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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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둘째 녀석이 중학생이 되고, 엄마 아빠는 초등학교에 첫아이를 입학시킨 것 만큼 마음이 분주하다.큰 터울의
둘째 아이를 큰 애 신경쓰느라고 어린 시절 유별난 공을 들이지 못했기 때문이다.초등학교는 인성교육을 중시하고
다양한 체험 활동을 하는 사립학교를 보내면서 아무런 걱정없이 행복한 초등학생이 되어주면 만족이라고 생각했다.
중학교를 보내면서 아이의 장래를 생각하고 진로도 고민하면서 마음이 여러가지로 복잡하다.큰 아이는 근성이 있는
지독한 아이여서 중학교보내고 걱정이 없었다.밤을 세워서라도 해야 할 일은 하고 자신에게 기대하는 모든 사람에게
뭔가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강한 아이였기에 '자기 주도적 생활'로 모든 이들에게 부러움을 받는 그야말로 '엄친아'
이다.아이의 욕심을 따라가지 못해 나는 정말 허덕거리며 살아야 했다.
같은 뱃속에서 나온 형제지만 어쩌면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형과는 비교할 수 없이 뛰어난 두뇌를 가진 아이지만
욕심이 없다.아니 근성이 없다고 해야하나...이제 중1 아이에게 근성을 운운하는 것도 경솔한 이야기지만 마음편히
아이가 하는대로 맡겨둘 수가 없다.큰 아이는 수학을 풀어도 내가 채점을 해 본 기억이 없다.혼자 알아서 하므로
책만 사주면 그만이었다.하지만 둘째는 채점하고 오답노트시키고,영어공부를 해도 뭔가 점검을 해 주어야 한다.
계속 따라 읽으라고 지시를 내리지 않으면 멍하니 조용하게 듣고만 있다.영어는 백날 듣기만 해서는 좋은 발음도
유창한 말도 할 수 없다고 백번을 이야기 해 주어도 소용없다.들리지 않는 부분의 소리를 잡으려고 수십번 반복하던
형과는 다른 모습이다.시키지 않아도 무엇이 도데체 그토록 공부에 열중하게 하였을까.....스스로 독하게 하지 않는
둘째를 기다려 주기에 내 마음은 급하기만 하다.6년간 많이 기다려주지 않았는가!
과학고를 졸업하고 이건희 장학금을 받고 미국유학떠난 학생은 아버지가 직장까지 그만두고 뒷바라지 했다고 하고
쑥쑥의 할아버님 이야기를 하며 남편에게 둘째의 뒷바라지에 최선을 다해주기를 부탁했다.나는 일 때문에 아니 실력
부족이라 도저히 아이를 시킬 수 없다고 하소연하면서 말이다.중1이지만 이미 영어,과학,수학은 내가 손을 댈 수
없을 만한 수준에 올라가 있었다.놀며 놀며 스스로 하지 않는 것 같아도 학원을 다니지 않고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믿어지지 않는다.남편은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스스로 깨닫지 못하면 기대 할 것이 없다"고 한다.그야말로 공부는
스스로 해야지 남의 힘을 빌려서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번 서울대 합격생들의 스펙을 보면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만 했다.강남살고 열성적
인 부모밑에서 뒷바라지를 받으며 공부한 애들일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은 생각보다 그렇지 않다.조기영어,조기유학
어려서 수학경시에서 날리고, 고액과외받은 아이들이 아니라는 것이다.요즘은 집안환경이 좋아야 공부를 잘한다는
생각인데,그렇다.부모가 아이들의 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정도이지 생각보다 아이의 공부에 적극적으로 개입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1,2년 수십명의 아이들 공부 상황을 지켜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사교육
천국인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었다.하기는 서울대가 내신비중이 높은 수시에서 60% 이상의
학생을 선발한다는 전제도 있지만 ,어찌하였든 서울대를 합격한 아이들은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이 뛰어난 아이들
이었다.
'자기 주도적 학습' 이 얼마나 환상적인 학습법인가? 물론 우리집은 학원이나 과외를 일체 허용하지 않으므로 자기
스스로 해야만한다.그런데 공부에 대한 몰입태도에 따라 결과는 상당히 다르게 나오지 않을까..중간고사가 되면
둘째 아이를 데리고 문제를 풀리고 채점을 하고 내가 진두지휘하면 성적은 분명 최상위권이 될 것이다.하지만 언제
까지 해야할까? 처음부터 아이에게 맡겨버릴까? 특목을 가려면 내신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었는데,한번이라도
내신을 버리면 ...큰일이지,아니 내 자존심이 견딜 수 없을거야.그런데 언제까지 그렇게 해야 하는데...
'엄마표' 공부에 함정이 있다는 것을 알기 시작했다.아이는 엄마에게 의지하고 싶어진다는 것이다.그러면서 자기
주도적 학습능력을 키울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 애들은 우리 엄마에게 부탁하면 '만사형통'
이라고 생각한다.지독한 큰 아이도 그렇게 생각한다.나는 웃어야 할까,울어야 할까....
단풍낭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