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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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님 안녕하세요?
저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오랫만에 인사드립니다. ^^
할아버님의 모습을 보면 저희 시아버님과 너무 흡사(?)해서 푸훗.. 미소짓게 됩니다.
작년 여름에 둘째를 낳으면서 시부모님과 함께 살게 되었어요.
아버님은 오랜(?) 외국생활에 종지부를 찍으시고 퇴직하셔서 두 손주 돌보기에 전력을 다해주세요.
작년 겨울부터 아버님의 제안으로 규칙적인 생활(운동이건 학습이건 놀이건)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해서 민규(7세, 2000년 여름둥이)랑 '빡빡한 생활계획표'를 짰어요. 그걸 토대로 아이의 오후 시간을 manage 하기 시작한지 이제 석달이 되었습니다. 초등저학년 이하의 아이들에게 잘 통한다는 일명 스티커를 통한 동기유발요법을 쓰고 있어요.^^ 제가 없는 낮시간엔 아버님이 민규를 봐주세요. 거의 '감독' 수준이죠. ㅋㅋ 수학학습지, 영어책소리내 읽히고 녹음하기, tv 약속한 프로그램보기, 집앞 특공무술 가기 전에 챙기기 등. 새로운 아이디어도 저한테 제안하시고 그러세요. ^^
퇴근하고 나면 저녁식사 후 제가 바통 이어받아 한자학습지랑 책읽기, 오르다게임류이나 오목(바둑은 아직 제가 못둬서요), 오델로 등을 합니다. 저는 엄마라서 그런지.. 애가 너무 힘들어하면 한두번 눈도 감아주고 over 해서 칭찬해주곤하는데, 저희 아버님은 정말 완죤 철.처.하게 관리하시던데요? 처음엔 아이와 실갱이도 많이 했는데 지금은 거의 자리를 잡아가서 안정기에 접어들었습니다. ^^ 알고보니 저희 아버님은 기준치를 너무나 높게 잡고 계셨더라구여. 지금은 조금씩 낮추고 계시구여. ^^ 아버님이랑 저랑 이렇게 죽이 맞아서 아이 얘기하고 아이디어 교환하고 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아이도 이런저런 우여곡절끝에 잘 적응해나가고 있구여.
처음엔 너무 애를 잡는거 아닌가, 어린 아이인데 이렇게 숨막히게? 짜여진 계획대로 하루 살아가도록 하면 부작용이 더 크지 않을까.. 엉뚱하지만 '스스로 어린이' '창의력'을 가로막는 건 아닌가...많이도 망설이고 조심스레 아이를 관찰하고 했습니다만
3개월이 지난 지금.. 엄마가 퇴근하기도 전에 한자학습지 반권을 모조리? 다 풀어놓고, 시간 맞춰 '책읽는 시간이다!' 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 뿌듯합니다. 계획표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아이와 협상을 좀 벌여서 조금씩 수정해나가고 구체화했구여. 이제는 엄마와 함께 약속한 틀안에서 스스로 time management를 하고 즐기는 모습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 싶습니다. (물론 포켓몬스터랑 톰과제리 등 만화에 열광하고 엄마랑 실갱이하는 건 여느아이들과 다름이 없습니다. ^^ 늘 애랑 협상하고 타협하고..그러네요. 이젠 말로 이기기 어려운 나이라. -.-)
세상 살면서 싫어도 해야 하는 것들이 정말 많죠? 재미없는 책 읽는것보다는 재미있는 만화 보는게 더 쉽고 좋고.. 힘든 운동 하는 것보다 누워서 퍼져 있는게 좋고.. 하지만 학교 가기 싫어도, 회사 출근하기 싫어도 매일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일터로 향해야 하는 우리기에. 게으름이 스믈스믈 이불밑으로 기어들어와도 탁탁 털어 일어나려면 우선 몸이 '건강'해야하고 그 다음은 '규칙적인 생활'이 필수인 것 같습니다. 저역시 수시로 슬럼프에 빠지고 마냥 퍼지고 싶은 유혹이 많습니다만.. 이렇게 쑥쑥에 들어와 정신을 바짝 차리고 마음을 가다듬게 됩니다.
처음엔 할아버님방식을 잘 따라가는 손자분도 대단하고.. 꾸준히 흔들림없이 손주분을 여러방면으로 care하시는 할아버님이 대단하다 여기면서도 한편으론 좀 숨막히다..고 생각했는데 (할아버님 특유의 문체 때문에 더 그런걸가요? ^^), 이젠 어떤 방향으로 가는게 우리 아이에게, 나에게 맞는건지 조금 감이 잡힙니다. 또 어른들의 말은 귀담아들어 손해볼 것 없단 생각도. ^^ 앞으로도 좋은 글 꾸준한 글 부탁드립니다..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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