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란 말은 순수한 우리말입니다.
오늘이란 말도 순수한 우리말입니다.
그러나 내일이란 말은 올래(來)자 날일(日)자,
한자말에서 들어온 말입니다.
어제도 오늘도 우리말인데,
어째서 내일이라는 말만은 한자말로 되어 있을까요.
순수한 우리말이 있었을 텐데,
어째서 가장 소중한 내일이란 말을 잊었을까요.
어째서 가장 희망을 주는 내일이란 말을 빼놓았을까요.
그러나 걱정하지 맙시다. 정말 내일을 생각하면
앞이 안 보이는 일이 많지만,
어둡고 괴로운 일이 많지만,
내 아기의 얼굴을 들여다보면
그보다 더 먼 미래가 보이고, 더 밝은 앞날이 보입니다.
걱정하지 맙시다. 내일보다 더 먼 미래를 뜻하는 말,
모레란 말이 있잖아요. 그리고 모레보다도 더 먼 미래의
글피와 그글피란 말이 있잖아요.
내일과는 달리 순수한 우리말이잖아요.
내일은 없어도 모레가 있다고 말해 보세요.
내일은 없어도 글피와 그글피가 있다고 말해 보세요.
품안의 아이가 웃을 겁니다.
옛날 우리 조상님들이 믿었던 56억 7천만년 뒤에
부처님이 되신다는 미륵보살처럼
행복한 미소를 지을 것입니다.
26. 푸른 아기집을 위해서
아이들은 엄지손을 안으로 쥐고 이 세상에 태어난다고 합니다.
열 달 동안 자기를 키운 아기집이 상처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다음에 태어날 동생들을 위해서,
조심스럽게 두 주먹을 꼭 움켜쥐고 태어나는 것입니다.
그렇게 태어났던 우리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내 손자와 그 손자의 손자들을 잉태하고 키워 갈 천 년의 모태를
백 년도 못 하는 몸 하나 보신하자고 강철의 손톱으로 찢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땅의 임자가 아닙니다.
잠시 맡아 있는 관리자일 뿐.
그래요, 그 옛날 고려가요에서 천 년을 노래 부른 서경별곡처럼,
구슬이 바위에 떨어져도 그 끈은 끊어지지 않는 것처럼,
즈믄 해(천 년)을 외로이 있어도 믿음이 그치지 않는 것처럼,
아기의 주먹진 작은 손 속에 그 끈이 있어요.
그 믿음이 있어요.
아기집을 상처지게 하지 않으려고
엄지손을 안으로 쥐고 이 세상에 태어나듯이
푸른 숲, 푸른 대지, 푸른 강을 위해서 주먹을 쥐세요.
천 년 동안 내 아기들이 살아갈 아기집을 위해서 주먹을 쥐세요.
27. 쓰레기를 시래기로
쓰레기란 말에서 소리 하나만 바꿔 보세요. '으' 소리를 '이' 소리로,
그러면 그 더러운 쓰레기가 갑자기 먹는 시래기로 변할 겁니다.
벌레 먹은 배추 잎, 상한 무청들, 쓰레기로 내버린 것들을 한데 모아서
가지런히 엮어 추녀 밑에 매달면 바람이 씻어 주고, 햇볕이 말려 줍니다.
그래서 쓰레기가 한국인의 향토 음식 시래기가 됩니다.
무, 배추는 밭의 흙 속에서 자라나지만
시래기는 바람부는 햇빛 속에서 거듭납니다.
그래서 땅에서 자라는 무,배추보다
하늘에서 시래기가 된 무, 배추가 맛도, 영양분도 좋아집니다.
소리 하나 차이로 쓰레기를 시래기로 만들 줄 안 옛날 한국인의 슬기처럼
생각 하나 바꾸면, 많은 쓰레기들이 재생의 값진 자원으로 변합니다.
도시는 쓰레기 더미가 아니라 자원을 캐는 광산이 됩니다.
초등학교 4학년이 되면 의무적으로 쓰레기 처리장을 참관하는
일본 아이들을 부러워하지 마세요.
우리는 아주 옛날 어릴 적부터 시래기 국을 먹으면서
자원 재활용의 교육을 받은 민족,
그 슬기를 소리 하나 고쳐서 어머니가 주세요
28. 한석봉의 어머니가 아니잖아요.
한석봉의 어머니는 가르쳤지요.
불을 끈 깜깜한 어둠 속에서 가래떡을 썰 듯이,
똑같게 고르게 빠르게 가래떡을 썰 듯이,
아들아, 그렇게 공부하라고 한석봉의 어머니는 가르쳤지요.
하지만 지금은 아니잖아요.
같은 일을 반복해서 기계처럼 일하던 시대가 아니잖아요.
하고많은 세월 속에서 되풀이 되풀이해서 떡을 썰 듯이
아무 뜻없이 외우고 길들이는 숙련공의 시대가 아니잖아요.
컨베이어 벨트의 속도에 맞춰 자동차를 대량 생산하던
포드의 시대가 아니잖아요.
파란 불이 들어오면 일제히 길을 건너가는
기계 병아리들의 시대가 아니잖아요.
규격화한 사람, 길들여진 사람, 나사못 같은 사람,
제복을 입은 사람들을 숭배하는 그런 시대가 아니잖아요.
빌 게이츠의 어머니는 미국 최초로 아들이 다니는
초등학교에 컴퓨터를 기증했지요.
다른 아이들이 카드 놀이를 할 때
빌 게이츠는 컴퓨터와 놀 수 있었던 것도 어머니의 덕이었지요.
가래떡을 똑같이 썰 수 있는 칼이 아니라
제각기 다른 꿈을 꾸게 하는 컴퓨터의 꿈이었지요.
숙련공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창조인을 만드는 것이었지요.
그래서 옛날 대영제국의 깃발에는 해가 지는 날이 없다고 했는데
지금 빌 게이츠의 마이크로 소프트 사 윈도즈에는 해 지는 날이 없어요.
한석봉의 어머니가 아니잖아요.
이제는 농경 시대도, 산업 시대도 아니잖아요.
독창적인 생각을 창조해 가는 지식 정보 시대.
빌 게이츠의 어머니가 되세요.
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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