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몰
>
기획 1에 이어지는 시리즈입니다.
---------------------------------------------
당신은 얼마짜리 영어를 하고 계십니까?
“내가 그동안 영어에 들인 돈이 얼만데...”
각종 영어시험에서 만족스런 점수를 받지 못했을 때, 외국사람 앞에서 입도 제대로 못 열었을 때, 아니면 영어 때문에 취업이나 진급을 못하는 ‘더러운’ 경우를 당했을 때, 꼭 한번 중얼거리게 되는 말이다.
그렇다면 진짜로 우리가 영어공부에 들이는 돈이 얼마나 될까? 직업이나 학력, 나이에 따라 천차만별이겠지만 ‘영어의 파고’를 넘고 넘어 취직은 했지만, 여전히 뒤처지지 않기 위해 ‘만성적인 영어공부’를 그만 둘 수 없는 평범한 사회초년병의 경우를 모델로 현재까지 영어공부에 ‘들인 돈’을 한번 따져봤다.
13년간의 김선우 씨의 영어학습비
단위 : 원
항 목 단가 및 횟수 합 계
중학교 시절 과외비 150,000 X20(개월) 3,000,000
중학교 시절 학원비 200,000 X 2(개월) 400,000
고교시절 학원비 130,000 X 7(개월)
※ 여름방학 3차례, 겨울방학 2차례 910,000
대학시절 회화학원비 60,000 X 12(개월) 720,000
월간 TIME 구독비 2년 280,000
기타 월간 영어교재 및 서적 5,000 X 30권 150,000
대학 어학원 영어캠프 1달 1,200,000
캐나다 어학연수 1,500,000(수업료,숙비,생활비) X 11
+ 900,000(비행기값) 17,400,000
토익시험 준비 및 응시 학원(90,000X5개월) + 모의시험교재(7,000X7회) + 응시료(26,600X13회) 840,000
토플시험 준비 및 응시 200,000(학원비)+50,000(교재비)+100,000
(응시료)> X3(회) 1,050,000
현재 회화 학원비 85,000 X4(개월) 340,000
합 계 26,290,000
당시로서는 ‘당연히’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영어를 공부하기 시작한 김선우씨(27, 회사원)는 요즘도 새벽이면 영어학원을 찾는다. 회화강의를 듣기 위해서다. 회화수업에 드는 수강료는 8만 5천원. 지금이 4개월째다. ‘물론’ 뚜렷한 목적의식이 있는 것은 아니다.
“회사만 왔다 갔다 하면 막연히 처지는 느낌이 들잖아요. 뭔가 하고 있다, 배우고 있다고 스스로 위로하고 안심하기 위해서라는 게 정확한 이유겠죠.”
김씨는 중학교 시절 2년 정도 영어 과외를 받았었다.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넘어가는 겨울방학에는 고등학교 영어는 중학교에 비해 훨씬 어렵다는 말에 소수정예강의를 듣기도 했다. 그러니까 중학교 시절, 남들 다 쓰는 ‘완전정복’이니 ‘성문기초영어’같은 참고서 값은 빼고, 과외비 15만원×20개월, 학원비 20만원×2개월, 340만원정도를 ‘투자’한 셈이다.
“고등학교 때는 방학에만 영어학원을 다닌 것 같네요. 물론 문법 중심이긴 했지만. 학원수강료는 10만원～15만 원 선이었던 것 같구요.”
대학에 들어와서도 영어는 새로운 스트레스를 가져다준다. 그동안엔 문법 때문에 시간과 돈을 투자했다면 이 때부터는 회화로 ‘방향 전환’을 했다. 물론 학교에서도 영어회화수업은 이루어지지만 2/3가량의 학생들은 학원을 찾는 형편이다. “회화는 한 달 정도 들으면 소용이 없다고들 해요.” 그래서 꼬박 일 년 동안 영어회화 학원을 다닌 선우씨. 교재비를 제외하고 6만원씩 72만원이 들었다.
물론 그것으로 만족할 수는 없었다. 김씨는 ‘월간 TIME’지를 2년 동안 구독했다. 테이프를 포함한 2년 구독료는 28만원.
“처음엔 공부 좀 해볼까 하고 신청했는데, 거의 안 보게 되죠. 생각보다 너무 어렵고, 평생에 한 번 쓸까 말까 하는 어려운 단어들을 보면서 좌절도 많이 했죠.”
좀 더 쉽고 ‘영어 시험’에 도움이 될 것 같은 다른 교재도 수시로 사봤다. 영어 잘 하는 사람들이 쓴 ‘이렇게 하면 영어를 잘 할 수 있다’ 류의 책들까지 합치면 집에 쌓인 것이 30권은 넘는다고 한다. 한 권에 5천 원 씩만 쳐도 이것도 30여 만 원.
여기까지는 ‘국내용 학습비’다. 90년대 초반부터 불기 시작한 해외 어학연수. 김씨도 가만히 있을 수많은 없었다. 그러나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효과가 적다는 말에 한 가지 ’과정‘을 더 거쳤다.
“목돈이 필요하다는 부담도 있고, 일단 방학을 이용해서 대학소속 어학원에서 운영하는 영어캠프를 다녀봤어요.” 영어캠프란 기숙생활을 통하거나, 하루 8시간정도의 집중강의(intensive course)를 통해 영어로만 생활이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다. 합숙을 한 경우라 4주에 120만원이 들었다.
그는 3학년을 마치고 캐나다로 어학연수를 갔다. 밴쿠버의 콜롬비아 칼리지(COLUMBIA Collage)에서 공부를 했고, 수업료는 4주에 1100 캐나다 달러, 홈 스테이 비용을 700달러 정도 냈다. 당시 환율로 따져 우리 돈으로 약 120만원이다. 생활비를 포함하면 아무리 아껴도 한달에 150만 원가량의 돈이 필요했다. 90만 원가량의 항공료를 포함해 11개월 동안 약 1천 7백 40만원을 ‘투자’한 것이다.
갔다 와서는 본격적으로 ‘취업을 위한 영어’에 돌입했다. 취업용 시험인 토플과 토익은 별도의 ‘공부’가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물론 혼자 공부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토익은 요령을 익히는 것과 비슷한 유형을 반복해서 풀어보는 것이 고득점의 지름길이라고 말해요. 그래서 학원을 다니고, 계속 문제집을 푸는 거지요.”
토익 학원비는 교재포함 평균 9만원 정도였다. 하지만 시험에 대비해 시중에 나온 ‘모의토익’을 몇 차례 풀어봐야 한다. 한 회분에 테이프를 포함하면 7000원. 토익 시험 응시료는 일회 에 26,600원(현 28,000원). 김씨는 토익반 학원을 5개월, ‘모의토익’을 7차례, 귀국 후 졸업할 때까지 매달 13번 시험을 봤으니, 총 84만 4천 800원을 토익에 ’투입‘했다.
하지만 ‘토익은 한 물 갔다. 역시 토플점수를 알아준다’는 말이 돌면서 토플시험에도 도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토플의 경우는 토익보다 훨씬 비싸다. 응시료가 80달러(현재 100달러). 환율에 따라 달랐지만 평균 10만원 정도가 들었다. 학원비도 읽기, 듣기, 문법을 모두 강의하는 종합반을 들을 경우 20만원이다. 교재나 문제집을 포함하면 한 번 시험을 위해 35만 원가량의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는 소리다.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거든요. 많이 보면 볼수록 성적이 올라간다는 말도 있어요.” 혹시나 하고 한번씩 더 보게 되는 시험이 모여져 선우씨의 경우 토플시험도 3번을 보았다. 그래서 토플에 들어간 돈은 105만원 정도였다.
현재 중견기업에 입사한 지 6개월로 접어드는 김선우씨.
14살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시작한 영어공부를 위해 들인 돈은 대략 2천 6백 29만원이었다. 김선우씨의 경우를 보고 ‘남의 나라 말 배우는데 그 정도는 투자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고, 반대로 ‘엄청나게 유난을 떤 사람의 이야기일 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정도 돈을 들여서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김선우씨는 그저 대한민국 대졸 신세대 직장인으로서 그저 망신당하지 않을 만큼 토익점수 얻고, 영어회화 학원에서 더듬거리지 않고 간단한 말을 하는 실력이다. 또 김선우씨의 ‘영어학습이력’은 90년대 초중반에 대학에 진학한 젊은이들이 경험한 일반적인 코스라 할 수 있다.
앞으로 영어학습에 드는 비용은 결코 줄어들 거라 보기 어렵다. 조기 영어교육과 조기유학이 가능한 현 상황을 고려하면 오히려 영어에 쏟아지는 비용은 더 늘어날 것이 쉽게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근 여름방학이 가까워오면서 해외어학연수를 준비하는 사람이 엄청나게 늘고 있다. 일례로 한 어학연수알선업체가 이미 몇 달 전부터 예약을 받기 시작한 ‘4주짜리 호주 단기 연수프로그램’은 가격이 3백 40만원이나 하지만 마감이 얼마 남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월 납입금이 최하 37만원에서 70만원에 이르는 영어유치원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초등학교 일학년부터 영어회화 학원에 학습지는 기본이다.
한편 토익, 토플시험만으로 대학입학이 가능해진 대학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 중 고등학생들도 토익, 토플학원을 다니고 매달 시험에 응시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과연 영어를 위해 얼마의 돈을 쏟아 부어야 할까? 그 돈을 다른 곳에 투자하면 차라리 그 ‘국가경쟁력’이란 것이 몇 배는 올라가지 않을까? 하지만 지금도 ‘유창하게 할 수만 있게 된다면...’을 중얼거리며 학원으로, 해외로 몰리는 사람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는다.
<사회부 용진영 기자>
정치.경제
파업이 가뭄에 미치는 영향 분석 01-06-15
남북정상회담 이후, 우리 사회를 업수이 여긴 사태들 01-06-15
우리정부에는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 01-06-15
“만난 사람은 행운아죠. 감사하고 있습니다. 근데...” 01-06-15
사회
‘공동섹스구역’은 필요한가 01-06-15
13자리 숫자가 표현하는 아! 나는 한국인 01-06-15
대한민국의 진실 01-06-15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여대생? 01-06-15
코푼 월드
일본 ‘망가의 神’이라 불리는 테츠카 오사무 01-06-15
올 7월부터 당시 나치 부역자에 6조원 지급 01-06-15
<해설> 강제 노역자 배상이 확정되기까지 01-06-15
독일 의회의 나치 피해자 보상 결의 01-06-15
단신으로 들여다 본 ‘위대한 미국’ 01-06-15
문화,여성
“성기는 창고에 쌓여 있다!” 01-06-15
너무나 관대해서 불쾌한 ‘수취인 불명’ 01-06-15
애들만의 잔치, 서울 아동 도서전 01-06-15
우리말 안 들으면 다쳐!! 01-06-15
특집.이런일이
영어가 무엇이길래 01-06-15
당신은 얼마짜리 영어를 하고 계십니까? 01-06-15
“뭐니, 뭐니해도 영어가 역시 Money !!” 01-06-15
원주민을 바보로 아는 뉘우스들 01-06-15
| [일반]기획 2) 당신은 얼마짜리 영어를 하고 계십니까? |
|---|
|
글쓴이 브라이언맘 등록일 2001-07-03 10:00 조회수 1,415 |
쑥쑥닷컴 - 파일 다운로드
파일을 다운로드 합니다.
댓글 남기기
마이 페이지 > 스크랩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소중한 글에 감사 댓글 남겨주세요.
    |
[일반] 기획 2) 당신은 얼마짜리 영어를 하고 계십니까?
최신
이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