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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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히플러님의 강의 일부분을 듣고 많은 부분 공감하여서 한말씀 올리려고 들어왔습니다.
아이들에게는 개개인이 흡수할 수 있는 레벨의 영역이 있다고 봅니다. 정해진 레벨과 영역이 아니라, 대충 짐작할 수 있고, 아이마다 각기 차이가 조금씩 있는 레벨의 영역입니다.
히플러님이 주장하시는 Whole Language Approach Method는 어떤 분야가 '학습'으로 굳어지기 전에 밑바탕의 흙을 고르게 해 주고, 충분히 물을 적셔주고, 하나의 씨앗이 움트고 잘 자라도록 양분을 흙 속에 비축 해 주는 과정이 아닌가 생각을 해 봅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 '학습'이라는 좁은 분야에 갇히기 전에, 제한 없는 자연, 엄마, 아빠의 사랑, 자유로운 형제, 친구들과의 놀이..등등을 경험하는 동안 그 토양이 풍부해 지는 것이지요. 그것이 자연스러운 학습의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영양가 풍부한 토양에서 싹트기를 시작한 아이는 편안하게 학습의 과정으로 들어가서 훌륭한 열매를 맺기까지 잘 자랄 수 있지 않을까요. 당연한 얘기를 떠들고 있나봅니다.
제 딸의 경험을 말씀 드리고 싶군요. 제 딸에게 글을 가르쳐 주고,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고 나서, 열심히 그림책을 읽는 딸을 보면서 조금씩 이 아이에게 도전이 되는 책을 권해야겠다는 생각에, 성급하게도 그림이 적은 Chapter Book을 들이 밀었습니다. 아이가 버거워하며 싫어했습니다. 제 딸은 아직도 눈으로 그림을 통해 풍부한 감성을 키우고, 글을 이해하는 단계에 있었던 것입니다. 초등학교 2학년 때까지 제 딸은 그림이 아주 많은, colorful한 책을 무서운 속도로 읽어 제꼈습니다. 아이에게 더 강요를 하지 않았던 이유는, 제가 언젠가 읽었던 글이 생각이 나서였습니다.
언어지체를 겪고 있는 아이들 중에는, 신체 발육과정에서 기는 과정을 충분히 거치지 않고, 일찍 걷기를 시작한 아이들이 많다고 합니다. 아기들이 기는 과정에서 무릎이 자극되는데, 그 자극이 언어 중추에 전달이 되고, 언어능력도 발달이 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이미 4-5세까지 성장한 언어지체 아동들에게 운동을 통해 무릎에 충분한 자극을 주어, 치료하기도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당시는 저도 험난하고 외로운 이민생활을 겪으면서, 이 타향에서, 내 아이를 뛰어나게 키워야겠다는 왜곡된 신념을 무의식적으로 붙들고 있었나 봅니다. 아이를 몰아치고 제 마음대로 휘두르면서 아이의 마음에 차곡차곡 상처를 쌓아주고 있었습니다. 다행히도 아이가 힘든것을 강하게 표현하였고, 무릎의 자극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이 난 덕에, 제가 잠시 밀려드는 욕심을 거두고 '아이'가 마음 속으로 외치는 요구를 조금이나마 듣고 관심을 둘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아이가 마음껏 그림책을 보았습니다. 그림만을 통해서도 아이들이 얻을 수 있는게 어마어마하게 많은데 말입니다. 그러더니, 언제부턴가 서서히 그림이 적은 책으로 자신의 선택을 바꾸더군요. 그리고는 이제는 그림 없는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상상력을 맘껏 발휘하여 책을 느낍니다. 해리포터 책이요. 그림 하나도 없고 글자도 작은데, 그걸 읽고 또 읽고 하는 것을 보면..
학문은 넓고 넓은 직접,간접 경험의 바다를 마음껏 헤엄치고 난 후, 그것을 바탕으로 조금씩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정리하고 좁혀서 글이나 말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영어 문법. 분명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충분한 영어의 경험과 연습 없이 문법부터 시작하는 것은 살아있는 언어를 가르치려는 태도가 아니라고 봅니다. 문법은 말이 있고, 표현이 있은 후 자연스럽게 규칙을 찾아내어 정리한 것이므로, 문법으로부터 시작하는 어학공부는 분명 죽은 학문이 되기 쉽상이지 않을까요?
아이들이 언어를 많이 접하고 경험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적용하다가 익숙해지면, 그때는 가르치지 않아도 문법에 맞는 말을 합니다(우리나라에서도 더이상 EFL이 아닌 ESL로 영어를 다루게 될 경우). 그래서 저도 제 아들(만 8세)에게 workbook을 시키다가도 문법이 좀 강조되어 나온다 싶으면 그냥 넘어갑니다.
이곳 캐나다(학교마다 지역마다 다르겠지만, 제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는)에서도 4학년이 되어야 조심스럽게 본격적으로 문법에 접근하기 시작하더군요. 문법이 작문할때는 매우 중요한 파트이기 때문입니다.
3학년때까지는 많이 놀게 하고, 제한 없이 책을 많이 읽게 해 주며, 작문을 시켜도 문법이나 스펠링 등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마음껏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도록 합니다. 물론 '문법'이라는 말 없이 알게 모르게 아이들이 학교에서 문법을 배우기는 합니다만, 4학년이 되니, 조금씩 어려워지는 것 같습니다. 작문도 더 체계적이 되어가고, 따라서 훌륭한 작문을 위해서는 문법이 필요해 지는 것이지요. 그 나이가 되면, 딱딱한 문법을 받아들일 준비가 충분히 되어 있으므로 아이들이 어렵지 않게 그 부분을 흡수합니다. (상당히 개인적인 의견이 될수도 있습니다. 다른 의견을 가지신 분들이 많으실 줄 이해하는 상태에서 제 의견을 적은 것입니다. 양지하시길..)
아이가 어릴수록, 학문을 떠나, 영양가가 충분한 토양을 만들어 주어 미래를 준비시켜 주는 것이 부모들의 역할이라는 것이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요지입니다. 히플러님의 영어에 대한 생각이 참으로 공감이 가서 한 말씀 올렸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