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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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다이어리를 씁니다.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특별히 기록할만한 획기적인 일들은 아니고, 계획하고 준비했던 일들을 하나 하나씩 마무리 하고 그 다음 단계로 걸음을 내 딛는 일들이었습니다.
오랫동안 우리 동네에 한글학교가 생기기를 기다리고 고대하다가 지쳐서 결국은 저와 두 명의 마음이 같은 엄마들이 한글학교를 저희 동네에 만들었습니다. 우리 각자의 두 명씩의 아이들(모두 6명)과, 직접 가르치지는 않아도 적극적으로 한글모임을 도와 주실 부모님들의 아이들을 추가로 5명을 모아서, 세 명의 엄마 선생님과 11명의 학생들로 학교를 열었습니다.
1-2학년, 3-4학년, 5-6학년 반으로 세 반을 나누어서 세 명의 엄마 교사들이 원하는 대로 한 반씩 맡았습니다. 교실은 학교 바로 앞의 교회를 싼 값에 빌렸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방과 후에 모여서 30분은 공동 activity, 1시간 동안은 각자의 반에서 한글 공부.
가르치지 않는 부모님들은 자동차로 아이들을 실어 나르는 일, 간식을 제공하는 일, 단체 활동에 참여해서 돕는 일, 특강으로 돕는 일 등을 적극적으로 하십니다.
지난 1월부터 시작한 학교가 오늘로 일단락 맺고 두 주간의 봄방학으로 들어갑니다. 매 주 한 시간동안의 학습과 약간의 숙제는 지난 9주 동안 아이들에게 한글의 재미와, 한국인 친구들끼리 모여서 하는 활동의 즐거움과, 그리고 한글을 왜 배워야 하는지에 대한 자각을 하게 해 주었습니다. 커다란 성과라고 봅니다.
지금 시작한 이 한글학교가 앞으로 이 아이들이 대학에 갈때까지도 계속 다른 형태로 발전하고 이어지리라고 믿고 바라면서, 우리의 아이들이 탄탄한 Bilingual이 될 때까지 엄마로서 교사로서 계속 밀어 주려고 합니다.
아이들의 입에서 의성어, 의태어들이 자연스럽게 나오고, 문장이 어설퍼도 스스로 하려고 하고 시도하는 그 모습이 그저 대견하고 사랑스럽기만 합니다.
또 한 가지는 8년간의 '엄마'만의 타이틀을 벗고, 이제 저도 '통역관'이라는 다른 타이틀을 갖게 되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어서 남편이 혼자 가정을 꾸려나가는 힘든 모습을 보면서도 어찌 하지 못 하다가, 내가 아이들에게 엄마로서, 그리고 내가 원하는 엄마의 모습으로서 남기 위한 최대한의 노력을 하지만, 한 편으로는 가정 경제에 도움이 될 만한 일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요.
마침, 집에서 다니기에 가깝고, 대외 인지도도 좋고, 시간도 맞고, 내 적성에도 맞는 코스를 하나 찾아 내었습니다. 'Interpreting Program'. 저녁을 준비 해 놓고, 남편이 퇴근하는 대로 나가면 학교 수업에 맞춰서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너무 오랜만에 시작한 공부라서 따라가기가 처음에 벅찼었지만, 어찌어찌 가족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마쳤고(사실 완전히 마친 것은 아닙니다. 아직도 실력 향상을 위해서 두어 스텝이 남아 있습니다.), 쓰기 힘들 것 같아 엄두도 못 내던 이력서도 어떻게 써서 원하던 기관에 취업을 했습니다.
전업주부가 되고 싶은 저의 최대의 적은 'Full-time Job'입니다. Nine to Five라고도 하지요.^^* 9시부터 5시까지 일 하기 위해 모든 가족 구성원들이 너무 많은 희생을 해야합니다. 제 경우에는 손에 남는 것도 별로 없구요. 제가 그래서 찾기 시작 한 것이 시간제 일이었고, 그것도 아이들 방학 때는 안 해도 되는 일이어야 했지요. 저의 이런 조건에 맞는 일을 찾기란 쉽지 않은데..
어쨌든 이번에 갖게된 일은, 시간을 '내 맘대로' 조절 할 수 있다는 것이구요, 시간당 급료가 제법 된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는 기간에는 학교에 있는 시간 동안에 일을 할 수 있고, 방학 동안에는 안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너무나 감사하고 아직도 어리둥절 합니다. '꿈'만 꾸던 일이었는데요..
아직도 아이들의 등교길을 같이 걸으면서 나누는 이야기들이 하나하나 너무 소중합니다. 아이들이 아플 때 학교에 보내지 않고, 아무 어려움 없이 집에서 아이들을 쉬게 해 줄 수 있습니다. 학교가 파하면 항상 아이들 놀이터에서 제가 서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가방도 나눠서 들어주고, 하루 있었던 이야기도 나누고, 길에서 불량식품도 가끔 같이 사 먹습니다. 이런 생활이 '제가 원하는 일'입니다. 아이들은 자기들이 집열쇠를 갖고, 핸드폰도 가질 수 있고, 집에 오면 간섭하는 사람도 없는 다른 아이들을 부러워 합니다.
저는 제 방식으로, 제가 원하는 방식으로 아이들을 양육하지만,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다. 아이들도 다 커서는 부모에게 감사할 것입니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저 자신이 이 한 순간 한 순간을 너무나 달콤하게 즐기고 있습니다. 저는 Quality Time의 신화를 믿지 않습니다. Quantity Time이 없이 Quality Time이 이루어 질 수 없다고 믿거든요.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만큼 그 '관계'의 결실이 크다고 믿는 사람 중의 하나입니다.
전업주부의 의미가 정확히 뭔지 잘 모릅니다. 영어로는 staying-home-mom이라고들 하던가요? 영어로는 오히려 제 상태가 더 잘 표현이 될 것 같아요. 엄마가 언제나 집에 있는 것이지요. 학교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있고, 학교 끝나면 엄마가 거기서 간식을 준비해 놓고, 숙제 먼저 하라고 들들 볶을 준비를 하고 기다리고 있지요.
아이들이 커 갈수록 점점 더 가족간의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이 더욱 자신만의 시간을 필요로 하고, 친구들과의 시간도 갖고 싶어하고, 혼자서 하는 시간들이 늘어나니까요. 우리 아이들이 '아기'였을 때는 신체적으로 붙어 있어야 해서, 아이들이 크고나면 내가 집을 나가서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젊은 엄마로서 너무 힘이 들었기 때문이지요. 이제 나이가 들어가는 엄마로서, 신체적으로 독립하려는 제 아이들과 최대한으로 더 붙어있고 싶어집니다. 저도 '이유'를 연습해야 하려나 봅니다.
이제 아이들이 필요할 때 옆에 있어 주면서, 일도 열심히 할 생각입니다. 이제 저희도 자리를 잡아야 할 때가 되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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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전업주부로 남을 수 있게 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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