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고대하던 도서관엘 다녀왔습니다^^
도서관에 다녀오는 일이 무슨 고대씩이나 할 일인가 싶은
분이 혹시 계실까해서...
잘하는 거 하나 없고(정말입니다 ㅠㅠ)
더구나 잘난 거는 더욱더 없는 제게 있어
뜻을 알고 글을 이해하기 시작하면서부터의
유일무일한 취미가 바로 책읽기였답니다^^
공부는 못해도 책은 참 많이 읽었던 고등학교 시절,
야간 자율학습 마치고 내려오는 길에
너무나 좋아했던 국어선생님
(그러나 그 분은 불행히도 저를 별로 예뻐하지 않았으니...)
이 그러시더군요
"야 이녀석아 책 볼 시간있으면 영어단어 하나 더 외워서
평균 좀 올려라~"
지금 생각하면 선생님도 뭘 모르셨던 거 같습니다
어디 영어가 단어 하나 더 외운다고 되는 문제냐고요?
여하튼 적성에도 맞지 않은 회계학과에 가서도
원가회계니 재무회계니 다른 사람들은 모여서
스터디를 한다 CPA를 준비한다 할때
저는 국문과 가서 청강하고 도강하고 하다
간신히 졸업했슴다^^;;
그렇게 책을 좋아하던 한 여인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하는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책과는 담을 쌓고
기껏 읽어야 육아잡지나 읽는 신세가 되었던 겁니다
뭐 하긴 몇번의 우스운 몸부림이 있었으니
큰아이 은창이를 옆집 아줌마에게
일주일에 한번씩 맡기고
무슨 자격증 공부한다고 말하고는
군포에 있는 빨간지붕의 도서관엘
한 석달 다닌 적도 있긴 합니다
그저 가서 하는 일이
자판기 커피 뽑아서 홀짝거리면서
읽고 싶었던 책을 읽는게 다였지만
지금 생각해도 너무 여유롭고 기분좋은 날들이었습니다
아 물론 아줌마께는 당연히 사례를 했으니
그것은 초등 5학년이었던 둘째 아이의 수학공부를 봐주는 거였답니다
석달밖에 도서관 출입을 못한 사연은
바로 그 아이가 너무 수학을 잘해
제가 돌보아준다는 의미가 별로 없다는 걸
아줌마가 눈치채기 시작하면서부터였지요^^
하나와 둘은 엄청나게 틀리다더니
아이가 둘이다보니
짱짱하기로 소문난(집에서만^^) 저의 체력과 정신도
감당이 안되더군요...
그러다가 아 ....
미리내님이 저의 정신에 크게 한방을 가격했으니
아이 둘이 생긴 이후로
도서관에 가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첫째 유치원에 간 사이에
둘째 유모차에 싣고
두정거장거리에 있는 도서관엘
오늘 드디어 갔습니다
산중턱에 자리한 도서관은
조용하고 한가했습니다
안팍은 정리가 잘 되어있었고
마침 허물어진 담을
새로이 빨간 벽돌로 쌓는
아저씨의 모습조차
아름다워 보였으니
그동안 많이도 목말랐던가 봅니다
자리라 예상했던 은송이도
새로운 공간이 낯설면서도 좋은지
예의 새침한 얼굴로 사방을 두리번거리더군요
대출실에는 할아버지 한분이
조용히 무슨 소책자를 읽고 계시고
대출담당직원은 아침햇살 속에서
빛나고 있었으니..
아 저는 책도 보기전 도서관이라는 감상에
푹 빠지고 있었던 겁니다...아이고야..
종알거리는 은송이에게 조용하라는
의례적인 말을 하면서
책을 하나 하나 둘러보았습니다...
"영어 이제 그걸 디벼주마"
"이거 너 가져"
"뚱이는 헤엄치고 싶어요"
이게 오늘 제가 빌린 책입니다
대출증을 만들기 위한 서류를 작성하고
책을 갖고 나오는데
정말 기분이 좋더군요..
밖에 나와 진달래,철쭉 사이에 은송이를 자리하여
사진도 찍고 책도 읽어주었습니다
책 읽어주던 벤치 아래에는 민들레와 제비꽃도
소담스레 피어있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도서관을 좋아한다고 설칠 정도로
책을 많이 좋아하지도(적어도 지금은요)
많이 읽지도 않습니다(앞으로도 그럴듯 싶지요 아마^^)
그저 다른 재미보다 이 재미가 좋은 정도입니다
겨우 아이에게 신나게 해주는 일이
책읽어주는 일이라는 걸
얼마전에 발견했습니다
남편은 블럭놀이도 해주고 그림도 그려주고
칼싸움에 축구도 같이 하는데
저는 그저 한쪽 구석에 떡하니 자리잡고
두 아이 양쪽에 끼고
이상한 소리나 질러대면서
책읽어주는 일밖에 안하는 겁니다
앞으로도 그럴 거 같습니다^^
그래서 변명아닌 변명으로
책읽어주는 거라도 잘하지 뭐 ,,합니다
맨날 읽어주기만 했더니
이제 6살인 큰아이는 겨우 지 이름 석자밖에 쓰지 못해서
요즘은 좀 걱정이 되긴 하지만
그래도 가능하면 오래오래
아주아주 오래오래
아이들과 함께 도서관에 다니고
빌려온 책을 신이나서 읽어주는
엄마가 되고 싶습니다

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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