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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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처음 왔었던 신혼시절...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무슨 용기로 남편따라 미국이란 나라를 왔는지 아찔하다. 무엇이 나를 미국으로 이끌었는지...남편과의 사랑? 외국생활에 대한 막연한 환상?
처음 와서는 한마디도 못하면서 영어수업에 정말 열심히 다녔다. 지금 생각해 보니 너무나도 어처구니 없는 영어실력이었지만 용기하나는 대단했나보다..
동네에 무료 투터를 엮어주는 곳이 있어서 남편과 함께 테스트를 받으러 갔는데 영어가 어째 술술 나온다 싶었다..나중에 테스트 다 끝나고 남편이 하는말이...왜 자꾸 동사앞에 무조건 'did'를 붙이냐고 한다. 나는 전혀 의식을 못했었는데...
테스트 하는 사람이 'What did you do last weekend?'라고 물으면 나는 'I DID go shopping''I DID read a book'이라고 얘길했다고 한다. 물론 book앞에는 당연히 'a'를 붙이지 않았겠지...과거 시제로 대답해야한다는것은 생각하고 있었지만 입에서는 나도 모르게 DID를 붙여서 나온 모양이다...
그때는 아무것도 몰라서 더 용감했던것 같다. 지금은 내가 못한다는걸 알기에 더 용기가 안난다..내가 틀린것이 내 귀로 들릴때의 그 황당함..
처음 미국에 온지라 친구, 가족들과 국제우편으로 편지도 주고받고 했었는데 친구에게 편지를 받고 내가 답장을 처음 보낼때의 일이었다. 아파트 1층에 있는 우편함에 가서는 편지 보낼 우편함을 찾는데 아무리 찾아도 안보이는것이다. 한참을 서성거리다가 마침 오피스 직원이 지나가길래 머리속으로 문장구성을 하기 시작했다.
'편지를 보내야하는데 어디다 넣는지를 모르겠다.'를 영작하기 시작했다. '편지 보내고 싶은데 어떻게 하나요?'라고만 생각했어도 조금이라도 더 쉬운 영작이 되었을텐데 한국식 문장을 영어로 표현하자니 더 어려웠던 모양이다..
직원앞에서 얼마나 바보같이 설명을 했는지...더군다나 미국온지 한달도 안되었을때니 영어문장은 안봐도 훤하다.
한참 듣던 직원이 나에게 묻는말이..
'Send in? or send out?'이라고 딱 두마디를 하는것이다.
결국에는 오는 편지냐 가는 편지냐를 묻는것이다.
그냥 'How can I send a letter?'라고만 했어도 금방 통했을텐데 그땐 왜 그렇게 문장을 복잡하게만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더 황당했던 것은 오는 편지함에 보내는 편지도 그냥 넣어놓으면 우체부가 알아서 가져간다는 것이다...괜히 여기저기 서성이고 찾았네...
미국와서 필름사진을 한참 찍어대던 시절, 동네 마트에 가서 사진을 찾아야 하는데 또 교과서 적인 표현을 무지하게 외워갔다. 필름 현상, 인화 뭐 이런 어려운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서 사전에 나온 예문도 달달 외워서갔다.
사진찾는곳 카운터에 가서 필름을 내놓으며 입을 열려는 순간 직원이 나에게 던진 한마디..
'Send out? or 1 Hour?'
1시간후에 찾는 익스프레스로 할거냐 아니면 며칠후에 찾도록 맡길거냐를 물어보는 것이다..내가 외워간 문장은 써먹지도 못했다. 사진을 맡길때도 필름 주면서 '1 Hour, please'라고만 말해도 사진찾는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 현상해주세요, 인화해주세요...뭐 이런 단어는 굳이 외우지 않아도 되는것이었다..
가만 생각해보면 미국 사람들은 어려운 단어보다는 일상생활에서 늘 쓰는 단어에 전치사를 붙여서 많이 쓰는것 같다.
우리가 가장 흔하게 알고 있는 호텔 체크인할때도 'Check in/Check out'이라고 하고, 도서관에서 책 빌리고 반납하는것 또한 Check in/Check out이라고 쓴다.
오늘 점심때 아이 학교에 Lunch Volunteer에 갔을때도 학교에 오는 모든 방문자가 필히 싸인을 해야 하는데 그 싸인북에 보니 'Volunteer Sign In/Out' 이라고 쓰여있었다. 그 옆에 또 하나 싸인북이 있었는데 그것은 아이들이 학교에 늦어서 부모가 직접 태워다주거나 병원등의 약속이 있어 일찍 조퇴를 해야할때 오피스에서 꼭 싸인을 하는것인데 그곳에도 역시 'Student Sign in/Out form'이라고 쓰여있었다.
지난번에 둘째 꼬마가 배가 아파서 데리고 나올때 싸인을 하고 있으니 오피스 직원이 물어본 말이 'Are you signing him out?'이라고 물었다. '아이를 집으로 데려가냐?'라는 의미이다.
Vocabulary 30,000이라는 책을 많은 사람이 알고있듯이 우리는 엄청 어려운 단어들을 배우고, 외우고, 공부했지만 정작 실생활에서는 어려운 단어는 그리 쓰이지 않는것 같다. 물론 중요한 업무를 하고 수준이 높은 책을 읽는다면 그런 단어가 당연히 나오긴 하지만 동네 아줌마와의 수다라면 굳이 어려운 단어를 몰라도 대화하는데는 아무 지장이 없다.
특히나 우리가 늘 쓰고 있는 take, get, come등의 단어에 전치사를 붙여서 쓰면 정말로 많은 상황이 해결될수 있다.
'우리집에 놀러올래?'
'Can you come over?'
'오늘까지 가져와야 해요.'
'I need to bring it back by today'
다른물건으로 가져가실래요 아니면 현금으로 환불 받으실래요?'-마켓에서 교환할때
'Do you want to get a new one or money back?'
'현금으로 환불받고 싶어요'
'I want to get money back'
패트릭 밖에 나와서 놀수 있어요?
'Can Patrick come out?'
전치사의 천국이라고 할만큼 전치사는 일상생활에서 그 쓰임새 또한 무궁무진한것 같다.
전치사만 적절히 사용해도 복잡한 문장이 필요없이 간단히 숙어 하나로 해결될수 있는 상황이 많은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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