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몰
>
아이들 가르친지 그럭저럭 2년이 넘어가네요.
그동안 알파벳도 모르고 저에게 왔던 아이들...각종 회화학원을 전전하다 온 아이들..속셈학원에서 거기/ 있습니다/ 하나의/ 사과가....이런식의 해석방법을 죽어라 배워온 아이들...이런 저런 아이들 때문에 속끓이고 울고 웃었던 세월이었네요.
아이들 마다 배움의 속도가 달라 눈부시게 발전한 아이가 있는 반면 그냥저냥 가방만 들고 왔다갔다 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성실한 아이, 도통 배움에는 관심 없는 아이, 영어 따위 안배워도 얼마든지 잘 살 것만 같은 씩씩한 아이...가을 바람이 불어서 그런가요? 요즘은 그 아이들 하나하나가 소중하게만 느껴집니다.
그런데 뭐니뭐니해도 요즘 화두는 이제 일곱살인 제 아이입니다.
엄마가 다른 아이들한테 홈빡 빠져 있는 관계로 제 아이는 거의 방치수준입니다.
자기 방까지 공부방으로 점령하곤 문만 열어도 인상을 있는대로 쓰는 엄마 앞에 아이는 아연실색을 합니다.
아예 책장을 거실로 빼버리곤 공부방엔 절대 못 들어오게 하는데 그동안 잘 참아오던 아이가 얼마전부턴 드디어 한계에 이르렀나봅니다.
책보다 지치면 비디오 보고 비디오 보다 지치면 또 책보고...그렇게 하루종일 혼자 시간을 보내려니 누군들 안지치겠습니까?
혼자 빈둥거리는게 불쌍해서 아파트 곳곳에 포진해 있는 과외방들로 줄곧 돌려도 봤습니다.
은물, 오르다, 미술, 피아노, 씽크빅, 영어학원, 심지어 과학까지...뭔가 바래서라기보다 집에 있느니 가서 친구라도 만나보라는 차원이었죠.
당연히 숙제도 안해 가고 매일 선생님께 걱정만 들었겠죠.
그랬더니 아이가 어느날 반항을 하대요.
자기는 집에서 빈둥거리는 게 좋으니 은물하고 오르다, 피아노 말고는 다 끊어 달라는 겁니다.
그리고는 유치원 선생님 품에 안겨 통곡을 하더라네요. 불려가서 미국인 선생님한테 무지하게 혼났습니다.
거기에 쇼크 받아 모든 거 올스톱....니 맘대로 놀아라....그렇게 된지 7-8개월 됐나봅니다.
그런데 한달전부턴 빈둥거리는 것도 지겹다고 떼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전에 같지 않게 늘 어리광에 짜증만 가득한 아이로 변해가는 겁니다.
그러면서 닥치는 대로 책만 읽어 제끼는데 하루는 책장에서 꺼내 놓은 책이 수북히 40권은 되더이다.
그날 하필 사설 도서관을 운영하는 학부형 한분이 저희집을 방문했다가 너무 깜짝 놀라시며 이대로 방치했다간 큰일난다고 충고를 해주시대요.
혼자서, 그것도 한꺼번에 폭식하듯 이렇게 다독하는 건 정신적으로 치명적인 독이라는 겁니다.
그건 책을 좋아서 읽는게 아니라고 하시면서요.
어...이거 뭐야.....돈 번답시고 자식하나 있는 거 바보 만드는 거 아냐....
아이 아빠랑 저랑 혼비백산...선생님한테 혼나고 왔을때 진작 정신차렸어야 했는데...
그래서 결국은 의논끝에 어머님들께 어렵사리 양해를 구하고 아이를 위한 시간을 만들기로 결심했죠. 그것도 물론 쉬운 일은 아니더이다. 영어라는 과목이 한 사람이 몇년 관리하는게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터득하고 계신 어머님들께서 순순히 동의하실리 만무하겠죠.
저희 아이 얘기는 그냥 변명에 불과하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온갖 협박(?)과 질타(?)가 난무한 끝에 그래도 시간 여유가 있는 저학년 몇팀은 결국 헤체하고 아이하고 인라인 스케이 타러 다니고 공연보러 다니는데 많은 시간을 쏟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딱 한달정도 됐나봅니다.
그렇게 느껴서 그런지 아이도 인제 제법 여유 있어 보이네요.
수업할 때도 보채지 않고 그냥 저냥 자기 생활을 스스로 꾸려가는 것 같습니다.
요즘 제 아이를 보면서 경제활동이라는 이름으로 제가 부렸던 욕심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그리고 아이의 장래를 위한다는 명목하에 아이에게 강요해왔던 많은 일들, 책보다, 영어보다 더 중요한게 정서적 안정이라는 너무나 단순하고 진부한 진리에 대해서도 말입니다.
아이의 정신세계를 욕심과 무심함으로 위기에 빠트려 본적이 있는 한심한 에미의 후일담에 불과하지만 한번쯤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특히 9개월된 우리 아이 영어 공부 어떻게 할까요?
24개월된 우리 아이 영어 어떻게 할까요?라고 질문하시는 어머님들...그냥 예쁜 그림책 우리말 영어 가리지 말고 많이 읽어주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가까운 공원에 데리고 나가 지칠때까지 놀리시세요. 제 경험으로 영어 공부는 다섯살 후반기에서 여섯살무렵부터 동화책 듣기 시작해도 충분하고 넘치더이다.
24개월에 영어 공부 시작한 아이나 48개월에 시작한 아이나 다를 바가 없다는 얘기구요.
심지어 2학년에 알파벳 모르고 저한테 온 한 아이도 1년 정도 지나서는 영어 유치원이다 학원이다 해서 영어 구력 7년째인 같은 학년 아이보다 훨씬 월등한 경우도 봤습니다.
발음도 전혀 문제 없고 듣기에도 전혀 문제 없었습니다.
물론 그 아이 어머님은 2학년에 시작했지만 뒷심있게 아이를 밀어주신 경우입니다.
저희 아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알파벳도 제대로 모른체 여섯살에 처음 영어 유치원 들어갔는데 지금은 매칙트리하우스 30분이면 읽습니다. 요즘은 매직트리 가이드인가요? 매직트리에 나오는 특정한 내용을 깊이 있게 공부하는 과학, 역사서가 있는데 그거 읽느라 정신 없습니다. 물론 1년 6개월 정도 어머님들이 해오신 방법으로 동화읽기. 듣기 꾸준히 해왔구요.
인터넷 동화싸이트랑 몇개월 동안 하루에 한시간, 어떤땐 두시간씩 친구했고 차로 여행할 때 테잎도 많이 들었습니다.
듣기 많이 하고 외국인 교사와 수업하니 전혀 의사소통에 문제 없습니다.
유치원 선생님은 미국에서 교사생활하신 분인데 리딩이랑 공부 수준으로 보면 당장 미국가도 2학년에 입학할 수 있다고 합니다.
말하기는 미국 아이 기준으로 네살 정도 밖에 안된다고 하구요.
그런데 문제는 1학년이 되는 내년부터입니다.
요샌 9시 30분부터 2시까지 매일 외국인하고 공부하고 오지만 내년부턴 당연히 영어에 노출될 시간이 확 줄어들겠죠. 그러다 보면 결국은 말은 까먹고 리딩 능력만 계속 늘어갈겁니다.
할 수 없는 노릇이죠...그걸 어찌하겠습니까? 미국 가서 살지 않는한...
그걸 막아보려고 저도 별 궁리를 다해봤지만 답은 포기입니다.
미국 아이처럼 영어 잘하는 아이로 키우려고 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그럼 뭐야? 결국은 한국 사회에서 영어 잘하는 아이....자기 일에 지장없을만큼 영어 능력 있는 아이로 키우겠단 얘긴데 그렇게까지 서두를 것도 없었잖아?
영어로 사고하는 아이....건 영어권에서 살지 않는 한 불가능한 건데....그렇다면 어찌되었건 영어로 말할 수 있고 전공서적 읽어낼만큼 영어 잘하면 된단 결론이네요..
왜 그렇게 애를 볶아챘는지.....도무지 제 자신을 이해 못하겠네요.
이제 제 아이는 스타트에서 성장기 초고속 성장기를 거쳐 긴 정체기에 들어간 듯합니다.
아마도 그 정체기는 외국에 나가거나 스스로 외국인을 찾아다니며 말하기를 써먹을 기회가 올 때까진 계속될 듯 하네요.
외국인이랑 말할 기회는 학원이든 원어민 방문 교사의 형태이든 계속적으로 주어지겠지만 그게 일주일에 몇번이 될지 알수도 없고 얼마나 말하기에 도움이 될지는 더욱 알 수가 없습니다.
그냥 지금까지 열심히 해왔던 거 유지한다는 수준이겠죠...
그게 정말 열심히 영어유치원 다니면서 엄마표 영어해온 제 아이의 현주소이며 미래상입니다.
그렇다고 절대 조기영어 교육의 당위성을 부정하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절대 찬성론자랍니다.
다만...좀 여유를 가지시란 거구요. 막 달려왔는데 갑자기 어안이 벙벙해서 어디로 가야할지 내가 왜 이렇게 숨가쁘게 달려왔는지 황당한 저의 심정에 대한 횡설수설인지도 모르겠구요.
요즘은 하여튼 제 절박한 화두는 아이의 정서적인 안정입니다.
그래서 공부보다는 열심히 노는 쪽에 더 무게를 둡니다.
쓰러져 잘 때까지 놀리는 것....어떻게 하면 즐겁게 놀릴까?////한번 쓴맛을 본 엄마라 그 궁리에 더 바쁘답니다.
근데 열심히 논 아이가 더 저력있다는 얘기 고학년 어머님들은 많이 하시더군ㅇ.
저도 전엔 무슨...그런...말씀도 안되시는 말씀을.....차근차근 공부한 아이가 최고지...
21세기! 최소한 공부에 있어서 인생역전은 없다...이런게 제 지론이었거든요.
근데 가치관이라는 것도 자주 바뀌는 건가 봅니다.
도움도 안되는 횡설수설이 너무 길었네요...
죄송합니다.
| 스타트, 성장기. 초고속 성장기, 정체기...그 다음은? |
|---|
|
글쓴이 치키치키 등록일 2004-09-21 11:42 조회수 3,015 댓글 3 |
쑥쑥닷컴 - 파일 다운로드
파일을 다운로드 합니다.
댓글 남기기
마이 페이지 > 스크랩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소중한 글에 감사 댓글 남겨주세요.
 |
    |
| 로그인 후 덧글을 남겨주세요 |
|
||||||||||||||||||||||||
|
|
룬다맘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등록일 | 조회 | 추천 |
|---|---|---|---|---|---|
| 6363 | [7] | 고민되는.. | 2004/09/23 | 3,720 | 0 |
| 6362 | [1] | happyjun.. | 2004/09/23 | 2,177 | 0 |
| 6361 | [4] | 후 | 2004/09/23 | 2,292 | 0 |
| 6360 | [2] 답글 1개 ▼ | 쩡맘 | 2004/09/23 | 1,887 | 0 |
| 6359 | [2] | 보둘맘 | 2004/09/23 | 2,661 | 0 |
| 6358 | [3] 답글 1개 ▼ | 에이맘 | 2004/09/22 | 2,077 | 0 |
| 6356 | 답글 2개 ▼ | 제이 | 2004/09/22 | 2,712 | 0 |
| 6354 | 아이맘^^.. | 2004/09/21 | 1,521 | 0 | |
| 6353 | [4] | 초1맘 | 2004/09/21 | 2,431 | 0 |
| 6351 | [3] 답글 2개 ▼ | 치키치키.. | 2004/09/21 | 3,015 | 0 |
| 6350 | [1] 답글 1개 ▼ | 현수맘 | 2004/09/21 | 2,216 | 0 |
| 6349 | [1] | 혜나맘 | 2004/09/21 | 1,652 | 0 |
| 6347 | [4] | 재희맘 | 2004/09/20 | 2,409 | 0 |
| 6346 | 답글 2개 ▼ | 매미맘 | 2004/09/20 | 2,103 | 0 |
| 6345 | [1] | 파이리 | 2004/09/20 | 1,718 | 0 |
| 6344 | 호맘 | 2004/09/19 | 1,571 | 0 | |
| 6343 | [6] 답글 1개 ▼ | 둘아맘 | 2004/09/18 | 3,592 | 0 |
| 6342 | [2] | 바다맘 | 2004/09/18 | 1,866 | 0 |
| 6341 | 오아시스.. | 2004/09/18 | 1,492 | 0 | |
| 6340 | [5] | 임정욱 | 2004/09/17 | 4,365 | 0 |
스타트, 성장기. 초고속 성장기, 정체기...그 다음은?
최신
이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