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길 수 있어요 2001-06-07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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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5-12 토요일(만8개월8일째)

아기를 키우다 보니 아기들은 굳이 가르치고 훈련을 시키지 않아도
그때그때 때가 되면 신기하게도 몸을 움직이고 혼자 뒤집고 하면서 놀라움을 가져다 준다
엄마들은 월령에 따라 아기의 발육에 대한 기대치가 생기게 되고
또래 아기들과 비교도 하게 되는데 나 또한 예외일 순 없었다
길 때가 됐는데…하면서 기다리기를 수 일
“몸이 무거워서 못 기는거 아니에요?”
“뚱뚱한 아기들은 힘드니까 잘 안 움직이려고 한다던데…”
‘우리 강민이 하나도 안 뚱뚱한데…!’
별 뜻 없는 한마디에도 속상할 때도 있었고, 조급한 마음에
다리를 붙잡고 “이렇게! 이렇게 기어봐!” 부산을 떨기도 했었는데…
며칠 전 배밀이를 하다가는 엉덩이를 뒤로 빼고는 치켜 올리면서
흡사 고양이가 기지개를 켜는 모습을 하길래 기려고 저러나? 했더니
그날이 바로 오늘이었다

왱왱거리며 굴러다니는 청소기가 마냥 신기했던지
눈을 동그랗게, 입을 ‘헤~’ 벌리고는 보행기를 타고
이방 저 방 열심히 쫓아다니던 강민이
바닥을 기며 걸레질 하는 엄마 뒤를 쫓아다니며 유심히 바라보는가 싶었더니…
나른한 오후
달콤한 낮잠에서 먼저 깨어난 강민이가 오늘은 울지도 않고
곁에 누워있는 엄마를 깨우기 시작한다
올라타고, 물고, 빨고, 잡아당기고…그야말로 인정사정을 주지 않는다
“아이구!” 어쩔 수 없이 일어나긴 했는데 이순간만큼은 강민이가 이뻐 보일 리 없지!
반쯤 감은 눈으로 녀석을 쨰려 보는 순간
늘 뒤집기만 하던 녀석이 혼자 떡하니 앉아서 엄마를 올려다보고 있는 게 아닌가!
‘나 잘했죠? 나 이쁘죠?’ 하고 되묻는 듯 자신만만하게 웃는 얼굴을 하고….
“우~와 우리 강민이 혼자 앉았구나!”
그렇게 혼자서 엎드렸다 앉았다 하기를 연거푸 서너번이나…
저녁무렵
아빠와 함께 다니러 간 외할아버지댁
많은 가족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면서 온 방바닥을 배로 쓸고 다니며 기분 좋게 놀더니
몸을 일으켜 두 팔, 두 다리로 기어오는 게 아닌가
“어이쿠! 우리 강민이가 이제 기는구나!”
그 순간 외할아버지 댁은 온통 환희와 박수의 도가니가 되었다
강민아
오늘 네가 보인 작은 변화는 결코 쉽게, 한 순간에 이루어진 일이 아니란 거 알아
그래서 모두 함께 기뻐해주고 축하해 주시는 게 아니겠니?
이렇게 작은 변화들이 쌓이고 쌓여 강민이의 몸도 마음도 무럭무럭 자라게 해 줄 테지?
엄마아빠는 앞으로도 ‘오늘처럼 기쁜 날이 많았으면…’하고 기다릴 테지만
조급해 하지도 성급한 욕심 내지도 않고 항상 같은 마음으로 지켜봐 줄께
사랑한다 내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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