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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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쑥쑥에 들어온 지 이제 막 일주일쯤 된 깐돌엄마에요.
익히 들어온 그 명성에 걸맞게 실력 쟁쟁하신 분들과 또 하나하나
열심히 배워 실천하시는 분들의 열기가 쑥쑥 넘쳐나는 쑥쑥이네요.
모두들 너무 존경스럽고 제가 늘 많이 배우고 갑니다.
제가 이렇게 집밖에서의 영어 사용이라는 화두를 감히 던져가며
글을 올리는 것은 나름대로 오랫동안 이 문제에 대해 혼자
생각해오면서 과연 다른 분들의 생각은 어떨까 궁금하던 차에,
어린이 영어 교육 실천의 생생한 증인들로 가득한 이곳 쑥쑥에
여쭤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를 결정하지 못해 의견을 여쭙는 것은 아니구요,
일단 제 결론은 오래동안 "No"였고 현재도 그러합니다만,
일종의 한계(심각하지는 않지만)를 느끼는 것이 사실이며
다른 방도를 모색할 때가 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
아무튼 다른 분들은 어떻게 하고 계신가 하는 '궁금'
그 자체 때문에 여쭈어 봅니다.
영어 동화 읽어주고 비디오 보여주고 노래 들려주는 것은 거의 100%
집안에서만 가능한 일이기에 큰 문제가 될 것은 없는데,
영어로 말하기, 이건 좀 문제가 되더라 이겁니다.
저희 아파트에서도 아이에게 영어를 사용하는 엄마들을 가끔 볼 수
있는데 저는 아이를 낳기 전부터 솔직히 눈살이 많이 찌푸려지더군요.
(지금 이렇게 하고 계신 분들 제 얘기에 기분 상하지 마세요.
더 읽어보시면 변화된 지금의 제 심경을 알게 되실 거에요.)
게다가 틀린 발음이나 표현을 들었을 때는 그 엄마를 한번 더
쳐다보게 되었구요.
영어를 배우기 시작했을 때부터 영어를 무척 좋아했고 영어를
가르치기도 했으며 두 돌 무렵부터 아이에게 영어로 말을 걸어주고
있는 엄마이면서도 남들 앞에서는 불쑥 영어를 사용하기가
여전히 꺼려지네요, 저는.
심지어 남편이 있는 시간에도 웬만하면 영어를 사용하지 않아요.
결국 저만의 뒤처진 보수적인 생각으로 들리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우리말을 무척 사랑하고 아끼며 잘 지켜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요즘 나이 어린 네티즌들로 인해 망가져가는 우리말에 속이 상하고,
TV를 보다가 틀린 우리말 자막이, 그것도 공영방송의 뉴스 시간에
제 눈에 발견되면 그날 밤 그 방송사 게시판에는 저의 신랄한
비판이 어김없이 올라가지요.
제 아이의 영어? 물론 아이가 영어를 잘 하게 되기를 바라면서
접해주고는 있습니다만, 영어가 우리말을 대신해서는 안된다고,
적어도 제 아이에게 있어서만은, 그렇게 생각합니다.
각설하고.
아이가 자랄수록 보여주고 설명해줄 것들은 많은데 집안에서보다는
집밖에서의 일들이 훨씬 재미나고 다양하지 않나요?
그런데 이 국어사랑 정신이 골수에 박힌 엄마는 집밖에서는
한 마디도 영어를 뻥긋하지 못하니...
(그렇다고 아이가 무슨 한계를 느낀다고는 생각지 않지만)
저 혼자의 생각으론, 벽에 부딪치는 느낌이라는 게 오늘 제 글의
요집니다.
나가서 달리는 자동차들을 보며, 오가는 사람들을 보며,
내리는 비를 맞으며... 이렇게 해주면 아이도 훨씬 강렬한 인상과
함께 받아들일 수 있는 영어를... 그저 집안에서 책속에서
되새김질시켜주기만 하자니 이제 슬슬 재미가 없어지려고 합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제가 혹 아이에게 집안에서 들려줄 수 있는
영어란 영어는 다 들려주고 더 이상 해줄 말이 없는 엄마인가 보다
생각하시는 분들 계실까봐 사족 답니다.
전혀 아닙니다. 하루종일 영어를 잊고 지내는 날도 있고,
다른 분들 열심히 하시는 그 많은 동화책 활용도 제대로 해주지 않고
게다가 아이가 엄마 잘못 만나(?) 어린 나이에(31개월) 어린이집
종일반에 다니는 관계로 오전 9시 반부터 오후 5시까지는 저랑
대화할 시간도 없답니다.
그리고 솔직히, 집안에서는 영어도 제대로 쓰지도 않고 있다가
아이 데리고 밖에 나가서는 괜시리 머릿속으로만 이런저런
영어 문장들을 떠올리며 아쉬워 하는 제가 미련한 건지도 모르겠어요.
밖에서 못해주는 만큼 집안에서 더 열심히 해줄 여지는 많고 많은데
괜한 투정을 부리는 건지도, 말이에요.)
아무튼 이런 문제를 스스로 떠안고 있으면서 이제서야 제가 과거에
눈살 찌푸리며 바라보던 영어 쓰는 엄마들의 동기가 충분히 이해는
되네요.
집밖에서 해줄 수 있는 말들이 더 많다는 것,
책에서만 보던 상황을 직접 보면서 들려줄 때 더 쉽고 강렬한
인상으로 아이에게 전달될 영어가 있다는 것 말이에요.
(하지만 저는 여전히 집밖에서는 입이 떨어지질 않네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남편이 있을 때조차 말이에요.
참, 남편은 외국인 회사에 근무하면서 소위 영어로 밥 벌어먹고
사는 사람이면서도 아이에게 일찍부터 영어를 가르치는 걸 두 손
들고 말리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하면 남편의 그런
반대가 있지 않았다면 지금쯤 제가 어떤 엄마가 돼 있을지는 솔직히
저 스스로도 장담하기가 어렵군요.)
그래도 저는 아이의 입에서 영어 한 마디가 나올 때보다 새로운
우리말 한 마디가 튀어나올 때 더 행복하고 기쁩니다.
저도 한때 집안에서는 아이에게 영어만 사용하게끔 해주어도
우리말은 (늦더라도) 밖에 나가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는 게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아닌 것 같더군요.
아직 돈이 뭔지도 잘 모르면서 "할아버지, 돈 줘." 하는 아이가
뭐 그리 기특하고 대견한지 희색이 만면한 얼굴로 얼른 만원짜리를
덥썩 쥐어주시는 친정 아버지를 볼 때,
하지 말라고 아무리 타일러도 듣지 않고 심하게 장난을 치다가
엄마 얼굴을 할퀴고는 제 풀에 놀라 "엄마, 다쳤어? 암아퍼?
(제 아이는 안아퍼를 아직도 암아퍼라고 발음해요)" 라며
무안해 하는 아이를 볼 때...
문법도 앞뒤도 발음도 맞지 않는 말들을 쉴 새 없이 쏟아내며
종알대는 아이를 볼 때...
그 나이에만 할 수 있는 아.름.다.운. 우리말들이 있다는 걸
절실히 느낍니다.
Mommy...?
아이가 절 이렇게 부를 땐 왠지 아이와 제 거리가 저만치 멀어지는 걸
느낍니다.
엄마.
엄마...
불러도 불러도 그립고 사무치는 그 이름, 엄마.
아이에게 저는 영원히 '엄마'라는 이름으로 불리우고 싶습니다.
* 흠, 얘기가 조금 딴 데로 흘렀습니다.
그나저나, 다들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혹 저 같은 생각을 가지고 계신 분이 계시다면,
다른 대안은 없는 걸까요?
| [일반]집밖에서의 영어 사용 어떻게 생각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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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깐돌엄마 등록일 2001-08-03 00:24 조회수 1,2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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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집밖에서의 영어 사용 어떻게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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