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를 특별하게 생각하는 엄마와 아이들..2004/11/04,목 2004-11-04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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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찬찬히 뜯어보면 정말 평범하다.
책을 노는 것보다 더 좋아하지도 않고,
도서관에 가자고 먼저 말하지도 않고,
엄청난 독서력을 자랑하지도 않고,
독서감상이 유별나지도 않고,
글을 잘 쓰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그런데 나는 그게 다행이고 감사하다.
만약 은창이가 위에 열거한 것들에 특출났다면
나는 분명 일정부분 욕심을 부리는 엄마였을 것 같다^^;;
은창이가 평범하기에 욕심을 부리지 않아 내 마음이 편하고 가뿐하다.
또 내 아이가 그렇기 때문에 내가 만날 아이들을 훨씬 잘 보듬을 수 있겠지 싶다.
 
하지만 책을 엄청나게 많이 읽고 또 엄청나게 토해 내기를 바라지는 않지만
책을 사랑하고 즐기고 그 삶에 녹아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까지 없을 수는 없다^^
 
짧다면 짧은 시간동안 육아에 있어, 특히 교육이라는 부분에 있어
독서중심이 되고자 했던 것은 사실이다.
 
도서관을 자주 갔고 그저 책을 읽어주었다.
그것도 요즘의 젊은? 엄마에 비할 바가 되지는 못한다.
하지만 적은 양일지언정 꾸준하려고 노력했다..
 
지난 삼월에 독서지도사 공부를 시작하면서 오히려 아이들과의 책읽기 시간이 많이 줄었다
그게 가장 미안하고 안타까웠다.
그래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책을 읽어주려고 애쓰기는 했던 것이 아쉬운대로의 변명이다.
 
잠시 뒤돌아본다.
독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또 그것이 삶과 함께일 때 진짜 의미가 있다고 믿는 엄마는
어떻게 아이들과 함께 책을 즐겨왔는가 되짚어본다.
 
우선 먼 길이기에 서두르지 않았다. 오히려 느리고 더딘 방법을 찾았다.
향기를 오랫동안 내는 꽃은 늦게 핀단다...
정말 좋은 것을 아는 방법은 서둘러 가르쳐 주지 않고 스스로 알도록 이끄는 것이라 믿었다.
쉽게 아이 손에 책을 안겨주는 대신 느리고 더딘 걸음으로 도서관을 향했다
일정한 절차를 통하는 것이 어찌 처음부터 수월했을 것이며 또 마냥 즐겁기만 했겠는가..
하지만 나 먼저 그것을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그렇게 책에 어렵게 다가서기를 애썼다.
도서관은 우리를 책의 세계로 이끈 일등공신이었다.
일곱살인 은창이는 이제 대출과 반납을 스스로 할 수 있다.
집에서 곧잘 도서관 놀이를 하는데 그 모습을 보면 어찌나 웃긴 지 모른다.
딴에는 책의 바코드 긁는 장면이 인상 깊었는지 꼭 그 작업을 잊지 않고 한다
물론 나는 이때 따로 하지 않는 한글 공부를 위해 예전의 도서관 사서처럼
일일이 책목록을 수첩에 옮기는 일을 말해주었다.
그래서 21세기의 시대에 은창이가 관리하는 도서관은
엄마와 동생이 빌린 책 목록이 수첩에 오른다^^
가끔은 도서관에서 은창이를 기다린다.
유치원 선생님께 부탁을 해서 은창이에게 도서관으로 바로 오도록 한다
은창이에게는 일상으로 자리잡은 그 일이 다른 아이들에게는 신기한 어떤 일로 여겨진다.
어느 날 친구 엄마한테 이야기를 들으니
은창이는 맨날? 도서관에 간다고..자기도 그러고 싶다고 졸라대더란다..
당사자인 은창이는 오히려 무덤덤한데 말이다...
 
은창이는 독서록을 쓴다. 전에도 잠깐 말했었지만 여러번의 시행착오가 있었다.
처음이고 잘 모르니 그랬다.
지금의 결과물?도 엄마의 입장에서 그딱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은창이가 힘들어하지 않아 일단은 지켜보고 있다.
때로는 그 부족한 독서록까지 포기한다. 책을 읽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유치원 여름방학 숙제로 일기쓰기가 있었다.
은창이는 이제까지 일기를 쓴 적이 없었다. 다만 가끔씩 엄마랑 일기말하기는 했었다.
어떻게 고민할까 하면서 시간이 지났다.
그래도 선생님이 주신 예쁜 그림일기장에 미안한 마음이 들어 생각해낸 것이 바로 독서일기였다.
늘 써왔던 독서록 대신이었다. 다만 그 책에 대한 느낌을 좀더 자세히 써보도록 돕기는 했다.
 
즉흥적이기는 했지만 이런 활동도 있었다
 
1.책피라미드 만들기
-->한 글자인 책 제목부터 차례로 두 글자. 세 글자....이렇게 아래로 써나가다 보면 책피라드가 된다. 이제까지 읽었던 책을 떠올리며 추억할 수 있고 떠오르지 않으면 독서록과 책꽂이를 뒤지면 된다^^
 
2.어휘퀴즈
-->이건 별준비가 없이 할 수 있어 좋다. 은창이 아기였을 때 한글 공부시키겠다고 잘라놓은 우유곽이 지금도 그대로 있다^^;; 이 우유곽에 읽었던 책의 어휘를 10개 정도 써서 은창이가 설명하고 내가 맞추는 방식이다. 이미 쓰면서 아는 어휘지만 짐짓 모르는 척, 알듯말듯한 척...그러는게 아직까지는 통한다..ㅋㅋ 그러면서 나도 무슨 연극하는 것 같아 재미있다.
 
3.도서관놀이&서점놀이
-->위에 언급한 바다. 다만 요즘은 서점놀이를 한다. 가짜돈 갖고 주거니 받거니 하는 게 재미있단다. 다만 책 값이 무척이나 오르락내리락해서 좀 정신이 없기는 하다. 오백원이었다가 오만원이었다가...
 
4.작가 컬렉션
-->은창이는 윌리엄 스타이그 아저씨를 좋아한다. 그래서 어느 날은 그 아저씨 책만 죽 뽑아서 책꽂이 한칸에 따로 마련을 해주는 행사를 했다. 작가가 어떤 책을 썼는지 되짚어 보고 그 화풍을 익힌다.
 
5.작가 퀴즈
-->엄마는 패트리샤 폴라코를 좋아하고 은창이는 윌리엄 스타이그를 좋아하다보니 생긴 일이다. 어떤 책을 보고 이거 누구 그림이더라...하면서 우연히 던진 질문에 은창이가 답하면서 그 뒤로 곧잘 작가 알아맞추기를 즐긴다. 그래서 꽤 많은 작가의 그림이 우리 머리 속에서 구분되었다.
패트리샤 폴라코/윌리암 스타이그/클로드 부종/토미 드 파올라/에즈라 잭 키츠/배빗 콜...
아직 우리나라 작가에 대한 접근이 없어 아쉽고 송구하다...
 
6.주제별 책 찾기
-->유치원, 품앗이 모임 등을 통한 주제에 맞는 책을 찾는 작업이다.
 
7.주인공한테 혹은 작가에게 편지쓰기
-->이건 책을 정독한 후에 할 수 있다. 그냥 편지를 쓰는 일이야 별게 아니지만
자신의 느낌이 배여있는 것은 쉽지 않다. 이렇게 쓴 편지는 책 뒤에 붙여둔다.
 
 
주위에서 들었지만 아직 하지 못하는 일은
세계지도에 나라별 작가를 표시하는 일, 책나무 가꾸기..
그리고 무궁무진한 독후활동은 내가 여력이 안돼 아직 이렇다하게 한 것이 없다....
 
그저 엉덩이 붙이고 책 읽어주는 것이 예나 지금이나 내가 유일하게 제일 잘해줄 수 있는
책여행의 동반자 역할이다^^
 
넌 부자야
보석상자와 금궤
그래,넌 나보다 훨씬 부자야
그렇지만 난 네가 부럽지 않아
우리 엄마는 내게 책을 읽어주니까

--스트릭트 길리언의 "책읽어주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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