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몰
>
단비맘님의 글입니다.
> 저도 중요한 지적을 해 주신 글이라고 생각해요.
> 영어라는 소리보다는
> 영어 이전의 기본과 기초가 중요하겠지요.
>
> 저는 얼마전 대학 4학년생이라는
> 아주 자연스러운 버터 발음으로 영어를 잘 구사하는
> 남학생을 만난적이 있었습니다.
> 그 날의 주제는 일본이 우리나라에게 36년간의 통치에 대해
> 공식적인 사죄를 하지 않은 것 뿐만이 아니라
> 오히려 일본교과서를 왜곡하고 있는 점에 대해
> 영어로 토론하는 자리였습니다.
>
> 영어로 토론하기에는 사실 좀 버거운 주제이긴 했습니다만
> 한 영어하시는 분들의 모임이라
> 저도 한껏 제 의견을 토로하고 있었지요.(저는 절대 아닙니다!!!)
> 그러나 외국에서 어학연수도 하고
> 특별 영어교육도 받았음직한 그 학생은
> 일본의 교과서 왜곡 사실도 잘 모르더라구요.
> 제가 너무 화가 난다..
> 그런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느냐..
> 그 사람들이 오히려 우리가 침략했다고 한다더라..(사실 이건 좀 불확실하지만 열 받은 저는 좀 오버했습니다.)
>
> 그 학생 하는 말
> "Thank you" 라더군요.
> 우리에게 유리하게 써 놓았으니 더 잘된 일이 아니냐는..
> 정말 황당한 말을 하더군요.
> 아무리 젊은 사람이고
> 역사를 모른다 하더라도
> 이해되지 않더군요.
> 오히려 그 학생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 "영어만 잘하면 되냐? 기본이 있어야지.."
>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
> 우리 엄마들이야 그럴 분들 없으시겠지만
> 혹여나 영어만 바라보고
> 이민가시는 분들..
> 정말 중요한 것은
> 인간으로서의 기본과 자질이라는 것을
> 다시한번 상기시켜 드리고 싶네여.
>
안녕하세요? 기훈이 엄마 박진희입니다.
미국 이민을 준비하고 있지만, 결코 영어 때문에 미국가는 엄만 아닙니다.
20대 후반, 30대 초반에 아이가 생기기 전에 남편의 공부를 위해 미국행을 할 생각이었습니다만, 보통사람들은 이해못할 복잡하게 얽혀있는 문제 땜에(경제적 이유가 으뜸이고, 그 외에 부모님 간호와 봉양의 문제등), 남편과 저의 꿈은 꽃 한번 못펴보고, 시들어가는 중이고, 이젠 대외적으로 미국가는 이유를 말할 때, 아이를 그 곳환경에서 키우고 싶어서라고 말하는데, 우연인지 필연인지, 요즘 그렇게 말하면 거의 싸잡혀서 돈 좀있고, 한심한 사람 취급 당하는 분위기라 맘이 편치 않습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나만 아님 되지, 오히려 변명하는 것이 구차하다!'싶었는데, 요즘 하도 한국의 3,40대 가장들 대다수가 이민을 꿈꾼다는 둥, 유학자유화이래 별별 같지않은 진풍경들이 연출되니 말이죠.
위에 글을 올려주신 분들의 말씀은 정말 사실입니다. 저도 목놓아 외치고 싶은 내용입니다. '그럼 왜 이민을 가냐구요?' 구구절절 개인사정을 다 말씀 드릴 순 없는 노릇입니다. 다 할 수 있는 얘기도 아니구요.(만약 제가 있는 얘기 다했다간 각처에서 구호금이 날아 올지도...? - 농담이구요.) 다만,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저 자신의 합리화와 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약간의 변호입니다.
시기가 이상해서 그렇지, 이민... 쉬운 일이 아니지요. 분명 감수해야할 희생이 있습니다. 특히 저희 부부같이 이 땅에서 정말 열심히 산다고 사는데도 늘 힘든, 자본 한푼 없는 사람들은 옛날 이민 1세대 시절도 아니고, 웬만해선 울면서 짐챙겨 돌아 온다죠!
{또한 생이별 뒤, 아이들이 무엇을 배우고 어떤 인간이 되는지는 더 이상 당신이 관여할 사항이 아니다.
당신은 다만 돈 보내는 기계로서만 존재하며 아이들은 아예 잃었다고 생각하는 편이 심신건강에 유익하다.}
'아무리 봐도 내 얘긴 아니다.'하다가도 교수님의 말씀 중, 이 부분은 남의 일이 아니기에 정말 맘이 아픕니다.
이 이민 계획은 십년도 더 전부터해왔던 계획이었고, 이제라도 떠나려하는 저희 가족에겐 용기와 격려가 아닌, 또하나의 가랭이 잡아끌어 앉히는 얘기거든요. 너무나 씁쓸합니다.
전 이땅의 수 만 직장 남편들을 생각해 봅니다. 지금 그들의 모습이 돈 버는 기계가 아니고 뭡니까? 전 사랑하는 남편과 자식, 그리고 저 자신. 누구도 잃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유난히 따지는 일류 학벌을 가지고, 국내 굴지의 대기업의 말단으로 일하는 사람들! 그 사회에 들어가면 그 안에선 국내 일류대학이나, 대학원석사는 사실, 별거 아닙니다. 국제적으로 더 명성 높은 학교 출신의 박사가 널렸는걸요. 그렇다고 그들이 정말 저마다의 실력을 인정받냐구요? 아-뇨! 그들의 능력평가기준은요, 기본원칙을 무시하고라도 회사에 많은 금전적이익을 남겨주는 사람만을 인정하지요. 나머지는 소모품으로 평생 젊음을 바쳐 일해도 알량한 연금 몇푼이겠죠.(전쟁터의 총알받이쯤..<-이렇게 까지 표현하고 싶진 않지만..나라는 좁고, 자본은 한계가 있고, 인구는 많은데, 당연한 거죠.)
기초가 튼튼하다구요? 말씀하신바대로 교육중의 영어나 수학, 과학(소위 말하는 도구과목)면에선 그럴지 모릅니다. 이게 교육의 전부입니까? 전 교육이라는 범위 중에 위에 나열한 것들은 정말 너무너무 작디작은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위에 분도 말씀하셨죠! 기본이 되어야한다구! 전 차라리 인성교육만이 진짜 교육이라고 말하고 싶은 사람입니다. 비지니스를 술과 여자로 풀어나가는 비상식적인 방법이 우리 순진한 아줌마들이 모르는 세상엔 거의 법으로 군림한다더군요. 다른 외국인과의 비지니스에서도 늘--! 막무가내식, 무대포정신이 한국식이라는 평가를 들으면, 화도 나고, 자괴감도 떨칠 수 없습니다. 체질적으로 안 받는 술을, 강요당해야 하고, 술을 잘 못하는 자신에게서 열등감마저 느껴야하는 사회에 우리의 남편들이 전쟁하듯 살아가고 있습니다. 제가 결혼 초에 산산이 깨어진 결혼생활에 항거하여, 투정을 했더니, 그래도 제 남편은 양반입니다. 친구네는 우리나라의 튼튼한 대기업사원 아파트에 사는데, 그 아파트에도 이미 과로사한 분이 있답니다. 친구 남편은 새벽 3시쯤이 평균 퇴근시간이고 아침이면 8,9시 칼 출근이구요. 피로가 말도 못하겠죠! 한동안 아이는 태어나서 아빠나 남자를 두려워하는 병에 시달려야했습니다. 아빠 얼굴 구경을 못해 봐서요. 아빨 우연히 보게되는 날엔 토하고, 경기를 할 때까지 울었다는 슬픈 일화도 심심치 않게 우리 주변에서 찿아 볼 수 있습니다.
윗글을 쓰신 분과 같은 위치에 있는 미국의 한인 교수분이 같은 내용의 글을 쓴 것도 봤습니다. '미국인은 정말 가정을 소중히 여기는 기본이 지켜지는 곳이니, 그런 기본 단위를 깨고, 어떤 다른 것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는 겁니다. 정말 동감 합니다. 정말루요!(경험을 통해 절실히 느꼈지요) 전 나름대로 많이 기다리고 열심히 최선을 다하며, 이 땅에 살았습니다. 이제, 진이 많이 빠졌습니다. 하지만 한번더 기운을 내서 당장 비싼 댓가(짧은 이별과 고된 돈벌이)를 지불하고라도 오래오래 가정의 행복을 일구며 살고 싶습니다. 제가 미국행을 하는 중요한 몇가지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제 글이 너무 개인적이고, 감정적이어서 또 다른 오해를 일으킬까 우려됩니다. 허나 그런 일이 정말 없길 바랍니다. 실은 제가 미국을 간다고 하면, 다른 곳에서의 반응과는 사뭇 다른 반응이 나타나는 곳이 '쑥쑥'입니다. 실제로 뭔가 조금 오해를하시고, 멜을 보내시는 분도 있었구요, 그래서 공개해명을 위해, 벼르고 있다가 '관두자!'했는데, 다시 기회를 마련했습니다. 너무 격한 어조로 받아들이시지 않으시기를 간곡히 바랍니다.
분명히 말씀드리건데, 영어땜에 가장 소중한 것을 다 잃어가며, 미국을 가는 거, 천부당 만부당한 일 아닙니까? 어쩌면 너무나 당연하고 가장 기본적인 얘기들을 역설해야만 하는 현실이 정말 속상합니다. (제-발 좀....!) 제가 제 라이프스타일을 정하듯이 개개인에게도 어떻게 살겠다는 권리와 자유는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의롭고 삶에 대해 진지한 분들이 우려하는 목소리들은 귀담아 들어야겠지요. 솔직히 이미 그릇된 길로 접어 든 분들은 그 상처가 완전히 곪기 전에 옆에서 어떤 조치를 취해도 도움이 되질 않는 것 같습니다. 좀 과격한 발상입니다만 곪아 터져서 스스로 깨지지 않으면 힘듭니다.
전 다시 저의 애물단지같은 조국의 품에서 살게 될 겁니다. 아주 가까운 시일안에든, 혹은 먼 훗날이든. 만약 우리 아이가 제 기대 이상 훌륭한 사람이 되고, 또 아이가 원한다면, 한국사회에서 공익을 위해 그 능력을 펼치게 되기를 바랄 것입니다.
--- 도피를 인정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개척자 정신으로 무장하고 있는 맘올림.---
| [일반][RE]대부분 동의합니다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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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박진희 등록일 2001-04-03 10:21 조회수 1,0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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