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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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엄마님.
너무너무 예쁜 조카를 두셨네요.
제가 개인적으로 너무나 좋아하는 어린이 유형입니다.
두드러지게 똑똑하지는(죄송해요^*^,제아이도 그런터라) 않아도
아이 본연의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는 아이.
전 그런 아이를 만나면 볼을 사정없이 꼬집어주고 싶어진답니다.
사실 요샌 그런아이를 만나기가 그리 쉽지도 않더군요.
워낙에 똑똑들하고 뛰어난 아이들이 많아서.
요즘 세간에는 각종 영재들이 난무(?)합니다.
워낙 엄마들이 영재에 민감해서인지 뭔가 조금 잘하면 그분야에 '영재'를 갖다 붙이더군요.
영어영재,수학영재,독서영재,음악영재....
기타등등...
물론 우리집의 두아이들은 그런 아무런 특별한 능력이 없습니다.
근데 저는 꿈이 소박한건지 아님 일찌감치 안될일이니 타협을 한건지 모르지만
그런 너무나 평범한 우리 아이들이 좋습니다.
(제새낀데 어련하겠어요?)
굳이 영재꺼리를 찾아 헤메노라면
전 우리6살 딸에게 "상상력영재"라는 말을 합니다.
딸아이가 내놓는 독창적인(어른입장에선 좀 허황된) 얘기를 들을때마다 저는 "어머나,어디서 이렇게 훌륭한 생각이 나오지?우리 지원이는 생각주머니야!"라며 부추겨줍니다.
결정적으로 우리딸은 아직껏 한글교재를 접해보지 못해서
읽을줄 모릅니다.
6살인데 아직 글을 모른다면 거의 문맹엄마 취급을 받죠.
물론 올해들어 조금씩 (수퍼갈때 목록을 적어서 아이가 골라보게 하는등의) 낱말정도를 가르치고 있습니다만
저는 아무런 걱정도 않습니다.
사실 3살무렵이면 척척 한글을 읽어내는 아이를 보면
우리아이가 엄마 잘못 만나 고생하는게 아닐까
의심도 해봤지만요....
그런 저에게 요지부동의 확신을 준 사건(?)이 있었습니다.
어느날 같은 층의 동갑 아이가 놀러와서
같은 동화책을 보고있었습니다.
그아이는 일찌감치 한글을 떼어서
엄마의 도움이 전혀 필요없는 아이였구요.
둘이서 같은책을 보고있는데요...
두아이의 눈을 보니 서로 다른 페이지를 응시하고 있더군요.
우리딸은 당연히 글을 모르니 그림을 보고있구요,
그아이는 술술 글을 읽어내려가고 있구요.
그때 저는 확신을 했습니다.
어느 순간 우리딸도 글에 눈이 뜨면 아무래도 그림보다는 문자에 더 눈길이 가겠지요.
그런 순간이 오기 전에 되도록 많은 시간을 그림에
할애하는게 저나이에 얻을 수 있는 감성적 발달에
더 도움이 될것 같다구요.
제 억측인지는 모르지만 신체 한부분에 장애가 있으신 분들이
비장애인에 비해 감성에 있어서 비범한 능력을 보이듯이
글을 모르면 그런 측면이 있을것 같아서요.
그날 이후 이 "나대로"엄마는
더욱 확신을 굳히고 글을 안가르칩니다.
실제로 제가 수도없이 반복해 읽어준 동화책에서
저는 본적도 없는것 같은 그림을 우리딸은
다른곳에서 찾아냅니다.
(플란더스의 개에서 나오는 루벤스의 그림을 다른 책에서 보고는 그거라고 말하더군요.저는 기억이 없는데요)
그건 제가 문자를 읽기에 바빠서였겠죠?
물론 아이들의 눈썰미가 어른의 그것보다 훌륭하기떄문이기도 하겠지만
저는 그냥 제멋대로 생각했습니다.
우리딸은 빨강머리 앤처럼 온갖 상상을 하며 삽니다.
(다분히 쓸데없는 공상 많은 엄마의 영향인것도 같습니다만)
"목욕은 즐거워"란 책을 읽고난 후론
욕실에서 일어나는 모든일을 동물과 연관을 지어서는
그동물과 대화를 합니다.
이를테면 샤워기를 고래라고 표현하는걸 그대로 믿고는
"고래야,난 너무 뜨거운 물은 싫어.좀 차가운 물을 뿌려줄래?"
라기도 하구요,
칫솔질을 할땐(저는 하루에 한번은 제가 구석구석 닦아줍니다.전동칫솔로) 어디선가 봤던 악어와 악어새를 떠올려서인지
칫솔을 '악어'라고 부르면서
"악어야,오늘 아침에 불고기를 먹었는데 그게 끼었어.니가 뺴줄래?"랍니다.
그리고 머리 말리는 드라이어는
뜨거운 바람을 내뿜는다고 "용"이랍니다.
"용아,니가 따뜻한 바람으로 머리를 말려주니까 참 고마워"이럽니다.
(※주변분 말이 우리딸은 대체적으로 구어체가 아닌 문어체를 사용하는것 같다더군요)
남편은 그런딸을 보면서
요즘 아이들이 얼마나 똑똑한데
아직도 현실감각이 없냐면서
좀 덜떨어진 모양이라고 큰걱정을 합니다.
그떄마다 저는 언성을 높입니다.
제지론이 "아이가 아이다워야 어른이 되어서 어른스러울 수 있다!"이거든요.
우리 몸속에 아이다움과 어른스러움이 공존한다면
언젠가는 그것들을 다 발산해야만 다음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는
어설픈 생각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릴때 아이다움을 맘껏 발산하지 못하면
어른이 되어서도 어른스럽지 못하고
철없는 어른이 된다는게 제 개똥철학입니다.
그냥 제짧은(그리고 지극히 비전문적인 견해죠) 견해로는
우리의 "빨리빨리"정신과 거기에서 파생한
엄마들의 "선수학습"붐을 타고(초등학교5학년만 되면 예비중학과정을 듣는...)
거기에다 일찍 글을 떼면 엄마가 일일이 읽어줘야하는 번거로움을 해소할 수 있는 측면까지 교묘하게 결합해서
지금의 조기한글학습 붐이 조성된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건 정말로 지극히 제 개인적인 의견이니
다르게 생각하시는 분들은 그냥 흘려들으시길 바랍니다.
전문가들이 만든 프로그램이니 분명 장점이 많겠지만
그냥 일개 개인인 저는 그렇게 생각한다는 겁니다.
우리딸은 아무래도 문자적 자질은 좀 늦는것 같습니다.
사람마다 타고난 재능이 제각각일테니까요.
어떤이는 음악적 재능이 우선적으로 발현되기도 하고 어떤이는 미적감각이 남보다 앞서기도 하구요.
공산품처럼 다른아이와 똑같이 3살에 문자를 터득할 필요도 이유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아이에게는 우리아이만의 독특한 측면이 있겠죠.
특별한 주관 없이 그냥 남들이 하니까
우리애만 뒤떨어지긴 싫으니까
라는 이유로 아이를 가르치는 분들은 소로우의"월든"을 한번 읽어보심 좋겠어요.
세기를 넘어서 고전이 되는 이유를
그리고 지금처럼 모든게 초고속 시대인 때에
한번쯤 쉬어갈만한 내용입니다.
보통엄마님의 조카얘기 듣다가 생각이 가지를 쳐서 이렇게 쓸데없이 얘기가 늘어졌네요.
전 그런 아이다운 아이를 보면 아이스크림도 잘 사주는데....
...에고 블루 끝났네요.
녹화 끝내야겠네요.
리모컨이 박살나서 수동으로 뛰기떔시....
| [일반][RE]♥우리딸은 "상상력 영재"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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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원이맘 등록일 2001-04-19 10:27 조회수 1,2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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