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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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신문을 뒤지다가 재미있어서 쑥쑥에 옮겨 담습니다.
4탄 까지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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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가 무엇이길래
턱없이 높은 영어 가이드라인과 획일적 잣대
“당신은 영어를 외면하고 살 자신이 있는가?”
이 당돌한 물음 앞에 자신 있게 ‘no’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사회에서 영어는 이미 권력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초등생은 물론 유아들까지 영어조기교육 열풍에 휩싸여 강남에 50여 만 원이 넘는 고가의 영어유치원이 등장하고 있는 것은 우리사회 영어 권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경닷컴 교육채널이 실시한 ‘직장인들이 가장 받고 싶은 교육’에 대해 67%가 토익, 토플, 회화 등 영어공부라고 답한 것도 직장생활에 똬리를 틀고 있는 영어 권력의 증거가 될 수 있다.
영어 권력화 현상은 사회가 설정한 영어가이드라인과 잣대를 통해 더욱 굳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꼬맹이를 CF에서 본 수많은 학부모들은 극히 정상적인 철모르는 아이들을 희귀영재아동과 비교하며 속상해한다. 취직에도 점수로 표현되는 영어가 필요하고, 취직 후 역시 그러하다. 대학은 들어갈 때도 영어로 골치를 썩게 하더니, 나올 때도 이젠 영어실력이 안되는 불량감자를 솎아내는 ‘영어시험인증절차’를 거쳐야 한다.
월드컵 준비상태를 진단하는 언론은 영어가 안 되는 국민들로 인해 걱정스럽다고 말하고 있다. 영어가 안 되는 다수들은 항상 영어 스트레스나 영어열등감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소위 못 배운 것이 한이 아니라, 영어점수, 혹은 토익점수가 낮은 것이 한이 되어 버린 사회가 된 것이다.
사회가 설정한 영어 가이드라인과 잣대
우리 사회에서 영어가 권력화 된 시작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1945년 9월 7일 맥아더 사령부가 포고 제1호로 발표한 ‘조선 인민에게 고함’에는 “미군이 점령군의 자격으로 군정”을 편다고 명시하고 있다. 영어, 보다 정확히 미국영어가 우리사회에서 단순히 외국어 이상의 의미를 획득한 물적 기반을 여기서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권력자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 자체로 권력이기 때문이다.
“수출만이 살 길이다”라는 70년대 경제구호에서도 영어 권력화를 추적할 수 있을 것이다.
김영삼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세계화’ 구호가 영어 권력화를 굳힌 계기였다는 주장도 나올 수 있다. 세계화 구호의 여파는 97년 초등학교 영어교육 실시로 이어져서 명실 공히 전 국민을 영어 포로로 만들어 버렸다는 현실적인 결과 때문이다.
당시에 ‘전 국민 영어공부 지극 정성론’을 주장했던 분들의 주장은 일제시대의 실력양성론과 닮아있다. 영어가 실력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국가경쟁력’이라는 세련된 말을 등에 업고 상당한 설득력으로 국민들을 포섭해 들어갔다. 물론 이것은 영어가 세계에서 차지하는 현실적인 비중이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논리였을 것이다. 영어는 전 세계 컴퓨터정보의 80%, 라디오방송의 60%, 전화통화의 85%를 차지하고 있다. 단 하나의 세계어로서 영어는 마땅히 지극정성으로 대접을 받아야한다는 주장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세계어로서의 영어를 우리사회가 받아들인 방식은 상당히 기형적이다. 점수로 표현되는 영어가이드라인을 설정하고 개인의 자율적 선택을 무시하는 획일적 대세몰이를 하고 있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대표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 영어 권력의 다른 이름인 ‘토익의 권력화’이다.
대략 94년부터 불기 시작한 토익열풍은 이젠 효용에 대한 반론을 수용하지 않을 정도로 우리사회를 장악하고 있다. 기업체 취직을 위한 필수조건이 된지는 오래 전이며, 취직 후에도 기업들은 인사고과에 토익을 반영하고 있으며 더욱 강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SK 그룹은 4월 16일 토익 700점 이하인 직원은 과장이나 부장 승진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밝히고 있다. 나아가 2003년부터 영어를 사내 공식 언어로 채택하여 모든 서류와 공식회의를 영어로 진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기업들의 이런 추세에 대해 영어와 관리능력은 별개라는 볼멘소리는 나올 여지가 없다. “명퇴냐, 700점이냐”는 밥줄을 쥔 쪽이 정한 기준을 우선 채우고 볼일이기 때문이다. 자주 보면 볼수록 점수향상을 기대할 수 있는 찍기형 객관식 시험인 토익이 실제적인 영어실력, 특히 회화능력을 제대로 변별할 수 있느냐는 방법론에 대한 문제제기도 불필요해진지 오래다. 설사 서울대에서 개발한 '텝스(Teps)'로 대체한들 옷만 바꾸어 입었을 뿐이지 영어에 대한 획일적인 평가는 어쩔 수 없다는 현실적인 반론 앞에서 무력해지기 때문이다.
영어를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사례는 대학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전국의 많은 대학들이 졸업논문을 대신하여 일정수준의 토익점수나 영어 실력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대, 경희대, 고려대 등이 이미 도입한 바 있는 이 같은 제도는 동국대의 ‘영어패스제’ 등, 숙명여대, 세종대 등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고려대와 경희대에서는 영어실력 미달로 졸업하지 못한 학생들이 이미 나왔다.
영어는 어느 틈엔가 제대로 된 사회인이 되기 위한 필수조건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로인해 몇 명을 대학에 보냈느냐가 고등학교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었을 때 교육의 목적이 사라졌듯이, 취직이 얼마나 되었느냐로 대학이 평가받는 시대에 대학의 영어교육은 개인의 자율적 선택을 망각해버린 것이다.
그러나 사회에서 가장 중요하다 할 공적영역에서 설정된 이 같은 영어 가이드라인으로 인해 정작 중요한 한 가지 질문이 잊혀지고 있다. “나에게 영어는 얼마큼, 어떻게 필요한 것인가”라는 지극히 당연한 개인적 물음이 사장되는 것이다. 그것을 묻기에 앞서 일단, 사회가 요구하는 수준을 맞출 필요가 우선되기 때문이다.
학원을 다니며 회화공부를 하고 있는 토익 800점대의 김 모 대리(32. 방배동)에게 영어와 업무연관성을 묻자 “글쎄요”라고 대답하고 있다. 자아실현이나, 내일을 준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그가 여기에 있는 이유 중에 ‘아직은’ 업무연관성이 없다. 미국에서 MBA 과정을 마치고 닷컴회사에 취직한 채 모 팀장(33. 논현동)도 업무성격만으로는 거의 필요하지 않을 것 같다고 대답하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필요해질까.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더라도, 대다수 직장인들은 정작 그럴 일이 있다면 전문통역인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하고 있다. 자신이 노력과 열성으로 획득한 토익점수를 비롯한 영어실력에 대해 스스로도 믿지 않는 것이다.
당신은 영어를 정말로 필요로 하는가
사실, 극히 제한된 업무를 제외하고 일반인들이 영어를 업무에서 필요로 하는 경우는 정보획득이 대부분일 것이다. 일상생활로 문제를 적용하면 ‘영어는 과연 필요한 것이기나 할까’라는 다분히 시비조인 이 질문에 마땅한 답을 찾기는 더욱 힘들어진다. 우리사회가 영어열풍을 등에 업고, 다중방송이나 영어방송 등이 등장하고는 있지만, 이것을 들어 영어가 참 많이 필요하다고 대답하는 것은 ‘묻지마 영어투자’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내세우는 인위적일 논거일 뿐이다. 사실 그것을 외면하고서도 충분히 ‘잘’, 살 수 있다.
물론 영어를 가장 필요로 하고, 지극정성으로 공부해야 하는 이들이 있다.
고재경 배화여대 영문학 교수가 동아일보에 기고한 “미래 위한 영어투자 막을 일인가”라는 글을 보면, 영어에세이를 써야하는 유학생이나 학술대회에 나가 발표해야 하는 교수, 외국바이어와 상담해야 하는 무역업자 등이 영어를 필요로 하고 공부해야 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람을 예로 들어 전 국민을 영어사명감에 불태우게 해서 영어투자로 몰아갈 수는 없는 일이다. 이들은 이미 영어가 생존조건이 된 사람들로서 ‘당연히’ 그래야 하는 사람들이다. 문제는 영어공부의 당연한 이유를 찾고 있지 못한 일반사람들까지 턱없이 높은 영어가이드라인을 설정하고 이를 위해 투자하도록 강제하여 사회적 낭비를 낳고 있다는 것이다.
제주도 영어공용화론은 이런 의미에서 해프닝이다.
남대문이나 이태원상가에서 코 큰 외국인을 호객하는 상인들의 경우 영어사용이 자연스럽다. 그들에겐 매상의 일정부분을 차지하는 외국인들을 상대할 수 있는 영어실력이 매출과 연관되기 때문이다. 비록 문법이나 표현상의 오류가 있다하더라도 그들은 큰 어려움이 없이 웃음을 띠며 코 큰 외국인을 상대로 물건을 팔고 있다. 그러나 상가의 모든 사람들이 다 영어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남대문이나 이태원 상가를 영어공용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대답하기에 앞서 웃음부터 나올 것이다. 제주도 영어공용화보다 남대문이나 이태원 상가의 공용화론이 더 이치에 맞지만, 그것이 우습게 들린 것은 놔두어도 해결될 문제를 굳이 나서서 해결하겠다는 발상 때문이다. 낭비는 이런데서 찾아오는 것이다.
영어가 낭비되고 있다
우리사회 영어 권력화가 빚어낸 턱없이 높은 영어 가이드라인과 개인의 처지가 고려되지 않는 획일적 잣대는 낭비를 낳고 있다. 유학이나 자격 없는 외국인 강사로 인한 외화유출이나 사교육비의 증가는 직접적인 낭비라면, 시간과 여유를 잡아먹는 것은 정신적인 낭비이다.
전 사회적으로 눈먼 낭비를 보이고 있는 ‘전 국민 영어공부 지극정성론’.
국가경쟁력을 위해 영어가 필요하다는 발상의 극단이 빨리 고쳐질 문제다.
그런데 그것이 가능하기나 할까.
<정치경제부 이성현 기자>
| [일반][기획특집 1 ] 턱없이 높은 영어 가이드라인과 획일적 잣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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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브라이언맘 등록일 2001-07-03 09:58 조회수 1,47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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