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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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제 공부가 끝나고 원래 계획했던 3년도 지나고 이제 그만 돌아가려 했어요. 그런데 친정식구들부터 친구들 어느 하나 들어오라고 말하는 사람이 없더군요. 여긴 더 살기 힘들다....수연이 5,6학년에 들어오면 어떻게 적응시킬래..영어 까먹는거 잠깐이다.... 유학파 많아서 그 정도 가지고 국제고, 외국어고 가기 어렵다...등등
여기 필리핀에 계시는 한국분들은 또 반대입니다. 한국 갈 수 있을 때 가라..이러다 5,6년 넘으면 절대 못 간다...한국은 아직 영어 열풍이니까 영어만 가르쳐도 먹고 산다. 더 늦기 전에 가라..등등
참..어쩌면 좋은 일인지..때로 잠이 오지 않을 지경입니다.
마음에 걸리는 부분은, 영어 까먹는 거 잠깐이다...4년 배운거 4개월 안 쓰고 쉬면 다 까먹는다는 말들 그리고 실제 경험담들...주변에 많은 분들이 2년, 3년을 아이들 영어 때문에 큰 맘 먹고 짐 싸들고 들어오셨다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셨습니다. 그분들 이야기도 한결같습니다. 6개월 지나니까 의미 없더라...잊어버릴까 전전긍긍하며 학원 찾아다니느라 바쁘다...
왜 그럴까...
요즘 우리 수연이를 보면 답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4년이 되어가니 그야말로 영어는 술술..상대에 따라 영어와 우리말이 어쩌면 그리도 자연스레 술술 나오는지. 처음에는 그저 능숙해져가는 아이의 말솜씨에 즐거워하다가 언제부터인가 수연이의 영어에 허점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초등 5학년...아이의 사고력 수준이 초등학생 범주이다보니 늘 사용하는 어휘는 한정되어 있고, 학교 영어 시간에 배우는 문법은 아직도 기초수준을 넘지 않습니다. 저널은 일주일에도 두 세번씩 쓰는데...어휘와 문법을 보면 늘 제자리입니다. 선생님들도 아직 정확한 문법이나 어휘의 사용 보다는 아이들의 생각을 표현하는데 중점을 두기 때문입니다. 학교에서 읽히는 영어소설은 점점 두께가 두꺼워지고 내용도 깊어지지만...이제 영어에 익숙한 아이는 웬만큼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전혀 개의치 않고 넘어갑니다. 처음에는 늘 사전을 뒤적거리는, 몇 페이지를 못 넘기는 한국의 아이들을 생각하며, 좋은 습관이다 싶었지만, 지나치다보니...어휘가 늘지 않습니다. 어려운 단어를 굳이 익히지 않아도 말하고 글 쓰고, 읽는데 별 지장이 없기 때문이죠.
이런 상테에서, 이제 영어는 이 정도면 됐어 하고 한국으로 돌아간다면... 말은 쓰지 않으니 금새 잊혀질테고, 문법이나 어휘 또한 체계가 잡히지 않았으니...그 빛이 오래 가지 못하는 건 당연하겠지요....
문제는 한국에서 영어를 배우는 아이들과 다르게 여기서는 입이 먼저 터진다는데 있는 것 같습니다. 초등 저학년에 와서 2-3년이 지나면 그야말로 입만 살아서 지들끼리 엄청 영어로 수다떨고 할말 다합니다. 영어와 한글을 바꿔 쓰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그런데 초등 아이들이 쓰는 어휘의 한계 때문에 어느 정도 단계에 이르면, 더 나아가질 못합니다. 문법을 확실히 잡지 못한 상태이고, 어휘력, reading comprehension, writing도 약합니다. 이 상태에서 한국으로 돌아가면, 당장 영어를 쓸 일이 없다보니 말은 금방 줄어들게 되죠. 문법이나 어휘력이 뒷받침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익힌 영어이다보니 말을 쓰지 않음과 동시에 다른 부분도 빛을 발하지 못합니다.
요즘 제가 수연이에게 강조하는 것은 책을 읽을 때 중요한 단어, 반복되는 단어는 꼭 알고 넘어가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영어문법을 체계적으로 설명해 주는데 중점을 둡니다. 자기가 생각없이 쓰는 현재완료형을 왜 써야하는지 모르고 쓴다면 결국 말을 사용하지 않는 환경이 되면 쉽게 잊어버리는 게 당연하니까요.
영어는 쓰기, 읽기, 말하기, 듣기의 네 박자가 어우러지지 않으면 절대 제대로 된 영어를 한다고 할 수 없는데..우리의 현실은 이 네 박자를 고루 갖추기가 정말 어려운 것 같습니다. 초등학생의 경우 외국에서 2-3년 공부해도...수확이 작다 할 수는 없지만... 기본과 체계가 잡히지 않아 쉽게 무너져버리는 반면...국내에서는 외국어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없으니...또 절름발이 영어가 될 수 밖에 없고...
그렇다면 ...제 경험으로는 아이들에게 책을 통해 많은 단어를 익히도록 도와주고, 문법을 체계적으로 익혀주면...영어를 사용하는 환경에 접했을 때 훨씬 빨리 적응한다는 것입니다.
요즘은 말하기가 너무 강조되어...엄마들이 더 스트레스를 받는 거 같아요. 이런 말 가슴 아프지만...영어환경이라는 것은 생각조차 영어로 움직이는 그런 환경을 말하는 것 같아요. 머리에서 번역 과정을 통하지 않는...영어로밖에 의사소통을 할 수 없는...집에서 학교에서 학원에서 한 두시간씩 하는 것하고는 다르지요. 아이들에게 보다 나은 영어환경이 주어지길 기대하면서...말하기에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시고 동화책 꾸준히 읽어주시고, 단어, 문법 익혀주시는데 주력해 보세요.... 훗날 무서운 밑거름 되거든요.
다른 분들의 하소연을 읽다보니...마음이 짠하네요.
필리핀에 와서 산지 4년...남편에게 늘 하는 말이 있어요. ...우린 성공한거지 뭐. 수연이 영어 하나는 확실히 잡았잖아...그런데...사실은 그게 아니더군요.
메뚜기맘 
필리핀 엄마의 또 다른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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