종의 '발표' 경험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자기네들끼리도 좋은 책들은 서로 열심히 돌려보면서 느낌을 나누기도 하더군요.
8. 한 작가의 책을 여러 권 읽어보도록 권한다: 작가들 중에서도 작품성이 뛰어난 책을 여러 권 쓴 작가들이 있습니다. 아이들은 그들의 책을 읽으면서, 마음 속에, 상상 속에 자기들만의 세계를 만들어 갑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멋지고 풍부한 또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 주는 그 한 작가의 여러 책들을 될 수 있으면 여러 권 읽어보도록 권유를 합니다. 그럼으로써, 아이들은 한 작가의 작문 스타일을 알게 모르게 터득하게 되고, 아이들 내면의 또 다른 세계를 깊이있게 소유하는 것 뿐 아니라, 문장력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이지요.
제 아이들은 아직까지는 주로 소설에 흥미를 붙이고 있는 듯 합니다. 비소설들도 가끔씩 소설들에 묻어서 빌려지기도 하지만 읽혀지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제가 읽어주기도 하고, 흥미를 유발 시켜주려고 짬짬이 노력은 했으나, 역시 지금은 아닌가 봅니다. 스토리에 빠져있을 때, 실컫 빠져서 헤엄치는 모습을 한동안 즐겨 보렵니다.
방학 후 시작한 컴퓨터에 일기 쓰기는 잘 지켜지고 있습니다. '상'을 바라보고 쓰는 일이지만, 그 일 자체가 재미있어지고, 자기도 모르게 늘어나는 '이야기를 푸는 실력'을 나중에 가면 알 수 있겠지요.
새로운 하루가 평화롭게 시작 되었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길 바라면서..이만 총총..

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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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만든 배경-나의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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