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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4개월][RE]학습지 알레르기 엄마, 딸에게 항복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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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형란 등록일 2001-06-22 18:50 조회수 1,0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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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지!
휴우우우우우우우우우~
저의 초등학교 시절을 회상할라치면, 엽기적인 파란색 커버의 '산수 완성'이라는 문제집 생각밖에 안납니다.
대학교 진학 후 서울로 올라와 외삼촌 댁에서 4년을 지냈는데,
사촌 동생들이 '공문 수학' 이라는 걸 풀고 있어,
악몽같은 '산수 완성'이 떠올라서 사촌들이 너무나 안되보이더군요.
같은 유형의, 숫자만 바꾼 수십개의 문제들이 양쪽 페이지에 숨막히도록 있는, 그래서 문제집을 펼치면 웬지 가슴이 답답해지고, 눈물까지 글썽거렸답니다.
답안지 훔쳐보고 베낄 요령도 없었던 저는 꼬박 6년을 그 엽기적 파란색 커버를 보며 살아야했던지라, 저는 아이 기르면서 절대 학습지는 시키지 않을거라고 굳게 다짐했답니다.
그런데, 이게 우찌된 일인지, 시장에서 홍보하는 아이템플 학습지를 본 우리 큰애가 그걸 시켜달라고 시장 갈 때마다 조르는겁니다.
그래서 마지못해 신청을 했지요.
엄마의 학습지 알레르기와는 상관없이 아이는 무척 좋아했습니다.
1주일에 한번씩 오는 학습지를 오는날 뚝딱,미처 제가 설명해 줄 겨를도 없이 급하게 포장지 주욱 뜯어서 스티커들을 척척척 붙이고는
아쉬운듯 입을 쩍쩍 다십니다.
문제를 이해하고 생각하는 과정이 생략되고, 거의 반사적으로 스티커들을 붙여버려서, 스티커 빨리 붙이기 연습책이라도 되는 것 같았죠.
딱하나 건질만 했던 것은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조합하여 읽기를 터득할 수 있는 빙글 빙글 돌리는 원판으로 된 놀잇감 정도였습니다.
아이는 그 놀잇감을 가지고 놀기에 무척 열중했습니다.
노는 방법을 설명해주었을 때 입을 헤 벌리고 너무나 신기해 하던 아이 모습이 지금도 생각나는군요.
그러나 항상 똑같은 포맷의(도대체 연구라는걸 하고 만든건지 의심스러웠습니다)학습지 자체가 너무 맘에 안들던 차에 멀리 이사를 가게 되어 아이에게 약간의 거짓말을 해서( 딸에게 미안!) 그만두게 되어 참 다행이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새로 이사간 동네에 한솔교육을 비롯하여,웅진, 빨간펜,튼튼영어,아가월드등 온갖 사무실들이 저희집을 중심으로 반경 1킬로내에 포진해 있어서, 아이 유모차 끌고 길을 나서면 도무지 진도가 안나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던중 웅진의 '곰돌이 아이큐'라는 학습지를 안해도 좋으니 보시기만 하라고 들이밀길래 봤더니- 심한 학습지 알레르기로 보기조차 거부했거든요- 오호! 거참, 제가 소시적 풀던 문제집들하곤 많이 다르더군요.
저의 이런 심경의 변화를 놓칠리 없는 상담 선생님의 끈질긴 권유와
양미간 찌푸리고 탐탁치 않은듯 보이는 엄마의 줄다리기를 보고 있던 우리 큰 아이,
문제집들 중 하나를 펼치더니 점점 몰입하기 시작하더니만 자기것인양 연필로 슥슥 풀고 있는겁니다.
아이의 이런 행동은 상담교사의 맹공격을 유도하고, 몇년간 쌓은' 학습지 절대 불가 '의 성이 삽시간에 무너지며 저는 그만 항복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곰돌이 아이큐의 마지막 단계인 7,8 단계를 하게 되었습니다.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6개월 전의 일이었죠.
수동적이고 우연한 선택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참 절묘한 '시기' 선택이었다는 생각입니다.
학교에 가면 이런걸 배우게 된다는 엄마말에 아이는 무척 관심을 가졌고, 저의 소시적보다 눈물나게 창의적이된 학습지의 구성은 아이의 흥미를 이끌어내기에 그리 부족함이 없어보였습니다.
아이템플 잠깐 한것 외에 학습지라는걸 하지 않아서,
아이가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게 많다는 생각에 의기소침해지면 어쩌나 하는 염려는 엄마의 기우일뿐,
학습지라는걸 통하지않고도 아이가 터득해야할 기본 개념들이 엄마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형성되어 있었다는걸 느끼며,
아이들은 '스스로' 터득한다는 말이 새삼스레 수긍이 갔습니다.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학습'-학습지의 학습과는 다릅니다-을 즐긴다는게 4살 8살짜리 두 딸 키우는 저의 경험입니다.
그런데 학습지는 그런 본능적 욕구를 북돋기는 커녕 죽이기 쉽상인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가 학교에서 뒤처질까봐 정 걱정이 되신다면 초등학교 입학전 학교스러운(?) 문제의 적응훈련 정도로 학습지를 잠깐 활용해 보시는것도 괜찮을거라 생각합니다.
그정도로만 학습지를 활용한 우리 큰애는 지금
학교수업 내용의 많은 부분을 어느정도는 미리 알고 입학했지만
완벽히 아는것은 아니어서
너무 모르는게 많지도 않고, 그렇다고 다 아는 내용이어서 지겹지도 않은 적당한 수준이라 생각됩니다.
사실 학습지 보다는 책 그만 읽고 자라고 몇번을 종용해야 마지못해 침대로 올라가는 우리 아이의 무지막지한 책읽기가 학교 공부에 더 도움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학교에 가서 배우는 내용에 새로운 내용이 전혀없게 가르친 엄마는 전혀 안가르친 엄마보다 잘못하신게 아닐까 하는게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우리 큰애가 학교공부하는걸 지켜보면,
제가 아이를 위해 한 일중 가장 잘한게 목이 쉬어 말을 못할 정도로 책을 읽어주고, 읽어주고, 또 읽어준 것, 그리고 늘 좋은책을 아이옆에 두려고 애써왔던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가 책을 통해 정말 많은 지식과 지혜를 터득했고,
그것이 학교공부에도 정말 든든한 거름이 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아이가 입학한지 서너달 되가는 요즘 하게 된답니다.
제 말을 믿으시라니깐요.
학습지는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선택'의 문제지만 - 해서 독이 되는 경우도 있지요-
" 훌륭하고 다양한 주제의 책들을 끊임없이 읽기"는 아무리 많이 읽어도 부작용이 없는 반드시 해야하는 '필수'의 문제라는 생각에 책읽기 전도사라도 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일단 책읽기를 필수로 하고,
아이의 창의성을 키워줄 수 있는 좋은 학습지를 선택하여 -아이가 학교에 가서 배울것이 반드시 남아 있어야 합니다- 활용하시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다만 학습지의 내용이 아무리 창의적이어도 지면에 프린트된 어느정도 박제화된 것이므로 학습지를 통해 창의력을 키울 수 있다는 생각은 무리라는게 저의 개인적 견해입니다.
가령 학습지에 케잌을 이렇게 저렇게 자른 여러 그림 중 어느것이 한조각의 크기가 가장 클까요? 하는 문제를 그 문제로만 -머릿속 사고로만- 터득하는 아이보다는
실제로 가족중 누군가의 생일때 생일 케잌을 먹으면서 스스로 케잌을 잘라보고 하는 과정을 통해 감각적으로 느끼고 이해하는 아이가 그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더 풍부한 논리회로를 가동시킬 수 있고 더 확장된 사고를 하게 될 수 있다는게 저의 믿음입니다.
아이는 움직여야 뇌가 발달된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됩니다.
아이가 소파 팔걸이 위에서 한발로 서 있으려고 애쓰며 비틀거리는 동작을 우습게 보지 마십시오.
아이가 균형을 잡으려고 애쓰는 동안 아이의
수학적 두되가 쑤욱 쑥 자란답니다.
아이가 탁자밑 의자밑으로 기어다니는걸 나무라지 마십시오.
그러는동안 아이의 공간 지각력이 쑤욱 쑥 자란답니다.
아이를 매일 놀이터에 내보내세요.
놀이터는 더할나위 없이 좋은 학교입니다.
친구 사귀는 법도 터득하고,
햇볕을 충분히 받아 뼈도 튼튼해지고 마음도 해처럼 밝아지며,
즐거운 놀이를 통해 엄마들이 걱정하는 두되발달도 매일 학습지 풀고 있는-즐겁지 않은 마음으로 푸는 경우-아이보다 훨씬 나을 수 있답니다.
우리 큰 아이가 학교 입학전 6개월 정도 학습지를 하는동안 아이가 질문하는 경우에만 가르쳐주고, 마음대로 하도록 내버려 두었습니다.
어떤때는 몇주씩 안하다가도-꾹 참고 그냥 내버려 두세요. 본전 생각하시면 안됩니다.- 하고 싶은 생각이 들때 몇주치를 한꺼번에 다하기도 하는등 지금도 안한 부분이 있기도 하지만
어찌됐건 대충 다 하였습니다.
입학후에도 안버리고 그냥 책꽂이에 꽂아놨더니 가끔씩 꺼내서 전에 안했던 부분 찾아 하기도 하고,
자기보다 산수 문제 더 빨리 푸는 짝꿍한테 자존심 상한 날은 그런 문제 나온 부분을 찾아서 칼을 갈며(? ) 또 합니다.
그래서 단물, 쓴물 다 빼먹은 다음에 버리려고 책꽂이에 항상 두고 있습니다.
우짜든둥,아이 교육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 몸을 움직이는 놀이, 오감자극, 책읽기'
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이라 해놓고 세가지나 들었는데,이 세가지는 항상 함께해야 하는것이라 생각되어서 말이지요.
비디오나 컴퓨터를 이용한 교육은 반드시 책읽기 교육보다 나중에 시작되어야 하고 절대 책읽기 교육보다 비중이 높아서는 아니됩니다.
책읽기를 싫어하는 아이들중에 책만 보면 머리가 아프다는 아이들이 있는데, 그게 괜한 꽤병이 아니라 정말 머리가 아프다고 합니다.
특히 책보다 비디오, 컴퓨터 등을 많이 본 아이들은 눈의 촛점이 그렇게 맞춰져서 책을 보면 촛점이 안 맞아 정말로 머리가 아프다는겁니다.
책만 보면 머리가 아프다니,
책이 인생의 양식인것은 둘째치고,
그야말로 학교교육을 받는데 있어서 치명적 결함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긴 글의 결론을 내리자면 - 얘기하다 꼭 옆길로 새는게 저의 병입니다요.-
학습지는 필수가 아니며, 오히려 아이의 학습 욕구를 저하시킬 수 있으므로 학습지의 선택과 그 활용을 신중히 할 일이며,
'아이가 좋아하는 학습지를 스스로 푸는것'은 좋은 교육이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학습지는 절대 메인 메뉴로 제공되어서는 안되며, 반드시 사이드 디쉬로 제공되어야 함이 마땅하다고 여겨집니다.
폴짝폴짝님의 글입니다.
> 20개월된 예쁜 딸아이랍니다.
> 아가방(몬테)선생님과 공부가 끝나고 지금은 아무것도 안하고 있으려니 좀체 마음이 편치 안아서....
> 주간 학습지를 해보려 하는데 노벨과 개미나 아이템틀이나 기타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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