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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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지나가는 여인님의 '장애인'에 대한 글을 읽고,
여러가지 착잡한 마음에 이렇게 끼어들게 됩니다.
몇 년전에 아마 '낮은 울타리'란 정기간행물에서 읽었을 겁니다.
(기억이 가물 가물....)
얕은 기억이지만, 자주 제 기억속에 들어와 가끔씩 저를 엄마라는 것에 대해 생각케 해주는 그런 글입니다.
한페이지밖에 안되는 짧은, 미국의 어느 아지메 글...
▶내용인 즉....
(기억을 더듬어서 지 맘대로 리메이크...)
전쟁터에 나간 아들이 부상을 당해 군인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는,
아들의 편지를 받음.
아들의 편지 내용은...
"엄마, 저는 괜찮아요. 그리 심한 부상도 아니고, 치료를 잘 받아 이제 정말 많이 나았어요. 그런데 엄마, 제가 퇴원해서 집에 돌아갈 때,
제 친구를 한 명 데려가면 안될까요?
그 친군 심한 부상을 당했어요.
양 쪽 다리로 잘리고, 두 팔도 잘리고(기억이 가물 가물)...
그래서 휠체어도 다른 사람이 밀어줘야 되고, 무엇보다 의지할 가족이
없어요. 그래서 제가 데려가고 싶어요.
그런데 엄마가 불편하실까봐... 엄마 의견이 궁금해요!"
"아들아, 네가 괜찮다니, 정말 다행이구나!
그런데 그 친군 정말 안 되었구나!
그렇지만 그 친굴 데려오면 우리가 너무 불편하지 않겠니?
미안하구나, 아들아!"
.
.
.
.
.
.
.
그리고 며칠(?)있다, 아들의 사망통지서를 받는 엄마!
자살!
그 친구가 바로 아들이었다!
그 당시 이 글을 읽고 머리가 멍해짐을 느꼈다.
지금도 이 생각만 하면 역시 머리가 멍~~해진다.
충격이 심했다.
짧은 글이었는데, 자주 아무 때나 머리속을 스친다!
아들과 친구는 다른가 보다.
아들이야기였더라면 그런 답장은 보내지 않았을텐데...
내가 그 엄마였더라면 어떤 답장을 보냈을지 생각해 본다!
자신이 없다!
당연, 아들의 상황이라면 모든 걸 감싸고, 더 큰 사랑으로 품어줄텐데...
그게 아들의 친구상황이라니....
이런 이중성이?
나도 그렇지 않았을까 반성해 보며,
모든 아이들이 내 아이처럼 생각되는 그런 사회분위기가 되었으면...
이기적인 엄마에서 졸업하자!
jublu님의 글입니다.
> 저 그냥 지나갈 수가 없어서...
> 기억을 더듬어
> 중앙일보에 가서 아래 글 퍼왔습니다.
> 이 칼럼 읽었을때...
> 이시형박사님의 끝부분... 뭐 한국인의 힘... 우주...
> 이런거는 대충 읽었어도...
> 가장 가슴을 치게 하는 부분...
> 아니 학교에서
> 어떤 녀석들이...
> 철이를 때리는지...
> (자식키우면서 남말하지 말라하시는
> 어른들 말씀에...뭐 저도 아직 울 애들을 학교에 보내지
> 않았으니...하다가도...)
> 하지만... 저 여기다 장담할래요...
> 만일 우리 아이가
> 철이처럼... 그렇게 자신을 방어도 할 수 없는
> 누군가를 괴롭힌다면...
> 내자식... 내가
> 오뉴월에 개패듯...
> 저도 맞으면 얼마나 아픈지
> 알게 해주겠습니다.
> 아니...
> 그 이전에 울 애들
> 마음씨 고운 아이들로 자라도록
> 노력하겠습니다.
> ㅠㅠ 이러다 울애들이 맞으면...
> 아마 이런 마음에 철이를 때린...
> 그런 아이들의 엄마들이
> 애들을 넘 거칠게 키운건 아닌가 싶네요.
> 게다가
> 이런 복잡한 세상을 살면서
> ...
>
> 2000. 12. 28 중앙일보
> [이시형의 세상 바꿔보기] 산다는 것만으로 위대하다.
>
> 철이는 뭐하나 똑똑한 걸 갖고 태어나질 못했다.
>
> 때론 맞기도 한다. 그래도 반박은커녕 맞고만 있을 수밖에 없는 아이다. 퍼렇게 멍든 자국에 울고 앉은 철이를 보면 또 화가 치민다.
>
> "녀석아, 물어뜯기라도 하지. 왜 그냥 맞고만 있어?" 하지만 철이는 대들 힘도 용기도 없다는 걸 내가 왜 모르랴. 철이는 뭐하나 똑똑한 걸 갖고 태어나질 못했다.
>
> 기형적인 가냘픈 팔 다리, 흐느적거리는 걸음, 둔한 머리, 그러나 머리통은 커서 아이들로부터 ET라고 놀림을 받는다.
>
> 거기다 위로하고 보살펴줄 부모마저 가까이 없으니 그저 하느님이 야속할 뿐이다. 도대체 이 아이는 무엇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한단 말이냐.
>
> 그러나 한편, 이러고도 여기까지 살아온 철이가 참으로 기특하고 용하단 생각도 든다. 울며 넘어지며 슬퍼하고 괴로워하며 여기까지 살아온 게 가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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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연약한 몸에, 저 여린 마음으로, 철아, 넌 용케도 견디며 살아왔구나. 그것만으로 장하다. 그것만으로 위대한 승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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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철이에게 그 밀 한 포기의 힘을 이야기해준 건 그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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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아이오와대 생물학 교실에서 한 실험이다. 작은 나무상자에 보리 밀 씨앗 하나를 심었다. 이윽고 싹이 트고 빈약하긴 하지만 조금씩 키도 자랐다. 키만 훌쭉 자랐지 몸집은 너무 허약해 볼품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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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험팀은 통을 부수고 뿌리의 총 연장을 측정했다. 가느다란 모근까지 현미경을 동원해 모두 쟀다. 한데 이게 웬일인가? 그 길이가 무려 1만1천2백㎞. 실험팀도 놀랐다. 서울~부산간 경부고속도로를 정확히 14번 왕복할 수 있는 거리다. 믿어지지 않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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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이 기사를 읽으며 `생명` 에 대한 많은 생각을 했다. 비좁고 열악한 환경에서 그 밀은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한치의 자양분을 흡수하기 위해 긴 뿌리를 모래 속으로 끝없이 뻗어나간 것이다. 그 긴 뿌리가 밀의 필사적인 투쟁을 웅변하고 있다. 기름진 땅에서 자란 혜택받은 밀이라면 이렇게 긴 뿌리는 필요없었을 것이다. 몇 가지만 땅에 내려도 충분한 영양을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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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실험실 통속의 밀 한 줄기는 열악한 환경과 싸워 살아남지 않으면 안된다. 필사적이란 표현이 과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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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목숨을 건 노력 없이는 말라죽었을 것이다. 생사의 갈림길이다. 한 뿌리라도 더 멀리, 더 깊이 뻗어야 생존이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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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하여 그 가혹한 운명과 싸워 이겨 말라죽지 않고 삶을 이어온 것이다. 그 필사의 노력 앞에 감탄이 절로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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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역경에서도 삶을 이어간다는 것, 살아간다는 것, 그리하여 살아 있다는 것, 이것만으로 그 생명체는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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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용히 생각해보면 한 알의 생명체가 움트고 성장.발육하기 위해선 온 우주가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에 짐짓 놀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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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상으로는 나뭇가지, 잎을 뻗어 바람에 일렁이며 비를 맞고 태양을 받고, 땅속 깊이 뿌리를 뻗어 온갖 자양분과 물을 흡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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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 우주의 어느 하나가 관여하지 않는 게 없다. 이 작은 생명체를 위해. 그래서 생명은 그 자체로 위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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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험실 통 속의 밀알처럼 저주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 난 사람도 있다. 난 철이를 보면서 운명이란 걸 부인할 수 없다는 사실에 가슴이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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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아, 어쩌면 너도 그런 사람의 하나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럴수록 강해야 하는 게 또한 네 운명이다. 그 밀알의 뿌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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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어진 운명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잘 사는 집에 건강한 아이로 태어나지 못한 걸 한탄 말자. 통속의 밀알은 결코 화원의 아름다운 장미로 태어나지 못한 걸 한탄하진 않았단다. 다만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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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아, 너에게 지워진 운명은 참으로 가혹하다. 누구도 그건 부인 못한다. 너도 그리고 나도, 하지만 고맙게도 신은 너에게 끈질긴 생명력을 주셨다. 어떤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이 살아갈 튼튼한 생명력을 주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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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느적거리고 연약하고 볼품이 없어도, 그리고 괴롭고 슬퍼도 살아가야 한다. 이어야 한다.
> 그리고, 잊지 마라. 온 우주가 너의 가냘픈 생명을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을. 신이여 우리 철이에게 용기를, 그리고 오늘을 힘겹게 사는 모든 한국인에게도. 그리하여 철이가 그리고 한국인이 왜 강한지를 보여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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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시형 <정신과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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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RE] 지나가는 여인님의 다이어리를 읽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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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코알라맘 등록일 2001-06-11 03:51 조회수 1,0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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