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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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에게)
엄만 열정적인 사람였지
흙이 묻을까 절대 미끄럼도 내 무릎팍에 앉혀서 태웠고
머리엔 항상 무스를 발라 예의바른 아이로 보이게끔 온갖 신경을다썻지
베이비향수를 뿌려주고 니방커튼 니방이불엔 항상 "페이브리즈"를 뿌렸었어
킴엔존슨에는 고급회원으로 등록해놓고 "차라리 심심하면 그곳에 가자"라는 신조로 매일을 들락거렸었지
잡지책은 니가 좋아하는 "카비젼"을 비롯해 달달이 네권을 받아 보았고 모르는건 죄다 스크랩하고 철하고 끈으로 묶고 그러길 참 많이 했었는데..
니가 자동차를 엄청 좋아하길래 코엑스에서 수입자동차 전시회를 한다고 그러면 하물며 내가 부산에 살곤 있어도 어김없이 데리고 들어갔었지 나도 멋진 구경이었어
어려서 이유식은 파는건 절대로 안먹였었어 한달 식단을 냉장고에 붙여놓고 매일같이 세끼 식단이 이채롭고 다채로워 지도록 애썼던것 같애
한 세살쯤 니가 한글에 관심을 보이길래 좋다는 교제 엄청 사재기를 했던 기억이 나네..무수한 장난감 무수한 교제며..
근데 아들..
엄만 지금 이와 같은 글을 쓰는 이유가 단지 너에게 어떻게 했었으니 알아달라..그말이 하고 싶은게 아니야..
부족함이 많은 엄마란..아이에게 교제를 못사주는 엄마가 아니라,영어비디오 한편 못사다주는 엄마가 절대 아니라,돈이 비싸서 영어 유치원에 못보내는 엄마도 절대 아니라,,니가 정작 필요할때 그 필요한게 교재며 장난감이 아닌..너랑 살붙여 가면서 놀아주는 정성이 부족한 엄마가 진짜 "부족한 엄마"라고 봐..직장에 다녀서 시간이 없는것도 아닌데도 엄만..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너하고 씨름하면서 제대로 놀아줬던 기억이 과연 얼마나 될까..괜히 요란만 떨고 다른 사람이 보기엔 "틀림없이 뭔가를 해주는것 만 같아보여도 사실상..속사정은 아니거든" 니가 이제 (만 세살)..다섯살이 되어서 유치원엘 가야 할 나이가 됐네 벌써..너는 점점점 커가는데 엄만..그 옛날의 무식했던(?) 열정들도 하나둘씩 사라져만 가는 것 같애..니가 필요한 놀이나 신체활동을 같이 어울려서 해주기 보다는 비디오를 틀어주는 시간들이 점점점 늘어만 가고 엄만..할일없이 컴퓨터 앞에 앉아 있기나 하고..이게 도데체 뭐지?
아들..엄마를 용서해줘라..엄만 순 엉터리야..이게 무슨 엄마냐고..너를 위함이란 도데체가 없는것 같애..봄이 오면 괜찮아질까?..너랑 나랑 예쁜옷 입고 바람이라도 쐬고 나면 좀 나아질래나..널 내 뱃속에 가졌을적 ..그 흥분된 순간을 자꾸자꾸 조금씩 조금씩 잊어가고 있는건 아닌지..얼마나 좋아했었는데.."아 나의 애기 얼른 보고 싶다"고 참 많이도 조바심냈었는데..그때 그 환희를 잊으면 안돼는데 말야
그 마음가짐의 반의 반만이라도 가지고만 있대도 너를 대하는 태도가 이처럼이나 별볼일없진 않을텐데..말이지..
오늘 오후는 비가 오네..엄만 반성문을 쓰는 중이야..해맑게 웃고 있는 니 사진이 엄말 뉘우치게 만들었어..다시 힘내서 널 꼭 안아주고..중요한건 교재나 비디오를 니 앞에 갖다주는 엄마가 아닌 너랑 열심히 놀아주는 그런"엄마"가 되야 하는데 ..언젠간 너도 훌쩍 커버려서 정작..그땐 놀아주고 싶어도 넌 "사춘기"를 맞을테고 엄마보단 "이성친구"에 더 눈을 뜰텐데..내 곁에 내 품에 있는 지금 잠시도 "그 역할"을 못해준다면..엄만 나쁜엄마가 분명할꺼야..나중에 후회하게 될거야 왜 그때 좀더 아이랑 놀아주지 못했나 하고..
비소리 들리니? 꿈결속에서도 웃긴 자식..
얼른 어질러진 집을 대충 치워 놔야겠다 그러고 우리 노는거야..
장난감이 없어도 비디오가 없어도 우리 둘이서도 충분히 재밌을수가 있게 그러게 노는거야..엄마 할 수 있을까?
사랑해.. 이말을 꼭 하고 싶었어 엄만 언제나 널 사랑한다는걸..
가끔씩 이말로 널 구속하는 일이 생기지 않게 그러지 않도록 애쓸께..구속은 엄마도 싫어하거든..
우리 아들이 사랑하는 여자가 누가 될까? 어서 빨리 그 여인?을 만나고 싶네..
| [일반]아들에게 쓰는 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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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아*쿠*아블루 등록일 2001-02-23 15:06 조회수 1,4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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