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모임-동시수업...2004/11/23 2004-12-16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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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별러왔던 동시 수업을 했다.
그런데 막상 준비를 하자니 어떻게 진행할까 싶은 것이 막막했다.
동시...동시....
고민고민하다가 동시를 즐기는 방법적 측면으로 접근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1.동시를 불러요
 
동시를 접하는 가장 쉽고 재미있는 방법이다.
 

꼬마 눈사람-강소천


한겨울에 밀짚 모자

꼬마 눈사람


눈썹이 우습구나

코도 삐뚤고


거울을 보여줄까

꼬마 눈사람.

 

*내가 아는 노래를 옮겨 적어보세요

 

-->아이들은 신이 나서 노래를 불렀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부른 것이 동시에서 왔다는 사실에 조금은 놀라워했다. 그리고 이후에 자신들이 잘 아는 노래를 동시의 형태를 빌어 써보도록 했다.

아이들이 쓴 동시는 교과서에 나온 제목을 알 수 없는 동시와 산토끼, 솜사탕, 비행기였다.

 

2.동시를 그려요

이것 또한 동시를 접할 때 많이 등장하는 내용이다.

아가 손-신현득


아가 손

작은 손


대추 하나

놓아 주면

손에 가득.


밤 한 개

놓아 주면

손에 가득


사과는 너무 커서

못 쥐는 손.


온 식구가

예쁘다고


만져 주는 손.

 

-->위 시를 읽고 오른쪽에 오르는 장면이나 느낌을 그림으로 나타내보도록 했다. 아이들의 그림에는 시의 내용도 들어있지만 각자의 상황에 따라 그림이 달라졌다. 어떤 아이는 온 가족이 예쁘다고 바라보는데 옆에서 다른 아이가 얼굴을 찡그리고 있길래 물어봤더니 엄마,아빠가 아기만 예뻐해서 누나가 속상해하는 그림이란다(그 아이는 실제로 남동생을 둔 누나였다)

 

3.동시를 써요

사실 좀더 다양한 접근을 했어야 하지만 일단 써보는 것도 괜찮다 싶었다.

*다음 동시를 읽고 마지막을 상상해서 써보세요


나무는

        -이창건과 이은창


봄비 맞고

새순 트고


여름비 맞고

몸집 크고


가을비 맞고

생각에 잠기고


겨울비 맞고

나무가 추워요.


(겨울눈 맞고

끄떡도 없어요.)



*나도 동시를 써요~~!! -->과제

 

-->원래 시는 가을비 맞고 생각에 잠기네로 끝난다.

그래서 뒤를 조금 바꾸면서 지은이도 원래 시인 이름과 아이 이름을 같이 쓰도록 했다.

겨울비를 넣어서 뒷 부분을 상상해서 써보도록 했지만 이런 일이 익숙치 않아 아이들이 쓴 것은 아직은 많이 서툴었다. 내가 의도했던 것은 겨울비까지 등장하면 자연의 순환과 더불어 인생의 의미까지도 넌즈시 짚어볼 요량이었는데 아직 아이들이 어리기도 하고 줄글이 아닌 심상을 표현하는 시 작업이 수월치가 않음을 생각할 때 오히려 자연스런 결과라 보여진다.

다만 겨울비 대신 겨울눈을 넣었더니 좀더 구체적인 표현이 나오기는 했다. 위 괄호에 넣은 것이 은창이가 한 말이었다.

 

동시는 사실 책을 많이 읽히는 집에서도 소홀하기 쉬운 영역이다. 그러나 동시가 가지는 여러가지 장점을 생각할 때 정말 소중한 장르라는 생각이다. 동시는 가장 내면적인 글의 하나로 그것이 표현될 때 함축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고도의 정신작업일 수 밖에 없다. 곧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사고력과 독창성이 바탕이 되는 것이다. 그런 사고력과 독창성이 발휘되기 위해서는 어떤 사물이나 사건을 집중하여 보고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난 번 5학년 수업때 저녁 나절의 모습을 패러디해서 쓰는 작업을 했다. 둘이 공통적으로 저녁 모습을 표현하는데 있어 노을을 말했는데 그 표현들이 무척 상투적이었다. 그저 떠오르는대로 아는대로 쓴 탓이다. 그래서 노을을 직접 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한 아이는 아파트 사이로 지는 노을을 봤다고 했고 다른 아이는 할아버지와 산에 올라갔다가 다른 산 너머로 지는 노을을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 본 것을 떠올리며 자신의 노을을 그려가면 될 일을 남들의 노을을 그리니 아무런 감동을 받을 수 없는 것이다. 동시의 매력은 이렇게 자신만의 것을 깊은 사고 끝에 비로소 건져올리는 시원한 우물같은 것이라야 한다. 그저 수도꼭지를 틀면 콸콸 쏟아지는 것이면 곤란하다.

 

그러나 동시를 쓰는 이런 일보다 동시를 즐기는 일이 먼저다. 즐기기 위해서 노래로 불러볼 수도 있고 그저 운율감있게 낭송할 수도 있다. 시로 표현할 수도 있고 줄글로 풀어쓸 수도 있겠다. 무엇보다 집에 아이들을 위한 좋은 동시집을 마련하여 엄마와 함께 나누는 일이 있어야 하겠다.

 

*좋은 동시의 조건(이준관 선생님의 아동문학 창조론 중)

-정직하고 진실된 표현을 담은 것이어야 한다.

-그것을 읽어 주었을 때 듣는 기쁨을 맛볼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구체적이고 생생하며 이미지가 선명하고 생동감이 넘쳐야 한다.

-상쾌한 리듬과 음악성을 담고 있어야 한다.

-독창성이 있어야 한다.

-어린이의 생활과 경험이 일치해야 한다.

-활기있는 묘사와 분명하고 정확하며 상상력이 풍부한 말로 쓰여진 것이 좋다.

 

나도 첫 동시 수업이라 미숙한 것이 많았다. 다음에는 좀더 즐겁고 신나는 동시 수업이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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