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아이 수백명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 내 아이 하나 잘 키워보자고 휴직을 선택했는데, 3년 휴직해서 복직하는 사람 드물다며 주변에서 좀 말렸습니다.
그런데, 아이를 키우면서 프로 교사의 길에서 한발짝 물러나 점차 프로주부의 길로 정진하다보니,
복직할 날이 다가오는게 왜 이렇게 목이 졸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건지......
큰 아이때 2년 휴직했다가 복직했던 기억을 되새겨 보면 저의 2차 복직후의 그림이 훤~합니다요.
리듬과 환경이 바뀐것은 둘째치고 아이들과 코드가 안 맞는것이 속된 말로 환장할 지경이었습니다.
복직한 첫 날, 제가 아는 아이가 하나도 없어서 복도에 지나가는 한 아이에게 무거운 물건을 같이 들자고 부탁하려고 불렀는데,
그 아이?왜 자기를 시키느냐는 듯, 제 얼굴 한번 쓱 쳐다보더니 그양 제 갈 길 가는겁니다.
제가 학생일 땐 선생님 심부름 하나 하는 것도 큰 영광이었고,
휴직전의 아이들은 속으로야 투덜거릴지언정 썩 내키지 않아도 어쨋든 했는데,
눈길 한번 주고 그냥 가는데는 영 적응이 안되더라구요.
그래도 눈길 한번이라도 준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할지.
머리에 돌 맞은 사람처럼 교무실에 우울하게 앉아 혼란스러운 머릿속을 정리하고 있는데, 제 애기를 들은 선배 교사 왈
"그러길래 왜 애들 심부름시켜. 요즘 애들 바빠.
그리고, 잘못하면 남의 귀한 자식 험한일 시켰다고 욕들어."
좀 더 지내보니, 그 선배의 말이 다 맞는 것은 아니었지만,
격세지감은 분명했고,
아이들과의 '세대차'를 좁히는 노력과 아이들과의 정서 교감을 위한 노력 없이는 아이들과 생활하는게 기름과 물이 어우러지기와 마찬가지로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전에는 방학때 캠핑 가자고 하면 우와아 함성지르며 좋아라 하고,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겁도 없이 40명 남짓한 아이들 데리고 텐트치고 야영하며,
밤새도록 모닥불 옆에서 두런 두런 얘기 하다,
쏟아지는 별들과 별똥별을 입 쩍 벌리고 보던 기억이 있는데,
도대체, 2년 후에 나가보니, 아이들이 어른보다 더 바쁘고,
제가 이거 하자, 저거 하자 하면
"선생님, 저희들 좀 그냥 놔 두세요."
하며,
여기가 한창 피가 펄펄 끓는 아이들이 있는 중학교인가,노인대학인가 헷갈리게 만드는겁니다.
돌아가며 하는 청소도 학원 늦는다며 그냥 가버리기 일쑤고,
2년 휴직 끝이 그러했는데, 3년 휴직 끝은 어떠할지 벌써부터 명치께가 답답~해집니다.
복직하면 지금까지 해 준만큼 우리 두 딸들에게 해 줄 자신도 물론 없구요.
어차피 '슈퍼 울트라 하이퍼 맘'이란 절대 실현 불가능한 것이니,
주어진 한도내에서 노력할 수 밖에요.
말은 쉬운데,참 ......, 하루 하루가 전쟁일 것이 불을 보듯 뻔해서
저는 벌써부터 '난 할 수 있어'를 되뇌이며 자기 최면에 애쓰고 있는데,
'있어'가 자꾸 '있을까?'로 바뀌며 딴지를 걸어서 갈팡질팡입니다.
'훌륭한 아이'라는 결과물에는 열광하면서,
그 과정은 완전히 '엄마'라는 사람들에게만 내 팽겨쳐두니,
정말 생각할수록 화만 납니다.
누군가 '직장에서의 성취'와 '가정에서의 성취'가 '제로썸'이라고 주장했던 것도 마음에 걸리고,
영재아 엄마의 78%가 전업 주부고, 성공한 CEO의 84%가 전업 주부 아내를 두었다는 통계도 복직을 앞 둔 저의 발목을 잡아 끄는군요.
하지만,
엄마가 하루종일 집에 있다고 해서 아이가 잘 자라는 것도 아니고,
직장 다니는 엄마와 생활한 아이들이 모두 잘 못자라는 것도 아니고,
이건 그저 '케이스 바이 케이스'의 문제가 아닌가 합니다.(또 하나의 자기 최면을 걸고 있습니다)
내 능력이상의 '나'가 될 수는 없으니,
그저 '최선'을 다하는 수 밖에 방법이 있겠습니까?
에고, '최선'이라는 말처럼 무책임하고 무대책인 말밖에 할 게 없군요.
endless님의 글입니다.
> 저는 3년간의 달콤한 휴직기간을 마치고 이제 2학기부터는 교단으로 돌아가야 해요. 큰 아이 7살, 둘째 4살, 세째 3살 (좀 많지요) 내가 두 가지 일을 다 해 낼수 있을까 하는 고뇌의 시간속에 사표를 하루에 12번도 더 썼죠. 하지만 용기가 없어 그냥 복직하기로 했어요. 집에 있다고 아이들이 다 잘되고 나가는 엄마라고 아이 교육이 엉망이 되는 건 아니라는 생각, 양보다 질로 도전하자, 방학때 엑기스로 하면 되잖아, 등등의 각오를 하고 있죠.
> 이 휴직기간 동안 쑥쑥을 알게 됐고 여러분들과 달콤한 영어 육아의 길도 걸어보게 됐는데 이제 출근하면 어쩌죠?
> 시어머니께 '영어 오디오 테잎 한번씩 들려주세요, 10시 30분에 재능방송에 '바바'(우리 아이가 헬로우 베이비 하이 맘 프로그램을 지칭하는 말) 시간맞춰 보여 주세요. '는 우리 어머님 스타일에 너무 무리한 요구거든요. 게다가 얼마되진 않지만 간단히 써 주는 생활영어도 저녁시간으로 한정 될테고, 영어동화책 읽어주기도 지금처럼 쉽지 않을테고 , 지금 다니고 있는 영어 학원공부를 계속할 수 있을지. 쑥쑥에 들어올 시간적 정신적 여유는 있을지
> 친구들 보니 퇴근 후에는 목이 아파 아이 책 읽어주기 그리 쉽지 않다더군요.일단 내 몸이 녹초인데 영어 아니라 우리말 책인들 쉬우랴 쉽어요. 내 몸 피곤하고 직장일 신경쓰다보니 정작 자신의 아이에 대해서는 "저 스스로 알아 하겠지. 때가 되면 되겠지" 하는 생각도 많이 가지고 또 집에 계신 엄마들 보다는 정보도 오히려 늦고 그런것 같더라구요.
> 하여튼 이것 저것 지금까지의 저의 육아 행로에 펑크가 많이 나는데 이를 어쩌죠. 이제 겨우 우리 아이들 (막내 빼고)간단한 영어 문장 말하기 시작했는데 ...
> 거기다 쑥쑥 한마당에서 조언을 구했듯이 우리아이들 소아천식이 있어 건강관리까지 장난이 아니니 그저 가슴이 답답할 따람입니다.
> 쑥쑥에서 맹활약 하시는 분들중에 직장인맘이 많으시죠? 노하우 좀 들려주세요. 직장맘 표 한나게 다들 잘 하시는 것 같던데 후배에게 힘과 지혜를!!!!
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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