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이 넘은 시간에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고 잠자리에 들려다, 문득 생각난 것이 있어 몇 자 적습니다.
친정 엄마와 친분이 두터운 아동 미술학원 원장 선생님이 계십니다. 참 수더분하니 좋으신 분이시죠.
그 분이 그러시더랍니다. 10년 전의 아이들과 지금의 아이들은 참 다르다구요. 좋아진 면도 있겠지만, 그 선생님은 아쉬운 점을 더 말씀하시더랍니다. 특히, 그 선생님이 증거물(?)로 제시한 것은 아이들의 그림이었지요. 10년 전의 아이들은 "마음대로 그려보라"는 주문을 받으면 정말 신나게 그렸답니다. 가지가지로... 그런데, 지금 아이들은 그 주문을 가장 어려워 한다는군요. 아예 손도 못대는 아이들이 태반이랍니다. 눈 앞에 뭔가를 놓아주면 잘 그리는데 말이지요. 분명한 대상이 있는 경우에도 10년 전에 비해 천편일률적인 경우가 많답니다.
언뜻 지금의 아이들은 예전보다 더 아는 것도 많고 똑똑해 보이는데, 다른 면으로는 더 퇴보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얘기를 듣고 말이지요. 특히,21세기는 창의성과 상상력이 가장 중요할 것이라는 예측과는 참 어긋나는 이야기지요.
그 미술학원의 아이들이 지금의 아이들 전부를 대표한다고 보기는 어렵겠지만, 뭐 다르면 얼마나 다르겠습니까... 그리 못사는 동네도 아니고, 그렇다고 갑부 동네도 아닌 평범한 중산층이 모여사는 아파트촌 학원의 이야기니, 우리의 자화상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지금 아이들의 그림이 10년 전에 비해 재미없어 진 이유야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큰 이유중 하나가 바로 빗나간 조기교육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우리는 너무 일찍 아이들을, 아니 아기들을 천편일률적인 틀에 맞춰 교육시키려 하는 것은 아닌지...(사실, 좀 조심스럽네요. 다른 엄마들의 열의를 욕보이려는 말처럼 들릴수도 있겠지만, 그건 아니라는 점!!!)
엄마들은 이제 아이들의 영어교육까지 책임져야 하는 그야말로 울트라 초강력 수퍼우면이 되어야 하는 마당에, 그 조바심을 부추키는 유혹이 정말로 많지요. 저도 아기랑 집에 있을 때면 수시로 찾아오는 학습지 관련 영업사원을 따돌리느라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입니다.
다 좋습니다. 여유만 된다면, 또 엄마가 열의만 있다면 좋은 교재를 잘 활용해서 나쁠게 뭐가 있겠습니까.
제가 속상한 건, 엄마들 각자가 가지고 있을 육아 원칙이 제대로 사수되기 힘들다는 점이지요. 또, 자기 원칙을 고집하면 '이상한 엄마' 취급을 받게 되기도 하구요. 예를 들어, 저같은 경우는 학습지만큼은 일찍 시키지 않으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제 원칙을 얘기하면 영업사원들은 십중 팔구 저를 '무지한 엄마' 취급 하지요. 물론, 상술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속상합니다. 은근히 맘이 흔들리기도 하구요. 씁쓸한 맘으로 그네들을 돌려보내고나면 이런 생각이 들지요. 이런 수모앞에서 얼마나 많은 엄마들이 자신만의 지론을 꺾고 무릎을 꿇게 될지...
졸린 눈을 비비고 쓰는 거라 횡설수설입니다...
결론은... 우리 엄마들, 자신감을 갖고 육아를 하자는 것이지요. 좋다는 교재 사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건 엄마의 확신과 적극성이 따라주어야 하는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주변 상황에 맘이 흔들려 자신의 육아 원칙을 접고마는 엄마들도 꽤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그러지 말았으면 합니다. 우리, 자신감을 갖자구요. 우리 아기는 결국 우리가 키우는 것이니까요...
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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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10년전의 아이들과 지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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