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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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란 정말 이상하다. 그래도 몇번 얼굴 본 사람이거나 친분이 있는 사람하고는 용기가 생기는데 처음 보는 사람일 경우에는 말이 더 입에서 떨어지질 않으니 말이다. 그래도 얼굴 마주하고 말하는 경우는 조금 더 낫다. 상대방의 표정도 볼수 있고 분위기 파악도 할수 있으니 못 알아 들을때는 감으로라도 파악할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전화로 말을 할때이다. 우선은 상대방의 표정도 볼수가 없고 화제거리가 뭐가 될지도 전혀 예측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전화로 통화를 해야할 경우에는 십중팔구 못 알아 듣고 헤매는 경우가 많다. 미국에 처음와서 많이 겪는것중의 하나가 바로 텔레마케터들의 전화를 받는 것일텐데 사실은 마음가짐이 더 중요하다. 텔레마케터들은 나에게 물건을 팔기위해서 전화를 하는 사람이고 나는 사실 고객의 입장인데도 영어를 잘 하지 못한다는 이유하나 만으로 괜히 처음부터 기가죽어서 대화가 시작된다. 텔레마케터들은 짧은 시간에 많은 얘기를 빨리 해야 하는 사람들이라 우리의 의사도 물어보지 않고 자기들이 하고 싶은말을 그냥 일사천리로 말하는 경향이 있다.
그럼 영어못한다는 말을 할 기회도 놓친채 들리지도 않는 영어를 계속해서 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위험한것 중의 하나. 처음에 그 사람들이 떠들었던 어려운 내용은 들리지 않고 나중에 신상명세에 대한 짧은 질문들은 대부분 들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실수로 그 사람들이 주소, 전화번호등을 확인한 후에 social security 번호를 물어보거나 신용카드 번호같은 것을 물어보는 경우도 가끔 있다. 이런 질문은 대부분 어느정도 들리기 때문에 아무 생각없이 신용카드번호를 불러주는 실수를 범할수가 있다. 이것은 대부분 사기전화에 해당된다. 전화통화에 있어서 꼭 지켜야 할 철칙 하나는 자신의 개인정보는 절대로 말해주지 않는것이다. 무엇보다 social security번호와 신용카드 번호는 절대로 전화상으로 불러줘서는 안된다. 물론 전기요금이나 전화요금등을 전화로 지급할 경우에는 불러줘야 하지만 내가 건 전화가 아닌 다른곳에서 걸려온 전화에는 절대로 중요한 신상정보를 말해줘서는 안된다는것..
이렇게 우리를 귀찮게 하는 텔레마케터들에게 전화가 오면 어떻게 해야할까...
여러가지 방법이 있는데 첫번째로, 아예 아무말도 들리지 않는데 계속해서 뭐라뭐라 영어로 말할 경우, 계속해서 '여보세요??? 여보세요??? 여보세요??? 라고 한국말로 얘길하면 아마도 듣는 텔레마케터는 영어를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끊을것이다.
두번째로는 잠깐 시간이 있냐고 물어보는 경우가 있다. 이럴때 시간이 있다고 말하면 1분만 얘기하겠다던 텔레마케터가 땡잡았다 싶어서 5분이고 10분이고 계속해서 떠들어댈것은 뻔하다. 이럴때 써먹을수 있는 표현, "Sorry, I'm about to go out".
지금 막 나가려는 참이라는 표현이다. 지금 나가야 한다는데 붙잡고 얘기하진 않을것이다.
세번째로 잘 먹히는것중의 하나는 'Sorry, I'm having guests now'라고 말한다. 지금 손님이 있어서 통화를 할수 없다는 말이다. 손님이 있다는데 설마 붙잡고 물건 팔 무식한 텔레마케터는 없겠지?
네번째로는 , 한국말로 모르는척 떠들어대는 대신 그래도 조금은 예의있게 'I don't speak English' 또는 'I don't understand'라고 정중히 말하는 것이다. 그럼 이 문장은 어떻게 말하냐고 되묻는 텔레마케터는 거의 없다. 그럼 나중에 다시 전화하겠다고 끊는 것이 보통이다.
다섯번째로 기회를 놓쳐서 전화를 끊지 못하고 이미 텔레마케터가 말을 시작했을 경우 중간에 살짝 끼어들면서 'Excuse me? I'm not interested in this'라고 말하고 끊는 방법이다.
만약 영어가 조금이라도 들린다면 그래도 들으려고 노력하는게 좋다. 대부분은 쓸데없는 텔레마케터지만 가끔은 정말로 내가 받아야 할 전화가 올 경우도 있다. 얼마전에 저녁나절에 전화한통이 오길래 또 텔레마케터겠지 하고 전화를 받고서는 처음 얘길 들어보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인터넷 회사에서 온 전화였다. 또 무슨 설문조사나 새로나온 상품 소개나 하나보다 싶어서 말을 중간에 탁 끊고 관심없다고 끊으려고 하니
그 사람이 잠깐만요~~ 그러더니 우리가 지금까지 받고있는 할인 서비스를 다음달부터 끝난다는 내용이었다. 나한테 진짜로 할얘기가 있어서 전화한 직원에게 조금 황당한 경우가 될뻔했다.
그리고 보통은 통화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나중에 다시 전화하겠다고 말하는데 그럴때 아무생각없이 'Ok'라고 말하면 진짜로 또 한다. 다시는 전화를 못하게 하는 방법은 'I don't want this kind of call anymore'라고 말해두면 전화를 하지 않을것이다.
마지막으로 얼마전에 요리수업에서 미국 아줌마에게 들은 텔레마케터 퇴치방법 하나..
그 아줌마의 딸이 고등학생인데 어느날 텔레마케터의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목소리가 어려보이니 그쪽에서 엄마가 있냐고 물었다고 한다.
'Can I talk to your mom or dad?'
그러자 딸이 갑자기 울먹이면서 하는 말이,
'You cann't talk to my mom or dad, because they had an car accident last week. so you can't talk to them'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지난주에 교통사고로 돌아가셔서 우리 엄마아빠하고 말할수 없다고 흐느끼면서 말하니 전화를 건 텔레마케터는 얼마나 당황했을까 싶다.
텔레마케터의 전화내용은 사실 웬만하면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일단 너무 빨리 말하는것이 문제고, 무슨 내용인지 추측하기가 어렵고, 또 잘못 얘기했다간 원하지 않는 신문,잡지가 배달될수도 있기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것은 신문, 잡지도 처음 구독신청은 쉬워도 배달을 정지시키기는 어렵다는것. 그것을 위해서 우리는 또 어려운 영어의 바다를 헤매야 하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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