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세 번째 정류장 – 나의 과거를 돌이켜 보면서
대학시절 읽은 John Steinbeck (존 스타인벡)의 The Grapes of Wrath(분노의 포도) 에 나오는 구절을 가끔씩 곱씹어 볼 때가 있습니다.
일보 전진했으나 미끄러져 뒤로 물러날지도 모른다. 그러나 반보이지 결코 일보 전부를 물러나지는 않는다.
과거가 항상 좋을 수만도 없고, 사람이 항상 발전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단, 과거의 경험을 돌이켜보아서 같은 실수는 하지 않도록
좋았던 기억은 가끔씩 어디로 갈 지 방향을 잡지 못할 때 방향을 알려주는 등대로 쓰기 위해
저는 개인적으로 과거를 돌이켜 볼 때가 있습니다.
첫 아이를 키우다 보니 내 아이의 나이 이상을 볼 수 있는 대상이 별로 없어 주로 생각하는 대상은
바로 어릴 적 나일 때가 많습니다.
아이에게 영어를 접해줄 때도 예외가 아니어서 제 과거 경험을 자주 돌이켜 생각해 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영어에 관한 한 다양한 경험을 한 것 같습니다.
(이것은 제가 영어를 잘한다는 말이 절대로 아닙니다.)
그저 영어라는 것이 신기해서 동네 놀이터에서 놀고 있던 파란 눈의 미국아이에게 영어로 말을 걸어 본 초등학교 시절,
할일 없어서 AFN TV를 보았던 중학교 시절,
영어 교과서라는 것을 거의 들여다 보지도 않았고 ** 종합영어는커녕 ** 기본영어도 보지 않았던 고등학교 시절,
해외여행 자유화가 되고 나서 외국여행을 해보려고 다시 영어책을 펼쳐든 대학시절,
돈 내고 다니는 곳이 아니라 일단 돈 받고 다는 곳이어서 최소한 피해 주지 않으려고 영어 공부를 한 직장생활 시절…
영어 때문에 기쁘기도 슬프기도, 기가 죽기도, 기가 살기도 했던 나의 과거 경험을 잊지 않고 고스란히 가지고 있어선지
아이에게 영어를 접해둘 때 많은 도움을 받기도 합니다.
일단 다양한 경험을 해서인지 아이의 영어에 대한 맘이 덜 급하다는
점이 가장 좋은 점입니다.
외국어의 습득이란
엄마가 해주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알아서 해야 되는
것이라고 생각 (사실 뭐든지 다 지요.) 하기 때문에
영어 그림책을 사더라도 아이에게 읽어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엄마인 내가 보려는 마음이 더 컸고,
AFN TV 든 영어 비디오든 제가 더 좋아하면서 보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에게 본격적으로 영어책을 읽어 주기도 전에
지식 전달책이라고 할 만한
'첫 발견 시리즈'
'사이언스 스토리 북'
'Magic School Bus 시리즈'
'Mathstart Series'
'Hello Readers Math Series'
'Explorer 시리즈'
'Eyewitness Series' 등을 비롯해
책장 가득 영어로 된 지식 전달책들이 쌓이게 되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오히려 아이가 어릴 때 어려운 책들을
많이 샀고,
아이가 커갈 수록 쉬운 책이 더 많아졌다는 점입니다.
아이가 24개월 이전에는 영어책을 많이 읽어 주지 않고
주로 아이가 낮잠 자는 시간에 저만 읽어 보았다면
요즘은 그야말로 아이에게 읽어주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이때 미리 공부해 놓은(?)
아니, 영어로 알아 놓은 전문 용어들이
요즘들어 아이에게 영어로 이야기 해 줄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5. 네번째 정류장 – 개념과 전문용어
한국의 교육실정이 아무리 비난을 받는 다 해도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학교에서 많이 배우고, 또 많이 알고 있는 민족도 없을 거라는 생각입니다.
(지식의 양이 깊이와는 별개입니다만 외국 사람 만나서 이런 저런 이야기할 때 지식의 양도 무시 못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외국에 나가서 공부하거나, 외국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 어려운 첫번째 이유는 아는 것이 없어서가 아니라 우리가 배운 모든 개념들을 영어로 뭐라고 하는지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즉, 전문용어를 영어로 알아두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현악기가 영어로 뭔지, 음계가 영어로 뭔지, 유화가 영어를 뭔지를 모르고는 외국 사람들과 음악과 미술에 관한 이야기를 나룰 가능성은 점점 더 희박해 집니다.
외국계 증권회사에 처음 들어가서 제가 사전을 찾아본 첫 영어 단어는 fixed income 이였습니다.
영어로 bond 만이 채권이라고 알고 있던 제가 실제 현장에서는 어느 누구도 bond라고 하지 않고 fixed income 이라고 말하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dealer (딜러)라고 하지 않고 trader 라고 한다는 것도 알았죠.
물론 공갈 젖꼭지를 영어로 pacifier 라고 한다는 것은 비로소 엄마가 되고 알았습니다.
fixed income 같은 좁은 의미의 정말로 '전문적'인 용어부터 영어권 국가에서 자란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단어인 pacifier 모두 영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우리에게는 terminology / jargon 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이런 전문용어를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하냐구요?
이미 개념을 알고 있는 전문용어를 영어로 알고 있다면
그 다음이 너무나 쉬워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①중력의 개념을 우리말로 이해하고
②중력이 영어로 gravity 라는 것을 알고
③영어로 기본 문장을 만들 수 있는 정도의 영어실력이 있으면
중력이라는 것을 영어로 말하거나, 혹은 외국 사람이 이에 대해서 영어로 이야기하는 것을 들을 때 훨씬 쉬워집니다.
저 같은 경우 우리 아이에게는 아주 간단하게
Gravity is the power (force) which make things fall to the ground. 라고 말해주지요.
이때 gravity 라는 용어를 알고 모르고는 제가
영어로 아이에게 중력이라는 개념을 설명해 주는 데 아주
큰 영향을 미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① 먼저 우리말로 개념을 확실하게 이해한다.
② 적어도 전문용어만은 영어로 확실하게 익힌다.
③ 기본영어실력향상을 위해 꾸준히 노력한다.
입니다.
개념 설명까지도 영어로 알아듣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지식의 습득과 영어라는 두 가지를 모두 취하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으로 생각해 낸 결론입니다.
또한 이러한 방법을 뒷받침하는 이론적 근거로는 제1의 언어로 학습한 내용은 제2언어로 쉽게 전이가 된다는 것입니다.
즉 우리말로 일단 학습한 내용은 같은 내용을 영어로 더 쉽게 배울 수 있다는 말이죠.
그리고 무엇보다 매일 꾸준히 해야할 일이 개념을 우리말로 습득한 후 자신이 알고 있는 개념을 영어로 다시 옮길 수 있도록 전반적인 영어실력향상에 힘써야 하는 것은 다시 강조하지 않아도 모두 알고 계실 겁니다.
그렇다면 좀 더 구체적으로 영어로 된 지식 전달책을 어떻게 읽어 주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이어서 계속하도록 하지요.

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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