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의 글을 읽으며 자식을 향한 소망이 너무나 간절히 느껴져서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릴 수 있을까 하여 컴 앞에 다시 앉았습니다. 님에게 위로의 글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저는 따뜻한 글을 쓰는데는 재능이 거의 없습니다. 다소 거친 부분이 있더라도 양해 부탁드립니다.
준님께는 지금 이 순간이 매우 아프고 고통스러우신 순간이시겠지만 대한민국의 무수히 많은 부모님들이 걸으셨던 길이고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분들이 준님과 비슷한 고민을 하시고 계십니다.
여학생과 남학생은 사춘기를 겪는 양상이 다른데 부모님과의 갈등과 성적하락은 남학생에게서 훨씬 많이 나타납니다. 사춘기 아이의 모습을 제가 일일이 말씀드리지 않아도 너무나 잘 아실 것 같구요.
사춘기 아이의 행동은 정말 독특합니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속에 열불이 끓어올라 맨 정신으로는 도저히 그냥 봐주기가 정말 힘듭니다. 평온한 집안이 한바탕 발칵 뒤집어지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우리 모두 쉽게 상상이 가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이 점을 꼭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아이가 하는 행동은 아이가 원해서 하는 행동이 아닙니다. 아이가 그렇게 하려고 마음먹고 하는 행동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경우 부모를 골탕먹이려고 하는 행동은 절대 아닙니다.
사춘기에는 아이의 몸 속에 많은 변화가 일어납니다. 성장과 성징으로 인해 호르몬 분비가 왕성하고 뇌의 구조도 재편되는 시기입니다. 아이 몸 속의 이러한 변화들이 아이가 그렇게 행동하도록 만듭니다.
이미 아시는 내용이지만 아이와 싸울 때는 자주 잊어버리시게 됩니다.
시간이 필요합니다. 아드님에게도 시간이 필요하고 부모님도 시간이 필요하십니다.
기숙사 학원에서 아이가 무엇을 얼마나 배우고 깨닫게 될지 예측하기는 어렵습니다. 배우는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고 깨닫는 것이 더욱 중요하겠지요. 어쨌는 아드님과 떨어져 있는 시간을 가지시는 것은 서로에게 유익할 것입니다. 매일매일 마주하면 마음을 컨트롤한다는 게 엄청난 고통입니다. 아이도 불만이지만 부모님에게는 견딜 수없는 괴로움입니다.
서로 머리를 식히고 새로운 시작을 위해 서로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숙려기간이라고 하지요. 원래 이혼에 사용하는 신조어인데 사춘기 아이때문에 고민하시는 부모님들께서도 아이와 떨어져 숙려기간을 가지시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이 기간동안 쌍방에게 "숙려"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부모님들은 일상생활을 하시면서도 어차피 머리 속에서 아이 생각이 떠나질 않습니다. 한달동안 충분히 숙려를 하시게 됩니다. 지난 시간들과 벌어진 일들을 되돌아보고 너무 심하게 아이에게 대했던 점을 후회하십니다.
아이에게도 숙려가 이루어질지는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아침 6시부터 밤12시까지 공부시키는 기숙사학원에서는 숙려가 일어날 것같지 않습니다. 대개 그런 학원의 기본 컨셉은 군대입니다. 생각할 시간주지 않고 공부로 뺑뺑이 돌리는 군대입니다. 깊이있는 자기 되돌아봄이 이루어지려면 자신만의 시간이 있어야 합니다.
(한국어의 반성이란 단어에는 진정한 성찰이 없습니다. 그래서 되돌아봄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기숙사학원보다 캠프같은 것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공부하는 캠프보다 의미있는 활동을 하는 캠프가 더 바람직합니다. 아침, 저녘에는 편한 마음으로 교양서적도 읽고 (학교공부는 no) 글도 쓰는 캠프이면 더 좋겠습니다.
한꺼번에 한달씩이나 하는 캠프가 없으면 여러 개를 보내도 좋겠습니다. 어쨌든 1-2주는 너무 짧고 여름방학 한달 전부를 숙려기간으로 갖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 기간동안 핸드폰과 게임기는 사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아이에게서 도로 받아두시는게 좋겠습니다. 핸드폰과 게임기가 있으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없습니다.
숙려기간이 지난 후 아이가 갑자기 바뀐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자신을 되돌아 보고 깊이 있는 성찰을 하기에는 아직 너무 어린 나이입니다. 다만 숙려기간을 통해 멀어졌던 아이와의 관계가 일부 복원된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성과입니다. 나태함이나 집중력 부족, 반항심등은 아이의 몸속에서 진행되고 있는 변화 때문이니 많은 시간을 기다리셔야 합니다. 길게는 1-2년 정도.
준님과 남편께서는 대한민국의 수많은 부모님들께서 가신 길을 걷고 계십니다.
많은 부모님들이 자녀가 입시에서 성공하기를 원했습니다. sky 이상을 이루기를 바라셨습니다. 초등학교 때 잘하던 아이가 중학교때 삐끗하여 중학교 내내 싸웁니다. 싸움은 고등학교 때에도 계속되고 결국 입시에 실패하고 맙니다. 무수히 많은 부모님들이 그 길을 걸었습니다. 그렇게 많은 분들이 실패하셨음에도 누군가 또 그 길을 걷고 있습니다. 마치 마법의 홀린듯 피리소리를 따라 바닷물 속으로 들어갑니다. 왜 그럴까요? 조바심때문입니다. 입시와 함께 아이의 인생이 결정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굉장히 바쁘십니다. 해야할 공부는 많은데 부모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는 전혀 딴짓을 합니다. 조바심 나서 야단치고 아이는 반발하고, 더 세게 야단치고 더 강하게 반발하고. 악순환입니다.
많은 부모님들이 아이가 바뀌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그 바람이 이루어지는 경우를 저는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단 하나의 예외는 있습니다. 아이가 바뀌기를 원하신다면 부모가 먼저 바뀌셔야 합니다. 부모가 바뀌니까 아이가 서서히 바뀌는 경우는 많이 보았습니다. 준님이나 남편께서 무엇을 특별히 잘못하셨다는 것을 말씀드리는 게 아닙니다. 그리고 자세한 사정을 저는 잘 모릅니다. 준님과 비슷한 많은 사례들을 통해서 깨달은 점을 말씀드립니다.
마법의 피리에 홀리는 이유는 피리소리가 마법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내 마음이 그 피리소리를 마법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부모의 마음 속 깊숙히 자리잡고 있는 조바심이 아이와의 관계를 점점 더 나쁘게 만듭니다. 조바심은 아이가 계속 반발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원인제공자입니다. 물론 부모님 조바심의 뒷배경에는 학벌사회라는 우리사회의 가장 추악한 병폐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부모님이라면 학벌에 따라 아이들을 제단하고 낙인찍는 이 무서운 형벌에서 아이를 보호하고 따뜻히 감싸주실 수 있어야 합니다. 부모님이 앞장서서 아이에게 그 형벌을 내린다면 아이가 이 세상에서 기댈 수 있는 곳은 없습니다. 성적이 나쁠 때, 공부를 힘들어 할 때 오히려 따뜻히 격려해 줄 수 있는 사람은 부모님 밖에 없습니다.
아이와 어떤 관계를 가져야 할까요?
지난 학기에 하셨던 것과 똑같은 방법으로 아드님을 대하시면 아이와의 관계가 악화될 뿐아니라 입시도 99% 실패합니다. 최악의 경우 아이의 성격에 따라 끔찍한 일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아이가 바뀌기를 원하신다면 부모님이 먼저 바뀌셔야 합니다. 마음을 비우셔야 합니다. 아이의 인생은 입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셔야 합니다. 부모님 입장에서 이 마음을 갖기는 매우 힘듭니다. 지금까지 사시면서 갖게된 가치관과 세계관의 많은 부분을 버리셔야 하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려 있다고 합니다. 마음을 비우시면 세상은 달라집니다. 아이와의 관계도 달라집니다. 아이도 당연히 변합니다.
부모님께서 조바심을 버리시는 것 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인간의 마음은 원래 변덕이 심해서 나갔다가 어느새 들어오고 들어 왔다가 또 나갑니다. 그래서 마음을 비웠다는 것을 아드님에게도 확실히 전달하셔야 합니다.
이제 더 이상 공부문제로 간섭하지 않겠다고 아드님에게 선언하시면 됩니다. 이 선언은 되돌이킬 수 없는 성질의 것이어야 합니다. 집안 한가운데에 써붙이시는 것도 좋습니다. "우리는 OO의 공부에 절대 간섭않는다고 하느님앞에 맹세한다." 이 선언이 가져오는 부수적 효과는 변화를 더 빨리 당길 수 있다는 점입니다.
대한민국 청소년 중 공부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이 없는 학생은 거의 없습니다. 어려서부터 공부 열심히 해라는 말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으며 자랐습니다. 그래서 누구나 다 공부 잘 하고 싶어합니다. 다만 행동이 따라주지 않거나 이해력이 부족해 잘 되지 않을 뿐입니다.
반편성고사에 1등한 아이라면 이해력이 부족한 것은 절대 아닙니다. 물론 엄마가 만든 성적이냐 자율적 성적이냐에 따라 다르지만 그래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최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습니다.
그 마음을 먹는데 시간이 필요합니다. 일단 신체변화에 따른 나태함, 집중력부족 등의 현상이 없어져야 합니다. 사춘기가 일찍 왔다는 점이 오히려 다행입니다. 일찍 온 만큼 일찍 끝난다면 빨리 제자리로 돌아올 것입니다. 사춘기가 끝났는데도 아이가 제자리에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아이는 제자리에 갈 수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부모가 못가도록 막아섭니다. 대한민국 수 많은 부모님들이 그러셨고 지금도 그러시고 있습니다. 공부할 수 있는 아이를 방해하는 것은 바로 부모 자신이라는 걸 깨닫지 못한채...
"우리는 OO의 공부에 절대 간섭않는다고 하느님앞에 맹세한다."
이 선언이 너무나 급진적이어서 불안해서 도저히 못하겠다고 생각하시면 제가 드린 말씀의 취지만은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 취지에 맡게 구체적 방법을 취하신다면 아드님은 반드시 제자리로 돌아옵니다.
제 글이 준님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합니다. 먼 훗날 아드님이 늠늠하게 성장했을 때 준님께서 지난 밤에 쓰신 글을 읽어 보시면 어떤 생각을 하시게 될까요?
뜻있는 여름방학 되시길 바랍니다.
: 준님의 글입니다.
> 중1 남자아이,
> 6학년 2학기부터 시작된 사춘기...
> 이 아이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공부를 놓아버렸습니다.
> 반편성고사 1등으로 들어간 녀석이,
> 상상할 수 없는 중간고사와 학기말고사 성적을 기록했고,
> 중간고사 성적에 놀란 아빠가 드디어 간섭하여
> 그 바쁜 시간을 쪼개어 아이와 문제집 사들고 학기말고사 준비를 시켰는 데..
> 결론은 공부하는 척, 무늬만 공부로 들어났고,
> 배신감을 느낀 아빠는 아이친구가 갔다는 종류의 기숙학교에 1달간 보내버리라는 데..
> ....
> 새벽 6시에 일어나 시작되는 빡빡한 일정을 보니,
> 아이가 빠져 사는 휴대폰, mp3, 게임, TV, 만화책 없는 한달을 보내고 공부와 씨름하면..?
> 뭔가 달라져 오려는 지, 아니면,
> 사춘기 심리로 더 나빠지고 반항심으로 아빠와의 사이만 틀어지는 것은 아닐런 지..
> .....
> 사실, 여기에 올라올 답글 못보고 내일 오전 자리가 생기면 보내게 될 것 같습니다만,
> 마음이 답답하여 글 올려봅니다.
> 여기에 쓴 글 읽으면,
> 우리 아이와 같은 사춘기 아이를 둔 엄마들의 하소연에 공감하고,
> 사춘기임에도 열심히 공부하는 아이들을 가진 부모들 글은 너무너무 부럽고,
> ...도대체 우리 아이는 언제까지일까....
>
> 보내버리고 나면 내마음은 편하고 안심이 될까. 희망이 느껴질까..
> 집에 전화도 못하게 한다는 데, 이렇게 방학을 보내면 도움이 될까.
> 이미 등록한 학원들의 수업료가 아깝다는 생각도 들고.
> 209만원 한다는 기숙학교에서..
> 혹시 큰 아이들의 이상한 행태, 고등학교 아이들의 담배피우기.. 등을 배우거나,
> 그들에게 시달림 당하거나, 나쁜 친구 사귀거나,
> 아니면... 또다른 사춘기 증세를 키우고 오는 것은 아닐까...
> .....
> 전환점이 만들어져야 하는 데, 이런 억지스럽고 인위적인 것도 효과가 있는 걸까요..?
> 아니면 더 헤메더라도 결국은 혼자서 깨닫고 변화해야할 그 때를 기다려야하는 걸까요...?
> 공부로 돌아올까요? 아니면, 공부는 포기해야하는 걸까요...?
> .. 돌맹이처럼 무감각, 무표정, 무신경, 무반응의 아이를 질질 끌고,
> 처음가보는 그 학원을 찾아 헤매고 놓고 올 생각을 하니..
> ... 이 방법도 정말 아니지 싶지만, 다른 대안도 없고,
> 방학동안 지난 학기 때 보여준 그 모습 볼 생각하면,
> 차라리 안 보면 덜 부딪쳐서 서로에게 생각할 시간을 줄 수 있는 기회인 것 같기도 하고..
> ....
> .... 오늘 밤새 갈팡질팡하는 마음으로 잠 못자고 고민하는 나의 이 처량한 모습,
> 쿨쿨 깊은 잠에 빠져있는 저 아이 꿈 속에서나마 나타나주면.. 덜 억울하련만.
>
> P.S. ..주님,
> 우리 아이에게 도움이 안된다면 내일 학원에 빈자리가 나지 않게 해주시고,
> 아이가 이런 나태함에서 깨어나 뭔가 깨달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라면,
> 부디 아이에게 에너지를 공급하여 긍정적이고 적극적이고 보람찬 한달이 될 수 있도록..
> 학원에 아이의 자리를 마련해 주소서. Amen.
>
>
>

쑥쑥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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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놈 중2때가 생각나 답을 달까말까 망설이다
아영님 좋은 글보고 또 다른 분들의 좋은 글 보고 저도 한마디 끼고 싶어서 들어왔네요.
비슷한 상황이었고 저는 캐나다로 문화체험 1달 보냈었습니다. 미운놈 떡하나 더 주자는 생각과 좀 떨어져서 서로 보내는 기간이 필요하다 싶어어서요.
지나고보니 돈이 들어서 글치^^ 잘한 결정이었다는 생각입니다.
아이들앞에서 위엄을 잃지 않고 화내기... 그리고 원칙을 세우고 지키기...정말 어려운 숙제입니다.
그것보다 어려운건 아이를 믿고 기다려주기...
부모된다는 것 자체가 참으로 어려운 일인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자기일같이 고민하고 손 잡아주는 분들이 계시기에
위로가 되고 힘을 얻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참, 기숙학원 저도 좀 알아봤었는데,,, 거기가도 놀 놈은 다 논답니다.
저도 잘안되지만 아이와 자주 대화하고 아이를 인정해주는 노력들이 사춘가와 세대차를 극복하는 지름길이란 생각입니다.
이곳에 들르는 모든 분들에게 축복이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