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일반] 영어 마주 이야기 2001-02-08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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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2월

아동학을 전공하고, 오랫동안 유치원 교사로 근무한 분으로부터 들은 우스개 소리입니다.

유치원 교사들은 두 부류로 나누어 지는데

하나는 아이들에게 질문을 해 놓고, 아이들의 대답을 듣지 않는 부류이고

또 하나는 아이들의 대답을 듣고는 이에 대해 엉뚱한 말을 하는 부류라고 했습니다.

물론 모든 교사가 그렇지도 않고 위의 이야기는 서로 웃으려고 한 이야기였지만 웃음 뒤에는 씁쓸함이 남았고 생각 거리를 안겨주었습니다.



어찌 보면 아이들의 말을 가장 귀 기울여 들어주어야 할 선생님들이 아이들의 말을 듣지 않는 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그럼 아이의 말을 얼마나 잘 들어주고 있는가 하고 자문을 해보았습니다.



아이들은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습니다. 그리고 그 말을 다 쏟아놓고 싶어합니다.

옹알이를 시작한 아이가 '엄마' 소리를 하고, 그리고 보이는 것, 만지는 것, 먹는 것 등 모든 것에 '이게 뭐야?' 라고 묻다가, 또 왜? 라고 질문을 끊임없이 해대고, 혼자 상상놀이를 하면서 역할을 바꿔가면서 중얼거리고, 놀이터에서 만나 처음 보는 아줌마에게도 자기 속을 다 털어 놓습니다.



그만큼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고 누군가가 들어주기를 원하는데 사실 제대로 아이 말에 귀 기울여 주는 사람이 없어 즉, 아이 말을 듣기 보다는 버릇 없는 말이라고 야단치고 틀린 대답이라고 가르치려는 어른들 속에서 아이들은 입을 다물어 버리고, 더 이상 말을 하기를 꺼립니다.



이런 점들을 빨리 발견해서 교육 현장에서 마주 이야기 교육을 펼치고 계신 분이 바로 박 문희 선생님이십니다.

그 분의 말을 빌리자면 아이들은 쓸데없는 말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는 다고 합니다.

어른들이 쓸데없는 말이라고 듣지 않으려고 하는 말,

예를 들면 자랑하는 말, 이르는 말, 야단 맞고 한 말, 혼자 중얼거린 말일수록

아이들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아주 절실한 말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이런 말들을 열심히 들어 주는 어른들만이 아이를 행복하게 자라게 할 거라고 힘주어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어른들이 제대로 들어주지 않아서 배우려는 사람은 숨차게 뛰어가고만 있는데 그 앞에서 계속 가르치려고만 하는 어른들 때문에 아이들은 지쳐가고 입을 다물어 '말벙어리'가 되고 이런 아이들이 다시 '글벙어리'가 된다고 하십니다.



제가 박 문희 선생님의 마주 이야기를 접한 것은 우리 아이가 만 2세가 되었을 무렵이었습니다.

아이가 말이 느린 것을 걱정하면서 아이에게 단어를 따라 말해보라고 시키고 말을 많이 들려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하루 종일 애 앞에서 조잘거리고 책을 읽어 주려고 하기만 했지 정작 아이가 하는 말에 귀 기울일 생각을 하지 못했을 때였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문장을 구사하는데 겨우 두 단어 이어서 그것도 우리말 단어와 영어 단어를 마구 섞어서 이야기하는 아이를 보면서 걱정만 했지 아이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지 마음으로 듣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박 문희 선생님의 책들을 읽고는 문득 왜 나는 우리 아이의 말을 들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말을 못하는 아이의 말을 어떻게 듣냐고 의아해 하시는 분이 계실 지 모르겠지만 그 이전 훨씬 아이가 어렸을 때도, 저는 아이 말을 들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아이의 표정으로, 눈빛으로, 울음소리에서, 웃음에서 아이의 말을 들으려고 노력했고, 그리고, 많은 부분 아이 말을 알아들어서, 아이가 원하는 것을 충족시켜줄 수 있었습니다.

마.음.으.로.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것은 저 뿐만 아니라, 세계의 모든 어머니들이 하는 방법인데, 저는 아이가 커 갈수록 아이 마음을 읽는 법, 마음으로 듣는 법을 잊어버리고 있었던 겁니다.

귀에 들리는 우리의 소위 말하는 '음성 언어'만을 들으려 했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곤 저는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아이가 갓난 아기였을 때처럼 마음으로 대화를 했습니다.

물론 마음으로 들으려고 노력하면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정확한 표현으로 이야기 해주었습니다.

내가 더 많이 말을 해주어야 아이가 말이 빨리 늘 수 있다는 강박에서도 벗어났고,

의식적으로 읽어 주려 했던 책도 더 이상 아이에게 들이밀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저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마음으로 듣고 입으로 말해주었습니다.



정말 놀라운 것은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아이와 하지 못할 이야기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34개월인 우리 아이는 지금도 또래에 비해서는 말이 늦은 편입니다.

하지만 아이는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자신이 말이 늦다는 것을 답답해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말이 늦다는 것을 알지도 못합니다.

그리고 이런 아이와 저는 하루종일해도 할 말이 모자랄 정도로 많은 이야기를 나눕니다.



요즘 들어 아이는 궁금한 게 많아서 왜? 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고 이것 저것 물어봅니다.

하루는 아이가 Can lion talk? (사자는 말할 수 있어요? ) 라고 묻는 것이었습니다.

이 때 저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Of course, they can. But they talk in different ways as we do. (물론이지, 하지만 그들은 우리와는 다른 방법으로 말을 해.) 라고 말입니다.

또 아이가 하늘의 달을 보면서 묻습니다. Can Moon talk, too? (달도 말해요? )

이 질문에 대해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Yes, it can. If you listen to your heart, you can listen what it talks. ( 그럼, 네가 마음으로만 듣는다면 달이 말하는 것을 들을 수 있어. )

그리고 이렇게 말해 주었습니다. Most people hear with their ears, but some people can't hear with them. But they can hear in different ways as most people do. Sometimes they see what others talk, we call it a sign language.

(대부분의 사람들은 귀로 듣지만, 어떤 사람들은 귀로 들을 수 없어.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다른 방법으로 듣기도 하고, 그들은 때때로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눈으로 보지. 우리는 이것을 수화라고 해.)

물론 아이가 제 말을 다 이해하기를 바란 것은 아니지만

저는 적어도 소리는 귀로만 듣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오감에 대하여도, 오감에 대한 책도 읽어주지 않았지만 말입니다.

그래도 아이는 자연스럽게 시끄러운 소리가 나면 It's noisy 하면서 귀를 막고, 안 좋은 냄새가 나면 아 ~ 냄새 하면서 코를 쥡니다. 그리고 눈을 가리고, I can't see. 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더 마음으로 들을 수도 있고, 눈으로 언어를 볼 수도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고 싶어하는 지도 모릅니다.

저 자신부터가 마음으로 많은 것을 들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마주 이야기는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그저 아이 말을 잘 들어 주기만 하면 되는 겁니다.

그런데 이것이 글로 남을 때는 더 재미있습니다.

살아있는 글짓기가 저절로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아이가 커서 글을 읽을 수 있을 때 아이에게 보여 줄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아이는 이게 정말 자기가 한 말인가 하면서 무척 기뻐할 것입니다.

저는 제가 게으르기도 했고 또, 아이가 제대로 문장을 말한 지가 얼마 되지 않아 많이 적어 놓지 못했지만 지금부터라도 꾸준히 적으려고 합니다.

그리고 다른 어머니들께도 권하고 싶습니다.

단, 마주 이야기를 쓰는 가장 큰 원칙은 있는 그대로 적는 것입니다.

아이 말이 문법상 틀리더라도 그냥 적고 문어체로 고치지 않고 말한 그대로 구어체로 적는 겁니다.

또 한가지 이야기의 중심은 어디까지나 아이가 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엄마가 답을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자신의 말을 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오늘부터 아이의 말을 열심히 듣고 그 말이 또 글이 되도록 해 보세요.

이것만으로도 저자가 아이인 세상에서 유일한 재미난 이야기 책이 될 것 입니다.

저도 많은 이야기를 적어 놓지는 못했지만 윤재와 영어로 한 마주 이야기 중 몇 개만 소개합니다.

아직 아이가 말이 유창하지 않고 34개월 수준의 아이의 말이지만 가끔씩 제게는 웃음과 함께 생각할 거리들을 안겨줍니다.



첫번째 이야기

하루는 윤재와 함께 배를 먹었습니다. 배 씨를 보더니 윤재가



윤재 : Mommy, there's pear seed.

(엄마 배 씨가 있어요.)

나 : Why don't you try it?

(한 번 먹어보지 그래? )

윤재가 배 씨를 입에 넣고 먹으려는 순간,

나 : What will happen if you eat the pear seed?

(배 씨를 먹으면 무슨 일이 생길까? )

윤재 : Yoonjae's stomach will grow.

(윤재의 위가 자랄 거예요.)



씨를 심으면 나무가 자란다는 생각에 씨를 먹었으니, 자기 위가 자랄 거라고 생각했나 봅니다. 저는 윤재를 보면서 빙긋 웃었습니다.





두번째 이야기

설 연휴에 시댁이 있는 대전으로 내려가는 날이었습니다. 밤 기차표여서 해질 무렵에 천천히 나갈 준비를 하는데,



윤재 : The light is fading away. Let's hurry to Taejon.

(점점 어두워져요. 빨리 서둘러서 대전에 가요.)

나 : Why should we hurry?

(왜 서둘러야 되는데? )

윤재 : Taejon will close soon.

(대전이 문을 곧 닫잖아요.)



윤재가 밤에 아이스크림을 사러 가자고 하면 제가 밤이 되면 수퍼마켓이 문을 닫아서 안 된다고 했더니, 윤재 생각에 밤이 되면 대전도 문을 닫아 못 가게 될 까봐 걱정이 되었나 봅니다.





세번째 이야기

시댁에서 장난감 어항에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물고기를 보면서



윤재 : The fish is dead.

(물고기가 죽었어요.)

나 : What made you think so?

(왜 그렇다고 생각하니?)

윤재 : There's no water to swim.

(헤엄칠 물이 없어서요.)



윤재 눈에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물고기가 가짜라는 생각보다는 장난감 어항에 물이 없어서 물고기가 죽었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아직 dead, alive 를 완전히 알지 못하는 윤재가 더 사랑스럽습니다.





네번째 이야기

지하철역에서 계단을 걸어 올라가면서



윤재 : Mommy, hold me up.

(엄마, 안아 줘요.)

안아주기 싫은 나는 윤재를 은근 슬쩍 설득하느라고

나 : Let's pretend to be a mountain-climber.

(등산가라고 생각하자.)

윤재 : No, Yoonjae is a fire fighter.

(아니요, 윤재는 소방수예요.)

나 : Why do you want to be a fire fighter?

(왜 소방수가 되고 싶니? )

윤재 : To put out the fire. (불을 끄려구요.)

나 : How do you put out the fire?

(불을 어떻게 끌 건데?)
윤재 : With a hose.

(호스로요.)

나 : Where's your hose?

(네 호스가 어디 있는데?)

윤재 : At the supermarket.

(수퍼마켓에요.)



모든 것을 수퍼마켓에서 사는 엄마를 보면서 소방관이 쓰는 호스도 수퍼마켓에서 살 수 있다고 생각했나 봅니다. 이 말을 듣고 저는 속으로 반성을 했습니다. 그래도 우리 어머니는 집에서 빵도 만들어 주시고, 겨울이면 털실로 옷도 떠 주셨는데, 저는 모든 것을 수퍼마켓에서 사기만 했으니, 윤재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온 것도 당연한 일일 겁니다.

많은 것들, 아니 더 소중한 것들은 수퍼마켓에서 살 수 없다는 것을 알려주어야 할 텐데 하는 숙제를 제게 남겨주었습니다.





다섯번째 이야기

스파게티 전문점에서 스파게티를 먹으며



나 : What's in my stomach?

(내 뱃속에 뭐가 들었니?)

윤재 : Spaghetti.

(스파게티요.)

나 : And then where do you think it will go down?

(그다음엔 스파게티가 어디로 갈 것같니?)

윤재 : It will go down to Mommy's toes and foot.

(엄마 발가락하고 발로요.)



위장으로 간 스파게티가 결국은 몸의 가장 아래에 달린 발가락과 발로 갈 것이라고 말한 윤재의 말에 저는 그저 미소만 지었습니다.





여섯번째 이야기

비디오에서 여자 주인공이 우는 장면이 나오자,



윤재 : She's sad.

(저 여자가 슬퍼요.)

나 : When are you sad?

(넌 언제 슬프니?)

윤재 : When mommy was angry.

(엄마가 화 낼때요.)

나 : Were you? However, I always love you even when I'm angry.

(그랬니? 하지만, 엄마가 화낼 때에도 너를 여전히 사랑해.)

윤재 : 웃으면서 Where's your angry face?

(엄마 화난 얼굴은 어디 있어요? )

내가 일부러 화난 표정을 지어보니까, 윤재는 재미있다면서 깔깔 거리면서 웃는다.



내 스스로는 윤재에게 별로 화를 내지 않는 다고 생각했고 윤재가 잘못한 경우에 되도록 감정이 섞이지 않도록 야단을 쳤는데 좀 엄한 얼굴이 윤재에게는 화를 내는 것으로 보였나 봅니다. 엄마도 사람이기 때문에 화를 낼 때도 있지만 그때에도 너를 사랑하는 마음은 변함없다는 것을 더 느끼게 해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일곱번째 이야기

길가에서 클론의 노래가 들려서 저는 몸이 불편해진 강 원래씨를 생각하면서 마음이 좀 아렸는데, 갑자기 윤재가



윤재 : It's too noisy.

(너무 시끄러워요.)

나 : Don't you like that music?

(너 저 음악 좋지 않니?)

윤재 : 우아한 표정을 지으면서 I like Mozart.
(나는 모짜르트가 좋아요.)

나 : 속으로 놀라면서 Do you?

(그러니?)

윤재 : 얼굴을 찡그리며 That's Bach.

(저건 바하잖아요. )



클론의 ***** 노래가 바하여서 싫고, 자기는 모짜르트가 좋다는 윤재의 말에 속된 말로 뒤로 넘어가는 줄 알았습니다. 항상 클래식을 틀어 놓는 아빠와 TV와는 담 쌓고 지내는 엄마 덕(?)에 윤재는 가요를 들을 기회가 없어서 가요만 나오면 noisy 하고는 귀를 막아 버립니다. 어디서 들었는지 두 명의 작곡가 이름을 대면서, 천연덕스럽게 이렇게 말하는 윤재를 보면서 혼자서 웃음을 참느라고 혼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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