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심부름이다.
"은창아 빵굽는 궁전 가서 야채 모닝빵 사고 현대 슈퍼에 가서 초밥 좀 사다줄래?"
꾸물거렸더니 엄마가 작지만 힘이 들어간 목소리로 말한다.
"왜 가기 싫어?"
"아니..추워서..또 두 개 다 가기 힘들 것 같아.."
"그래..그럼 가지 않아도 돼.."
"엄마는 내가 갔으면 좋겠지?"
"엄마는 네가 기분좋게 갔으면 좋겠어.."
"알았어..갔다 올게.."
갑자기 얼굴이 밝아진 엄마...
"너 유부초밥 안 잊겠어? 엄마가 쪽지에 써줄까?"
"너 유부초밥 안 잊겠어? 엄마가 쪽지에 써줄까?"
"아니...안 잊어먹어...아니다..써줘..혹시 모르니까.."
빵굽는 궁전에 갔더니 아줌마가 심부름도 잘한다고 칭찬을 했다.
그래서 기분이 좀 좋아졌다.
거스름돈을 빵비닐봉투에 넣어서 붙여주셨다.
현대 슈퍼에 갔더니 유부초밥이 없다고 평화청과에 가보라고 하셨다.
그래서 건너편에 있는 평화청과에 가서 물어보니 날짜가 지나서 안된다고 하셨다.
집에 돌아온 내게 엄마가
"유부초밥은?"
"없대...그래서 그 옆에 평화청과에 갔는데 거기는 날짜가 지났대.."
"거기도 갔었어?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어?"
"현대슈퍼 아저씨가 그러라고 해서.."
"와 그래도 대단하다..거긴 한번도 가보지 않은 곳이잖아..이은창..대단해~~!!"
"엄마..그래서 기분이 으쓱해?"
"그럼...은창이 때문에 기분이 으쓱한걸..."
"엄마는 맨날 [으쓱] 아니면 [짠해]야..."
"맞아..은창이가 고마워서 으쓱하고 은창이한테 미안해서 짠해..."
위의 일기는 은창이와의 대화를 일기로 정리한 것이다.
은창이가 새해부터 일기를 쓰기로 했다. 그동안 말로 하는 일기쓰기는 몇번 해보았고 여름방학 숙제로 독서일기도 몇편 써보기는 했다. 그래도 내가 새해부터는 일기를 쓰자고 하니 좀 당황스러워하기는 했다. 육아서를 읽다가 일기 두 편을 읽어주면서 어떤 일기가 잘 쓴 것 같냐고 물었다.
고구마 그라탕을 먹었다.
맛있었다.
엄마가 우리를 위해서 만든 것이다.
다 먹고 TV를 봤다.
7번을 틀었다.
매직키드 마수리를 봤다.
그 다음 공부를 했다. 그리고 우리 가족이랑 사우나를 가기로 했다.
나는 즐겁고 신나고 기분이 좋았다.
오늘은 비가 오고 날씨가 흐려서 수영장에 가기 싫었다.
하지만 아는 형이 있어서 수영장에 기분 좋게 갔다.
선생님이 너무 세게 훈련을 시킨다고 느꼈다. 그래서 힘이 들었다.
하지만 다른 형들이 열심히 하는 것을 보고 나도 지구력있게 해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수영이 재미있게 되었다.
은창이는 두번째 것이 잘 쓴 것 같다고 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 물었더니..
"여기 보니까 힘들었는데도 열심히 했다고 했잖아..가기 싫었는데도 가기도 하고.."
일기 속 주인공에 대한 평가를 한 것이다^^;
그래도 일기를 어떻게 써야하는지를 개념적으로 이해를 하고는 있었다.
이제까지 해왔던 독서록과는 좀 다른 차원이고 또 중요하다고 여겨왔던 것이라 조심스럽기는 하다.
그러나 읽고 듣는 즐거움과 마찬가지로 쓰는 즐거움도 있음을 알도록 돕기로 한다.
은창아..이제 너의 역사가 너에 의해 기록되어 가는 거란다...
건투를 빈다^^

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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