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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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일하는 엄마들이 크게 갈등을 느끼는 부분이 바로 님이 말씀하신 부분때문이기도 할 겁니다. 내가 왜 이러고 살아야 하나... 하는 자괴감이 크겠지요.
하지만, 전 이런 생각도 해 봅니다. 저도 이제 막 첫 돌을 맞이한 아들을 둔 엄마지만, 그 아들을 이 세상 누구보다 더 사랑하고 아끼는 엄마지만, 엄마라는 존재,혹은 모성애라는 것을 너무 신성시하는 것도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남편을 비롯한 집안 식구들, 또 여러분이 말씀하신 것처럼 국가적인 차원이 지원이 합리적으로 이루어진다면, 굳이 여자가, 엄마가 꼭 육아를 전담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대학원을 다니고 있습니다. 그나마 직장 다니시는 분들보다는 조금 여유가 있는 편이지요. 꼭, 몇시부터 몇시까지 사무실에 나가야하는 매인 몸은 아니니까요. 그래도, 공부라는 것 역시 시간을 어지간히 잡아먹는지라 하루의 반 정도는 친정엄마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가끔은 남편이 아이를 봐주기도 하구요.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우리 남편은 집안일이나 육아에 협조를 잘 해 주는 편이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자기는 일단 "빠져도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아마 대부분 아빠들이 그럴 것 같아요. 소수를 제외한다면, 한국 남자들, 마음만큼 실천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 아닌가요?
그런 남편들이 육아는 내 몫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철저하게 갖고 하루에 딱 두세시간만이라도 확실하게 맡아준다면 내가 못할 일이 없겠다... 이런 생각이 가끔 듭니다.
물론, 국가적인 차원의 도움 역시 꼭 필요한 것이지만, 일단 우리 주변에서 가장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을 예를 들자면 그렇다는 거예요.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 볼까요?
방학 중에는 거의 아이와 함께 있지만, 학기가 시작되면, 전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오전에 청소하고 아이랑 비디오도 보고, 동화책도 한권쯤 읽어주고... 뭐 그러다 보면 훌쩍 시간 다 갑니다. 점심 나절에 엄마 오시면, 학교가서 수업 듣고 오는데, 리포트 쓰느라 정말 1분 1초가 아깝습니다. 수업 마치고 공부 조금 하다 어둑어둑 해지면 부랴 부랴 집으로 옵니다. 엄마 가시고 나서(제 친정 엄마도 직장을 다니시기 때문에, 저랑 거의 스케줄이 같습니다), 아기랑 얘기하고 놀고 목욕하고 맘마 먹이고... 그러다 아기가 잠들면 한 두시 정도까지 공부합니다...
남편은...
남편도 학교에 있는데(이번 여름에 박사학위 땄습니다), 하루 종일 학교에서 할 것 다 합니다. 물론, 하루 종일 빡빡하지는 않죠. 가서 보면 오락도 하다가 친구가 부르면 나갔다나... 이제 남편도 개강을 하고 수업이 많아져서 바빠지긴 했지만, 그런 느긋한 모습을 볼 때면 조금 화가 나기도 합니다.
육아는 첫째로 부부의 몫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당장 국가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지금이라면 말이지요) 그런데, 항상 남편은 뒤로 빠져 있는 것 같습니다. 저랑 친정 엄마가 없는 시간 쪼개 난리고, 둘다 영 안되면 남편이 슬쩍 나서지요...
육아나 살림은 절대 엄마만의 몫이 아닙니다. 또, 육아나 살림에만 전념해도 행복한 엄마들이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엄마들도 있습니다. 여자라고 해서, 모두 다 육아와 살림에 모든 행복을 걸 수 있는 심성과 적성을 타고 나는 것은 아닙니다.
또, 직장 다니시는 엄마들의 경우, 아이를 낳고 키우는 몇 년 때문에 평생 할 수도 있는 일을 저버려야 한다는 것은 참으로 결정하기 힘든 일입니다. 부업거리가 많다고는 하지만, 막상 아이를 어느 정도 키운 뒤 일을 찾아보려면 주부가 당하는 불이익이 한둘이 아니니까요...
두서없이 글이 너무 길어졌군요...
아이를 두고 직장을 나가는 엄마들의 마음을 꼭 '이기심'탓으로 돌리는 건 좀 그렇네요...
일단, 남편분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어야겠고, 국가적인 정책이 확실하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구요. 마지막으로, 엄마들이 지금 직장을 그만두어도 언제든 다시 일을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직장생활 좀 하다가 나이차서 시집가면 회사 그만두고, 아이 열심히 키우는 것이 마치 여자들의 정해진 코스처럼 생각하는 풍토는 정말 잘못입니다.
아이와 엄마가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 [일반][RE] 꼭~ 일이 필요하신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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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수진 등록일 2000-09-01 11:18 조회수 1,5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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