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저는 미국에서 2살5개월 된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외할머니와 같이 있는 시간이 길고 또 아내와 저도 주로 한국말을 집에서 사용하니까. 제아이의 Primary Language가 한국말입니다. 학원이나 Gym Story Time같은데 가서도 잘 끼어들지 못해서 혹시 인성발달에 문제가 생길까 걱정입니다. 영어를 집중적으로 배우게 해줘야 할까요, 아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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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조언 :
님은 참 좋은 환경을 갖고 있군요. 장모님도 함께계셔서 아이를 돌봐주시기도 하고... 그리고 아직 아이는 하난가 보죠? 고만한 아이의 얼굴이 그려집니다.
제 지론대로 말하면, 지금 아이는 참 좋은 교육적 환경을 누리는 거라 봐요. 아빠 엄마가 좀 바빠서 아이와 서로 말을 늘 하며 살 수 없는 사정이 있을 시, 할머니는 부모 이상으로 언어학습을 시키는 역할을 아주 훌륭히 해내십니다. 그 다정다감, 그리고 아마 종일 입을 쉬지 않으실 어르신들의 특성등으로 아이에게 정서적으로나 언어 발달 면에서 엄청 큰 일을 하고 계신 겁니다.
저도 님과 유사하게 겪어봤어요(전 미국에서 태어난 만14, 12, 10세의 세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그 시기의 아이를 밖에 데리고 가면 영어가 통하지 않으니, 제 또래 미국아이들과 잘 못어울리는 것처럼 보일 때 썩 기분이 좋을 리 없었죠. 그래서 갈등합니다.
그냥 이대로가 좋은가, 아니면 영어를 배우도록 하루 너댓시간씩 아예 미국인에게 베이비씨팅을 맡길까를 망서리는 거죠. 저는 전자를 택하는 게 훨씬 좋다고 봐요. 두살 반의 아이는 하나의 모국어를 일년 이상 배워왔습니다. 그 과정이 계속 발달하도록 앞으로 일년 이상 꾸준히 도와줘야 합니다. 그래서 아이가 한개 모국어를 가능한 한 완전히 익힐 때까지 도와줘야죠.
그리고 그 시기에 지금처럼 약간 불편하게 보이더라도 서투른 영어를 그냥 하도록 놔두는 겁니다. 만 네살 정도까지의 또래끼리 어울리는데 필요한 언어라는게 대단히 초보적인 것으로만도 충분한 것입니다. 그러니 그 정도의 영어는 금방 불편없이 할 수 있는 거죠. 그러나 아이의 머릿속에 자라고 있는 언어 발달은 이와는 비교되지 않게 수준이 높고 또 활발합니다.
즉, 말로 표현되어야할 일상대화 수준의 언어보다 두뇌속의 언어는 훨씬 정교하게 발달하고 있는 겁니다. 그러니 아이의 모국어로서의 (이 모국어는 '일생' 동안 가져가는 모국어 얘기가 아닙니다) 한국어가 정교하게 자라도록 부모와 할머니가 도와주는 겁니다. 이 시기를 애매하게 한국어도 아니고 영어도 아닌걸로, 그러니까 한국어와 영어를 모두 잘하라는 기대만 가지고서, 한국어에 매우 확실한 중점을 두지 않으면 아이의 언어 발달은 금방 방해받고 지체를 겪게 됩니다.
이 상실을 만회하는데 나중에 얼마나 힘이 들고 뺏긴 시간을 후회하게 되는지 모릅니다. 정확히 제 첫째 아이의 케이스가 이것이었어요. 한국말을 제 모국어로서 확실하게 닦아놓으면 영어를 배우는데 매우 유용하게 제 모국어를 이용하게 됩니다. 당분간 외국어로서의 영어를, 모국어를 '응용'하는 메카니즘을 통하여 익히는 거죠.
모국어가 확실히 서지 못한 상태에서 영어를 빨리 배울 수도 없는 것이, 한국말을 버리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 기간 동안 제대로의 영어를 배울 수가 없는 것이죠. 이 귀중한 시간을 내버리고 마는 꼴이 됩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베이비씨팅을 미국인에게 주고 아이가 영어를 배우리라 기대할 수가 없는 형편입니다. 베이비씨터들은 아이가 보채면 최소한으로 그 뜻받아주는 게 일이지, 함께 있다고 해서 제 아기한테 하듯 종일 대화해주는 존재들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것도 제가 숱하게 겪어본 현실입니다. 베이비씨터에게 종일 맡겼으므로 영어를 배웠겠거니 안심하고 있을 동안 그 시간만큼의 모국어 학습 시간은 빼앗긴 것이 됩니다. 그러므로 이중의 손해를 고스란히 자초하는 겁니다. 저는 저의 이 경험을 생각할 때마다 얼마나 가슴을 치는지 몰라요. 미리 책을 좀 읽고 알았더라면 이런 짓을 안했을 것을 하면서 말이죠.
사실 이것보다는 아이에 대한 죄책감입니다. 그때를 상기해보면 아이가 얼마나 힘들어했는지 다 기억이 나거든요. 실컷 배워뒀던 제 언어가 쓸모가 없음을 깨달으면서, 그리고 더 초보적인 수준의 외국어(당시 제 아이에게는 영어)를 배워야했을때의 helplessness와 고립감들이 그 얼굴에 씌어져있었는데 그때는 알아차리지 못했었단 말입니다.
뿐만 아니라 그 때문에 아이의 언어 발달이 얼마나 지체됐는지를 확인했을때는 정말 통탄을 하고 말았어요. 이것은 제 둘째, 셋째와 비교해서 명확히 드러났다고 보는 제 확인이고 확신입니다. |
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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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국어가 먼저냐 영어가 먼저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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