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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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글 쓰신 분들의 혼란스러움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제가 제 주변의 영어 선생님들에게 여쭤봐도 약간씩 견해가 다르더군요.
어떤 분은 번역본으로 이미 본것은 절대로 원본으로 사지 말라고 했고
(저같은 경우엔 한글 그림책에 먼저 관심이 있었기에 원본을 먼저
구입하기전에 번역본이 이미 대부분 있는 상태였죠), 어떤 분은
어차피 엄마나 아빠 한쪽이라도 완벽하게 영어를 구사하지 않는한
대부분의 EFL환경에서 이중언어를 흡수하는 것은 언어학적으로
한계가 있다며, 번역본을 먼저 본 책의 원문을 보는 것을 그렇게
금기시 하기까지는 말라고 하더군요.
저도 영어 공부만을 위해서 영어동화책을 읽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꼭 나름대로의 규칙을 정해놓고 절대로 안 산다거나, 아님 반대로
번역본을 먼저 본 책만 원문으로만 산다거나 하지 않거든요.
대체로 번역이 잘되있는 책 중에도 거슬리는 번역이 있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문화차이나 표현방법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번역자도
꺼리껴지면서도 이런 식으로 표현을 한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또 번역본으로는 느낄 수 없었던 발음의 규칙성(운율이라고 해야
하나요)을 원문으로 발견할때는 더더욱 원문이 낫다는 생각이
들때도 많고(당연하겠죠?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원작자니까).
그럴때는 원문만 읽혀야 하나 싶기도 하고, 또 번역본을 먼저
읽었을 경우,영어로 바로 받아들이지 않고 기존에 알고 있는
우리말로 한 번 영어로 한 번 이렇게 두 번 과정을 거치는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렇다고해서 번역본이 무조건 뒤떨어지기만
한것도 아니고, 어떨땐 번역을 아주 매끄럽고 자연스럽게 하면서
우리말로도 운율을 살려낸 경우를 보면 경이로울때도 있답니다.
다른 다이어리를 맡고 계신 어느분처럼 그나라의 문화를 느끼게 해
주기 위해 원문이 있는 그림책은 무조건 원문으로만 읽어야하고,
한글로 읽어줘야 하는 그림책은 반드시 한국작가의 것이어야만
하는건지...그렇다면 톨스토이의 작품은 꼭 러시아어로만 읽어야
하는건가요? 러시아어로라면 그 느낌이 더 절절하겠지만(그런 이유로
외국어를 전공하는 친구도 본적이 있었으니까) 우리말로 번역된
거로도 감동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러시아어를 알기 전에 이미
우리말로 톨스토이를 읽었다고 나중에 러시아어를 배운뒤에 그 책을
보지 말아야 하는건지... 정말 어렵네요.
그리고 외국작가의 번역된 작품의 그림책이 현재 우리나라에
원문으로 이미 들어와 있는 건지 일일이 확인하기도 쉽진 않구요.
전 그냥 번역본으로 읽었던 것 중에 제가 너무 좋아해서 원문이
궁금했던 것이나, 이미 번역본으로 있어도 원문이 영어 공부용(?)
내지는 소장가치면(?)으로도 좋은 경우엔 그냥 원문을 삽니다.
그리고 번역본으로 이미 있는 책이 순수 창작물이 많으니까 원문이
우리 아이에게 너무 어렵겠다 싶어서 오히려 책 보는 흥미를 떨어뜨리고
영어라는 스트레스로 다가오겠구나 싶은건 제가 아무리 좋아해도
구입을 유보하구요. 잘 하는건지 모르겠습니다. 가능하면 다양하게
있는 그대로 그냥 두려고 합니다. 한글작가의 한글로만 된 그림책,
번역본으로만 있는 한글 그림책, 번역본과 원문이 다 있는 그림책,
번역본이 이미 시중에 나와 있어도 원문으로만 구입한 그림책(스팟 같은것, 번역본으로는 매력을 느끼지 못했였거든요)으로 다양하게요. 그 속에서 아이가 느껴가겠죠.
그리고 번역본을 먼저 읽은 경우, 원문을 읽을때 가능한 모든
해석이나 해설을 생략하고 단지 번역본과는 약간 뉘앙스가 다른
부분만 간단히 설명합니다. 잘하는건지 모르겠습니다. 아이도
나름대로 번역본으로 먼저 본 책을 원문으로 만나면 반가워하기도
하고 원문으로만 무작정 디밀었을때보다 거부감없이 받아들이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 아이는 그림책을 열심히 읽어준 덕택인지
우리말이 굉장히 빨랐고 감정 표현이나 어휘력이 이미 한글로 많이
자리잡고 있은 후에 영어를 시작해서인지 심하지는 않아도 영어를
우리말보다 약간 부담스러워(?) 하기는 했습니다. 어른과 마찬가지로
이미 잘되고 있는 언어가 있는데 다른 언어를 접하는데 대한 약간의
두려움 같은거라고 할까요.
주변에서도 농담삼아 영어를 배우기에는 우리말이 너무 유창하다고들
하거든요. 하지만 책을 무지 좋아하고, 듣는 습관이 많이 되서인지
(이젠 우리말로 된 책은 글자가 아무리 많아도 전혀 지루해하지 않고
즐겁게 잘 기다리니까요) 책이라면 어떤 언어이든 다 좋은 감정으로
받아들이더군요. 번역본을 먼저 본 책은 그냥 전에 읽었던 이책이
'다른 언어로는 이렇게 말하는 구나'하고. 또 처음보는 원문책은
그냥 원래 이런거구나 하고, 이렇게 두 가지 언어형태로 다 있는
거도 있구나, 언어는 여러가지구나 하구요.
두서없이 장황하게 또 길어졌군요. 나름대로 제 철학(?)과 고집이
있는 편이라 많이 흔들리는 편은 아닙니다만 '유아 영어'하면
떠오르는 히플러님 같은 분의 생각은 어떠신지가 궁금합니다. 아마
다른 분들도 히플러님의 의견이 가장 듣고 싶을거라 여겨지네요.
부디 보석같은 고견 남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일반][RE] 번역본과 원본-히플러님, 저도 이거 혼란스럽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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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지나가는여인 등록일 2000-09-23 00:54 조회수 1,79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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