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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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처음으로 제대로 캠핑장비를 구비했습니다.
텐트, 밑에 까는 메트레스, 메트레스 펌퍼, 삽, 도끼(나무 자를), 빨래줄(빨래 말릴)..
그리고 우리 가족끼리만의 제대로 된 첫 캠핑을 가졌습니다. 날을 잘 잡아서, 그만 밤에 비가 오기 시작하더군요. 폭풍우 수준이었습니다. 차가 컸으면, 차 안으로 피신이라도 했을텐데, 아이들은 그래도 그 폭풍우 속에서 잘 자더군요. 텐트의 방수 성능 확실히 확인했습니다.^^*
다행히도 거기서 우리 이웃을 만났습니다. RV(Recreational Vehicle)를 결국 사 버리고 만 우리 아파트 메니져입니다. 아들 둘이 우리 아이들과 나이가 비슷해서 잘 노는데, 너무 반가왔고, 우리는 그 집의 RV안에 들어가서 아침을 해 먹었죠.
커다란 차 안에 없는게 없어서 놀랐습니다. 시골쥐가 서울쥐의 집에 가 본 느낌. 커다란 2인용 침대가 한 방에 있었고, 방 안에는 옷 거는 벽장도 있습니다. 방을 나오면, 거실인데, 작은 화장실이 딸려있고, 귀여운 창문에 블라인드가 걸려 있습니다. 창문 밑에 소파가 있어서 제가 남편과 거기 앉았었고, 맞은편에 역시 창문이 있고, 테이블을 꺼낼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아이들은 거기에서 monopoly게임을 꺼내놓고 넷이 앉아서 게임을 재미있게 시작하더군요. 우리의 메니저 아저씨는 작은 싱크대 앞에서 냄비를 닦고, 완벽한 축소형 부엌에서 우리의 깡통 수프를 부어 끓였습니다.메니저 아저씨는 덩치가 어마어마하게 큰 사람으로 그 축소형 부엌에서 보니까, 걸리버 아저씨가 소인국에 와 있는 그림을 보는 것 같더군요. 커피까지 근사하게 얻어먹고 나와서 비를 맞으며, 젖은 우리 텐트를 걷어 집에 돌아왔던 기억이 납니다.
아저씨는 사철 주말만 되면, 아이들 데리고 차를 끌고 여행을 다닙니다. 부러운 일이지요. (역마살 때문인가?) 그 차(차라기 보다 트레일러죠. 트럭뒤에 달고 다닐 수 있게 만든것입니다.)만 자그마치 20,000불이 넘는다니까, 우리는 당분간 꿈만 꾸고 삽니다. 꿈이라도 꾸다보면 어느날 구입할 수 있을지..그걸 사놓고도 그때는 이미 아이들이 너무 커 버려서 더 이상 부모님과 안 다니겠다고 하면 어쩌죠?
그리고 그 텐트를 가지고 작년에 일주일을 잡아 로키산을 다녀왔습니다. 밴쿠버에서 로키까지는 운전해서 15시간 이상 걸립니다. 캘거리에 제 대학동창이 그 당시 1년 전에 이민을 와서 (제 꼬임에 빠져서 그만 이민을 오고 말았습니다), 작년 여름, 친구와 우리의 집을 서로 일주일간 바꾸었습니다. 그 집 식구는 밴쿠버 여행을 오고, 저희는 캘거리 여행을 간거죠.
가는 길에 오카나간 국립공원에 있는 캠프장에서 하루 잤습니다. 몇 달 전에 미리 예약을 했는데도, 좋은 자리는 아니었습니다. 밴쿠버에서 5시간 정도 운전해서 갔는데, 그 곳은 이곳과는 지형도 기후도 무척 다르더군요. 훨씬 덥고 건조했습니다. 다른 나라에 온 것처럼 신기했습니다. 오카나간 레이크는 유명한 호수입니다. 호수라고 창경궁의 작은 호수를 생각했는데, 한강만큼 크고 길더군요.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텐트를 우리 자리에 치고, 저녁을 간단히 먹은 후, 해가 떨어지기 전에 호숫가로 수영복 가지고 나갔습니다. 물이 수영장보다는 차가왔지만, 아이들은 상관 않고 들어가더군요. 제 아들이 물속에 들어가서는 줄 서서 다니는 물고기들을 따라 다니며 즐거워했습니다. 남편과 저는 맑디 맑은 물을 보고, 열심히 비디오테입을 돌려서 찍으면서, 한국의 어디도 이만큼 물이 맑은데..하며 어쩔 수 없는 한국사람 티를 팍팍 냈습니다.
날이 어두워지자 남편과 아들은 텐트에서 잠을 청했고, 저는 제 딸과 함께 텐트 밖의 피크닉의자에 길게 누워서 별구경을 했습니다. 이곳 별과 달은 한국하늘에서 보는 그것과 많이 다릅니다. 무척 크죠. 언젠가 최지연님의 글에서 큰 달을 보고 놀라셨다고 하셨듯이, 추석때나 대보름의 달은 정말 장난이 아니게 큽니다. 아이들이 달을 보고, 정말 무서워할 정도입니다. 별도 큽니다. 그리고 색깔들이 실제로 보입니다. 오렌지색, 파란색..딸과 함께 누워 하늘을 가득 메운 별들을 바라보았습니다. 우리 딸도 별똥을 보며 소원비는 것을 광적으로 좋아합니다. 소원 많이 빌었습니다. 지금도 마음속에 그대로 남아 있는 아름다운 하늘이었습니다.
그리고, 친구 집에서 사흘밤을 자고 그 주변을 열심히 운전해서 다니면서 로키의 유명한 관광코스를 모두 다녔습니다. 공룡박물관이 저는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하루는 호텔에서 우아하게 잤습니다. 하룻밤 네식구 자는 데, 400불 넘게 주었습니다. 흑흑..그리고 마지막 날은 돌아오는 길에 밤 늦게야 찾아낸 캠핑장에서 잤습니다. 하늘이 땅까지 내려와 있는 넓고도 넓은 곳이었습니다. 강을 끼고 있어서, 강에서 펄쩍거리며 뛰는 송어들을 볼 수 있었고, 밤하늘이 내리기 직전의 붉디붉은 노을은 우리 네 식구의 가슴을 뛰게 만들었죠. 대충 밥을 해서 먹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밴쿠버와는 달리 밤에도 춥지 않아, 텐트에서 잘만 하더군요. 그렇게 작년에는 우리 텐트를 십분 활용했습니다.
성능 좋던 중고 볼보가 우리의 일주일 록키여행에 그 몸을 다 바쳐 헌신하고는 그만, 그 이후로부터 절룩거리다 돌아가셨습니다. 그래서, 전재산을 들여서 큰맘먹고 꿈에그리던 도요다 시에나 미니밴을 샀습니다. 전재산을 들여서 다운페이만 한거죠. 앞으로 차 할부값 갚아 나가는게 큰 일입니다.
그래서 이번 여름에는 우리의 밴을 타고 캠핑을 갔습니다. 쾌적한 분위기로 말입니다.
작년에 비 맞던 그 장소로 갔지요. 아이들이 너무 좋아했습니다. 작년에는 바위 타기도 하고, 여기저기 탐험도 하고..하며 둘이서 추억을 나누는 걸 들으며 흐뭇했습니다. 서쪽이라서 바다로 해가 지는 것을 볼 수 있는 곳입니다. 바닷물이 너무 맑아서 다 들이 마시고 싶었습니다.(왜 맑은 물을 보면 마시고 싶을까요? ) 초록에 우유를 확 부어놓은 듯한 색깔. 아이들이 Aqua green이라고 하네요.
제 아들은 역시 뛰어 들어서 수영을 한 바탕 하고, 작년에 올랐던 바위를 또 한번 타고, 돌아오면서 블랙베리를 따서 먹고...
이제는 아이들이 커서 말입니다. 남편과 제가 언제나 되어야 우리 둘만 좀 다닐 수 있을까 고대했는데, 이제 때가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만 텐트에 남겨두고, 저는 남편과 함께 롤러 블레이드를 둘이 타고 나가서, 남편이 스킨스쿠버 다이빙 하던 곳까지 가서 둘러보고 돌아왔습니다. 돌아와 보니 어두워졌는데, 아이들 둘이서 앉아 불을 켜고 체스를 한 판 두고 있더군요. 아, 너무 행복했습니다.
아이들이 넘어질까 다칠까, 물에 빠질까 잠시도 눈을 뗄 수 없었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때의 한숨을 이제야 보상 받나봅니다. 쑥쑥엄마들도 기다리세요. 이런 날이 옵니다.
'엄마, 넘어졌어요.' '엄마, 모기 물렸어요.' 하면, 이제는 '그래, 약품 상자 어디어디에 있으니까, 거기 열어서 약 발라라. 잘 소독한 후에 반창고 붙여놔라.' 합니다. 이제 조금 후면, 아이들이 달려와서, '엄마, 조심하시지 그러셨어요.' 하며 제 상처를 소독해 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룻밤 자고 돌아왔는데, 짐으로 봐서는 한 일주일 어디 갔다 온 집 같더군요. 빨래 다 하고, 짐 정리 하고는 쓰러졌지요. ^^ 아직까지는 아이들이 어리니까, 부모님이 가는 곳이면 아무말 않고 따라 다니지요. 자기들끼리 훌훌 떠나 다닐 때가 되면, 또 어떤 생각이 들까...가끔 떠 올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