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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7월
오랜만에 다이어리에 글을 올립니다.
그 동안 책을 쓴다는 이유로 내 주변에 대해 소홀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해 봅니다.
다이어리에 글을 못 올린 것도 그 소홀 중에 하나이겠죠.
배가 고프면 작은 입을 오물거리면서 우유 병을 찾던 아이도 훌쩍 만 36개월이 지나 이제 만 40개월 (4세)이 되어갑니다.
항상 입안에 사탕 두개를 물고 있는 것 같이 보이던 통통했던 볼 살도 다 내리고 이제는 누가 보아도 아기가 아니라 어린이 티가 제법 납니다.
아이가 36개월이 지나면서 이 또래의 아이들이 보이는 특성들을 나타내네요. 아주 정상이라고 기뻐해야 겠지요?
첫째, 언어의 급격한 발달입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언어가 급격히 늘어납니다. 말이 빠른 아이라면 어른들만큼 말을 잘하기도 합니다.
이전 다이어리에도 썼지만 우리 아이는 말이 느린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만 36개월이 지나자 말이 급격하게 늘기 시작했습니다.
표현도 다양해지고, 과거와 현재의 표현, 행동의 전후관계 표현, 인과관계 표현까지도 잘하는 아이를 보면서 가끔씩 놀라기도 합니다.
아직 생각이 논리적이거나 발음이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언어의 규칙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보입니다.
그런데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들에 비해 다른 점이라면 만 36개월 이후부터 우.리.말.이 급격히 늘었다는 점입니다.
그 이전에는 영어를 쓰는 엄마와 함께 한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우리말보다는 영어가 먼저 나왔었지요.
36개월 무렵에는 모든 문장이 정확하지는 않았지만 의문문, 과거형, That 절을 사용한 문장까지 영어로 구사를 했더랬습니다. (제 표현이 과거인 것에 주목해 주십시오.)
하지만 제가 책을 쓰기 시작하면서 베이비 시터와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고, 또 제가 의식적으로 우리말을 많이 사용하자 먼저 나오던 영어가 없어지고 우리말이 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요즘은 거의 모든 말을 우리말로 하고 자기가 기분이 날 때만 영어로 말을 합니다.
물론 알아듣는 것은 여전히 알아듣지만 말입니다.
요즘 아이가 가끔 하는 말이 "엄마, 영어 하지마. 한국말로 해." 입니다.
아이가 영어로 말하지 말라고 하면 저는 "알았어. 영어로 말 안 할게." 하고는 우리말로 말합니다.
그러다가 한참 지나서 또 슬며시 영어로 말을 시작합니다. 아이가 대답을 모두 우리말로 해도 별로 상관하지 않지만 듣는 것만이라도 들으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아이도 자기 기분에 따라 왔다 갔다 여서 어떤 때는 우리말로 이야기 하면 또 영어로 말하라고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영어가 싫지 만은 않나 봅니다.
읽어달라고 들고 오는 책의 대부분이 영어책이고, 또 "엄마, 영어책은 너무 재미있어." 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다만 날로 일취월장하는 우리말에 비해 영어로 말을 하려니 아무래도 불편한가 봅니다.
하루는 Maurice Sendak 의 [Where The Wild Things Are] 를 읽어 주는 데 갑자기 제게 " 엄마, 왜 모리스 센닥은 이 책을 영어로 썼어? " 라고 묻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모리스 센닥은 한국말을 못하고 영어만 할 줄 안대. 그래서 영어로 썼대. 그런데 만약에 아줌마 (저의 베이비 시터 아줌마이십니다. 영어를 못하시죠.) 가 모리스 센닥을 만나면 서로 말을 할 수 있을까? "
그러자 우리 아이는 금새 "아니, 못해." 그래서 저는 "그러면 윤재는 만약 모리스 센닥을 만나면 말할 수 있어? " 하고 물었더니, 자신있게 "응"하고 대답을 하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그랬죠. " 윤재는 참 좋겠다. 모리스 센닥과 만나도 이야기 할 수 있고. 모리스 센닥을 만나면 괴물이 어디에 사는 지 엄마 대신에 꼭 물어봐 줘. " 라고요.
그러자 아이는 아주 자랑스럽게 고래를 끄덕끄덕합니다.
아이가 영어말고 우리말로 하라고 해도 별로 걱정은 안됩니다. 저와 비교를 하면 말이죠.
저는 아이 나이에 영어의 '영'자도 몰랐는데, 우리 아이는 벌써 영어를 대한지가 1년이 넘으니 나중에는 얼마나 잘할까 하고 생각하면서 말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유아에게 영어를 접해주는 마음이 달라졌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이중언어에 대해서 욕심이 낫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이 과욕이었다는 생각이 들고 지금처럼만 해도 충분하다는 생각입니다.
그저 생각날 때마다 책 읽어 주고, 일상적인 대화 조금 영어로 해주고, 비디오와 시디롬 조금씩 하는 (적어놓으니 무지 많네요. 그래도 하루에 아이가 영어를 접하는 시간을 모두 합해봐야 1시간 남짓입니다.) 것으로 대만족입니다.
제가 이만큼 해주고 나면 그 나머지는 자기가 알아서 해야죠. 엄마가 도시락 싸 가지고 다니면서 언제까지 가르칠 수 있나요?
둘째, 상상 놀이가 활발해지고 호기심이 많아졌습니다.
요즘 아이는 혼잣말을 하면서 놀기를 즐깁니다. 그 내용도 다양해서 요리를 하고, 세차장에서 차를 닦고, 메이지 인형의 이를 닦아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소위말해 "왜"라는 질문의 시기에 접어들었습니다. 모든 것에 "왜"를 붙입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이 "왜"라는 질문을 많이 하지만 실제적인 답을 기대하는 것이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이 시기의 아이가 "왜"라는 질문을 할 경우 성의 있게 답변을 해주지만 너무 과학적 사실을 장황하게 이야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이의 눈높이에 맞게 아주 짧게 이야기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과학적 사실을 알려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이 시기의 아이들에게는 이제 막 시작된 상상의 놀이를 더 발전적으로 이끌어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아이와 함께 황당한 생각 해보기, 유머가 담긴 이야기 만들기, 몸으로 우스꽝스런 포즈 취하기 등을 많이 합니다.
그러면서 한 번씩 크게 웃고 나면 저까지 기분이 상쾌해 지거든요.
셋째, 독립적이면서 동시에 의존적이 됩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자기의 힘을 과시하고자 합니다.
'내가 할 수 있어'라는 생각이 강해지고 자기 고집대로 하려고 합니다.
타인의 감정을 조금은 이해하지만 아직까지 자기 중심적이어서 자기가 보고 느낀 대로 해석해 버리기 일쑤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더 의존적이 되어갑니다.
그전에 혼자서 잘하던 일들도 갑자기 엄마보고 하라고 하고, 또 엄마가 해주려고 하면 자기가 할 수 있다고 고집을 부리기도 하고 종잡을 수 없을 때가 많습니다.
이때 엄마들은 그전에는 안 그러던 아이가 갑자기 더 어리광을 부리는 것 같아서 아이에게 자립을 더 요구하는 경우가 있는 데 물론 자립심을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의 정서발달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요즘 우리 아이도 아주 제멋대로 일 때가 많습니다.
어려서 저와 제 남동생을 엄하게 키우신 친정 어머니는 제가 아이에게 너무 야단을 안친다고 항상 뭐라 하시지만 저는 아직까지는 누가 뭐라고 해도 아이가 믿을 수 있는 상대는 엄마여야 하고, 아이가 무슨 잘못을 하든지 감싸 안아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이가 좀 버릇이 없어 보이더라고 그것이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아니거나 아이의 몸을 다치게 하는 일이 아닌 경우에는 많이 허용하는 편입니다.
우리 아이가 36개월이 되자 하는 말이 "엄마, 나는 아기였으면 좋겠어." 였습니다.
저도 아이가 36개월에 가까워지자 이제 더 이상 아기가 아니라는 생각에 무엇이든 혼자 하도록 요구했는데 아이는 그것이 섭섭했나 봅니다.
그래서 저는 생각을 바꿨습니다. 아이 스스로 아기로 있기가 싫다고 할 때까지 아기로 있게 하기로 말입니다.
"윤재야, 윤재는 아기가 부러운가 보구나. 엄마가 밥도 먹여주고, 업어주고, 화장실도 데려다 주고, 신발도 신겨주고 하니까." 이렇게 말하자 아이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래, 윤재가 아기하고 싶으면 아기하고 형하고 싶으면 형해. 네가 하고 싶은 데로 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요즘은 제게 와서 "엄마, 나 아기야." 하면서 업어달라고 하고, 조금 업어주고 나면 자기가 먼저 '엄마, 나 이제 Big Boy 됐어. 그만 내려갈래." 하면서 제 등에서 내려옵니다.
이런 시절도 얼마 안 남았다고 생각하면서 좀 더 아이의 어리광을 즐기기로 마음 먹습니다.
조금만 있으면 "엄마, 제 방에 들어올 때 꼭 노크하고 들어 오세요." 라고 할 테니까요.
아이가 갓난 아기였을 때부터 제가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해준 일이 있다면 책 읽어 주기 입니다.
3년 동안 책을 읽어 주었으니 꽤 많은 양의 책이 쌓였습니다.
물론 많이 읽어준 것은 아니고 하루에 많으면 5권, 적으면 한 권 정도 였지만 말입니다.
그래도 꾸준히 해왔다는 것과 아직까지 아이가 책은 재미있는 것으로 생각한다는 것이 수확이라면 수확입니다.
게으른 엄마인지라 아이가 읽은 책 목록을 작성한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지만 아이가 지금까지 본 책들 중 만 3세가 지난 지금까지 잘 보고 있는 책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다른 엄마들에게도 조금이나마 참고가 되기를 바라면서 기회가 되는 대로 우리 아이의 영어 책꽂이를 공개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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