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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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들렀습니다.
초등게시판이 많이 활성화되어 있어 너무 반갑네요. 이렇게 도움되는 여러분의 글들이 쌓여있는데 왜 자꾸 게을러만 지는지....
제가 그동안 쑥쑥에 자주 들르지 못했던 긴 시간들은... 무슨 거창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어떤 의도가 포함된 일도 아닌 그저...게을러져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세월아~~하며 보낸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랬는데 다행히도 그 기간 동안 영어에는 조금 열성이 식었을지라도 아이의 독서력을 키워주는 시간이 될 수 있었고 (초등 저학년때 책 읽기를 정말 안 했거든요) 그 독서력 때문에 공부에 힘이 생기고 의욕도 생긴 것 같습니다.
게시판에 스스로 공부하기에 대한 말씀들이 오고가는 듯해서 저도 요즘 두서없는 생각을 하던 차라 잠시 정리해보고 가려고 주저앉습니다.
“엄마, 이제야 스스로 공부한다는 게 뭔지 알 것 같고, 왜 공부가 재미있다고 하는지도 느낀 것 같아. 나 이대로 계속 계속 잘 할거야.”
우리 아이(5학년)가 일주일전 쯤 제 곁에 와서 자기 이야기를 듣고 웃지 말라는 당부를 몇 번이나 거듭한 후 꺼낸 이야기입니다.
제가 너무나 기다렸던 바로 그 말이죠.
지금까지 엄마의 주도로 유아영어를 시작했고, 엄마의 지휘아래 공부를 하고, 두어 번의 눈속임 때문에 혼이 난 적도 있었던 아이입니다.
초등 입학 후 5년을 기다리고서야 이 말이 아이 입에서 나왔습니다.
그리고 아이는 너무나 뿌듯한 얼굴로 자신이 대견스럽다는 듯이 웃고 있었습니다.
지난 수요일에 실시된 기말고사를 약 3주전부터 준비하면서 혼자 계획하고 혼자 실천하기를 처음으로 시도해 보았습니다.
아이는 유난히 사회 과목을 힘들어합니다. 가끔씩 치르는 단원평가에서 주로 85점 안팎의 점수를 받아오지요.
자신이 부족한 부분이 사회 과목이라고 인식을 했는지 새벽에 일어나 집중적으로 사회를 공부하기 시작하더군요. 읽고 또 읽고... 새벽공부의 집중력을 느꼈는지 사회 공부를 마치면 영어문법책도 혼자 1장씩 공부하더군요. 다 이해하고 넘어가는지, 얼마나 꼼꼼히 공부하는지 확인하고픈 마음이 불끈 불끈 솟아 올랐지만 참기로 했습니다.
아이가 처음으로 혼자 계획하고 실천하는 습관을 만들고 있는 중이었거든요.
가끔 책상 위에 놓인 다이어리를 보면 공부 계획이 꼼꼼히 적혀있고 실천한 일은 X 표로 지우거나 놓친 계획은 ★ 표로 눈에 띄게 표 해놓기도 하고... 스스로 뭔가를 “하고”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부단히 노력하더군요.
결국 이번 시험에서 혼자 공부한 결과치고는 참 좋은 성적을 받게 되었습니다. 특히 가장 자신없어하던 사회를 100점 받게 된 것이 아이를 너무나 고무시켰나 봅니다. 벌써부터 6학년 사회공부를 위해 겨울 방학동안 우리역사책을 섭렵하겠노라는 의지까지 밝히고 있습니다. 그동안 그렇게 도서관에서 날라다 주었던 역사책 목록들이 무색하게시리....
어제는 이번 시험을 잘 친 상이 아니라 이번 시험을 혼자서 잘~ 준비한 댓가로 함께 저녁 내내 간식을 먹으며 dvd 시청을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이에게 이번 시험에서 느낀 바를 이야기해보라 했더니
첫째, 자신없는 과목에 대한 두려움을 이길 수 있게 되어 기쁘고 (난 이제 못하는 과목 없다!!!)
둘째, 학원 다니며 시간에 쫒겨 허둥대는 친구들이 자신을 부러워하고 인정해줘서 좋고
셋째, 자신이 공부를 못하는 아이가 아니라는 것이 증명되어 행복하고
(실제로 아이는 언제나 공부를 못해서...라는 말을 하고, 저는 반대로 너는 정말 똑똑한 아이야...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습니다. 그러면 아이는 그렇지 않다며 난감해하고...)
넷째, 스스로 뭔가를 해냈다는 성취감에 자신이 부쩍 큰 것 같아 자랑스럽다고....
언제나...그랬습니다.
쑥쑥을 접하고, 엄마표 영어를 시작하고, 영어책 독후 활동을 하고, 책을 골라 넣어 주면서 얼마만큼, 언제까지... 란 의문이 떠나질 않았습니다.
아이와 함께 걷는다...라는 처음의 의도가 종국에 가선 뜻하지 않게 평생(?) 아이의 발목에 끈이 묶인 채로 엄마도 덩달아 뛰어야 하면 어쩌지..하는 걱정도 항상 함께 하는 생활들이었지요. 답도 모르고 해결 방법도 모르면서 그저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한 것이 “학원 보내지 않기”였습니다. 어쩌면 가장 소극적인 대응책이지요. 그냥 안 보내면 되니까요.
하지만 언제나 머리 속에 자리 잡은 생각은 ... 밥 먹는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자세도 좀 반듯하게 갖추고 밥알도 꼭 꼭 씹고, 이 것 저 것 반찬도 맛보며 밥을 먹어야 제대로 먹은 느낌도 나고 영양분이 뼈와 살로 간다는 것이었습니다. 온 몸에 밥풀투성이인 아이의 숟가락질은 얼마나 답답합니까만...아이는 그 힘들고 지겨운 과정을 넘어 포동포동 살 오른 아이가 될 수 있지요.
아무리 영양가 많은 사골국물(실상은 영양가가 그리 높지 않다는 말도...^^)이라도 늘상 밥에 말아 들이키듯 하면 그 가치가 빛을 보지 못하지요.
왠지 학원을 보내면 아이가 물(그나마 사골국물도 아니고...)에 말아 밥을 먹는 듯한 느낌이랄까..
어쨌거나 이번 시험을 치르면서 아이의 행동들은 저에게는 첫 젓가락질에 성공한 아이를 보는 듯 했습니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아이가 스스로 해야겠다는 자세에 더 힘을 실어 준 건 학원에 의존하지 않았다는 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학원에 보내지 않아서 좋은 점 중 하나가 아이가 항상 힘을 빼고 있다는 겁니다. 말 그대로 릴렉스... 정말 해야 겠다 싶은 순간에는 힘을 모을 수 있도록 힘을 빼고 있는 시간도 중요하답니다. 무조건 학원 안 보내기라기보다는 제가 과거에 다이어리 코너에 썼던 것처럼 최대한 미루고, 무작정 학원으로 떠밀지는 말자 라는 생각을 아직은 실천에 옮기는 중입니다.
그런 과정에서 우리 아이가 너무 늦지 않게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한 번 쯤 느끼게 되었다는 것이 너무나 기쁘고 이제 첫 발인 그 자세를 더욱 발전시키게 되길 빌고 있답니다. 아마 이번의 성취감을 기억한다면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몇 번쯤 방황하고 힘들어하겠지만 또 스스로를 추스릴 수도 있겠지요.
아직 초등학교 저학년을 두신 분들은 너무 조급해마시고 공부 자체를 가르치려 말고 공부자세와 습관을 지도한다는 생각으로 부모 역할의 방향을 잡으시면 어떨까요.
2학년인 둘째 녀석은 아직도 제가 끼고 앉아 오늘 문제집 몇 페이지...하는 식으로 학습 들어갑니다. 하지만 누나처럼 2,3년 후에는 주도적으로 공부하는 습관이 형성되도록 살살 유도하는 거지요. 언젠가 어떤 계기가 주어진다면 아이가 변화할 수 있도록 준비해주는 단계랄까요.... 왜냐하면 어린 아이들은 목표를 세울 수 없고 공부의 의미를 아직은 모르니까요...그것을 조금이나마 깨닫는 순간 아이들은 그동안 만들어진 습관에 의해 변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습관이 형성되어 있지 않으면 목표를 만들어도 실천하기가 쉽지 않고,
목표가 없는 아이들은 공부 자체가 무의미하니 공부 습관이 곧 고통입니다.
먼저 습관이 형성되고 목표가 세워지는 순간 그것을 위해 실천할 수 있는 자세가 자기 주도적학습의 모양새 아닐까요.
참,참,참
영어 게시판이니 영어이야기를 끝자락에 슬쩍 붙여봅니다.
EBS에서 방송했던 빨강머리앤 시리즈가 DVD 로 출시되었어요.
예약해두었더니 얼마전에 도착했더군요.
어제 보면서 너무 너무 행복했답니다.
겨울 내내 볼거랍니다. 영어로.....(라고 해야 게시판에서 글이 안 사라지겠죠?^^)
마라맘 
주니비 1권 독후 활동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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