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쓴 은창이의 일기,(나의 장점에 대해 쓰는 숙제용? 일기였다)
나의 장점은 '책을 읽었어요'(은창이네 반 독서프로그램)를 많이 하는 것이다.
왜 그렇게 생각하면 '책을 읽었어요'같(갖)다 상점을 받기 때문이다.
또 심부름을 잘한다. 엄마가 쓰레기를 갖다 버리라고 하면 버린다.
엄마가 갖다 버렸으면 좋겠다.
마실 갔다가 늦게 돌아와서 졸린 눈을 비벼가며 쓴 일기다.
마지막 부분을 읽으면서 마음 한 켠이 싸했다.
일하는 엄마의 아이...은창이.
어떤 날은 엄마 없는 집에 와서 문을 열고 책을 읽다가 알아서 피아노 가고 수영을 가야 하는 아이...
그나마 아빠가 있는 날은 다행이지만 아빠마저 없는 날은 아는 이모네로 가서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
어느 날 수영장엘 갔는데 물안경이 없다고 전화를 했다.
"아마 여유분이 있을 거야...선생님께 물어보고 없다고 그러면 어떻게 해야할지 여쭤봐...."
다행히 여유분이 있었고 은창이는 수영을 할 수 있었다.
어제는 너무 급히 나가는 바람에 두고 와야할 열쇠를 가져왔다.
자주 가는 김밥집에 열쇠를 맡겨놓고 차 안에서 연결이 가능한 곳으로 전화를 했다.
하지만 간발의 차이로 은창이는 이미 연결 가능 범주에서 멀어졌고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은창이 스스로 내게 전화를 하기를 바라는 것이었다.
집에 도착할 시간이 한 시간 정도 지나서 전화가 왔다.
"왜 이제야 전화를 하니..."
"엄마...집에 아무도 없는데 열쇠도 없어서 친구네 집에 왔어."
"그럼 옆집에 가서 전화 좀 쓰겠습니다 하지..."
"옆집에도 아무도 없는 것 같았어..."
"그래 알았어. 오늘 수영 가는 날이지.
엄마가 ** 김밥 집에 열쇠 맡겨놓았으니까
집에 가서 수영 가방 챙겨서 수영 가고 그 다음에 피아노 갔다가 예은이네 가있어..."
"네..."
그리고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보니 은창이의 겉옷이 의자에 걸려있었다.
며칠째 차가운 바람이 계속 되는 날이었는데...
부랴부랴 은창이 옷을 챙겨서 집을 나서는데 남편이 두 아이를 데려온다.
신나게 노래를 부르면서...
"이은창...너 옷도 안 챙겨입고...이게 뭐야...감기 걸리면 어떡하려고..."
"하나도 안추워요..."
혼날까봐 눈도 크게 뜨면서 대꾸했다.
잠자리에 누우니 문뜩 함께 수영을 다니는 같은 반 친구의 엄마 말이 귓전에 맴돌았다.
"은창이는 수영 하고 피아노 가나봐요?
만날 씩씩하게 잘도 다니더라구요.."
왜 그 말이 내게는 아이를 그렇게 막 굴려도 되겠냐는 나무람으로 들렸을까....
은창이는 한 번도 힘들다 내색을 안해서 그냥 지나쳤지만 역시 아이한테 버거운 일인가...
목요일은 아이가 셋인 집의 수업이 마지막이다.
그 집의 막내는 초1 여자 아이다.
같은 또래인데 은창이랑 너무 다른 모습을 본다.
엄마한테 응석을 부리고 아기 소리로 인사하고...마냥 귀여운 모습이다.
막내라 그러려니 하면서도 괜히 은창이가 안쓰러운 생각도 든다.
그러나 생각 뿐...여전히 오빠임을 강조하고 씩씩함과 의젓함을 말한다.
며칠전 잠자리에서 예정하지 않은 이야기가 나왔다.
나의 어린 시절에 관한 이야기...
내 이야기를 들으면서 베개가 젖도록 울었던 은창이...
은송이는 옆에서 쿨쿨 잠만 자는데
은창이는 그 작은 손으로 나를 안았다...
(그날 남편이 늦게 왔으니 망정이지 아이 데리고 주책이라고 했을 것이다.
왜 밤만 되면 은송이보다 은창이가 더 눈에 밟히는지 모르겠다.
물론 낮에는 은송이가 주로 보인다^^;)
아침에 학교에 갈 때 창문으로 잘 다녀오라는 인사를 듣는 것을 좋아하는 은창이...
가끔 바쁜 날은 그것을 잊었는데 어느 날 은창이가 그런다.
"창문을 봤는데 엄마가 없으면 엄마가 왜 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그 말을 들은 다음부터는 도저히 안볼 수가 없다.
내가 해줄 수 있는 사랑의 표현이 겨우 그것인데
은창이는 그저 해맑은 얼굴로 올려다보면서 손을 흔든다.
가다가도 멈춰 서서 보고, 다시 가다가 되돌아 보고...
오늘...
보통 1시 30분이면 오는 은창이가 2시가 넘었는데도 안왔다고 남편이 전화를 했다.
여기저기 전화를 걸었는데 도통 알 수가 없다. 그 때 콜랙트콜...은창이다.
"엄마.."
"너 어디야?"
"곽찬현이랑 도서실에서 책 보다보니까 시간이 이렇게 지났어요..."
"엄마가 오늘 수학 선생님 오시는 날이라고 학교 끝나는대로 오랬잖아.."
"아 맞다...수학 선생님 벌써 다녀가셨어요?"
"그랬겠지..."
"어떡하지...나 수학 선생님 보고 싶은데..."
한마당 게시판에 홈스쿨하는 엄마의 아이 교육과 관련한 질문을 우연히 보았다.
다행히 내게는 적극적인 도움을 주는 남편, 내 피붙이 같은 친구와 교회 식구들이 있어
크게 어려움이 없지만 일정 부분 아이가 감당해야 하는 불편함과 어려움은 있다.
그걸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지만
아이를 키우는 일이 어느 경우에서나 갈등하고 고민하고 미안하고 사랑하는 일임을 어찌하리..
그래서 남편과 친구와 다른 사람들에게보다 내 아이, 특히 이은창 군에게 깊은 감사를 보낸다.
은창아...
네가 내 아들이어서 정말 좋다.
쓰레기를 갖다버려주어서 좋은 것이 아니라
수영과 피아노를 잘 가서 좋은 것이 아니라
받아쓰기를 잘해서 좋은 것이 아니라
책을 많이 읽어서 좋은 것이 아니라
네가 아들이어서, 나를 엄마로 만들어 주어서 좋구나.
너는 내 소원을 들어주었어...
고맙다.
미안하다.
이 모든 말보다.....사랑한다.

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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