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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RE]'방치'하듯 하는 교육이 더 고난도의 기술이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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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형란 등록일 2001-08-12 18:46 조회수 1,6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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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쑥쑥에 못 들어오다 오늘 밀린 공부 한꺼번에 했는데,
저~ 한참 아래, 조회수가 무려 3,000을 넘는 글을 읽고 하루종일 가슴에 뭔가 따악~ 걸려 있는 것 같았습니다.
과연 '공부'가 무엇인지.
저는 정말 지겹게 공부를 하였습니다.
하지만 공부를 안하면 제 인생이 한없이 비참해지고 남루해진다는 근원을 알 수 없는 공포감에
-아마도 저희 아버님의 세뇌때문이었을겁니다-
정말 싫은 공부를 그야말로 한숨지으며 제 속에서 올라오는 뭔가를 꾹~꾹~ 누르며 공부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십 몇년간 꾸역꾸역 쑤셔넣은 잡동사니들이
학력고사가 끝나던 날로부터 불과 몇 일만에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느낌이었습니다.
그렇게 낮이고 밤이고 책상에 앉아 있었는데 그게 다 제것이 못 되었던 거지요.
내 아이의 교육을 위한 공부를 하면서-참 즐거운 공부입니다-
그게 왜 그런지 알게 되었지요.
'기쁨을 동반한 학습은 장기 저장되어 영원히 자기 것이 되지만,
강박감과 스트레스를 동반한 학습은 단기 저장되었다가 그대로 사라져 버리는 것이지요.
저는 그래서 아이가 느끼는 '기쁨'을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생각합니다.
제가 국민학교 들어가기 일주일 전 아버님이 저를 앉혀 놓고 1,2,3과 ㄱ,ㄴ,ㄷ을 가르치셨지요.
숫자는 그렇다치고 도데체 ㄱ,ㄴ,ㄷ이라는 것은 그 의미를 알 수없는 이상한 모양들이었고,
숫자를 손가락을 세어가며 가르치시는데 한 번은 엄지부터 1,2,3 하시고 어떤 때는 새끼 손가락부터 하셔서
'왜 손가락 이름이 이랬다 저랬다 하는걸까?'
궁금하기만 하였지요.
마음은 급한데 기대만큼 따라주지 못하는 딸네미에게 열이 나신 우리 아버님,
들고 있던 연필을 반으로 '뚝' 분질러 버리시고는
꼴찌를 하든지 꼴찌에서 두번째를 하든지 맘대로 하라고 하셨지요.
그렇게 저에게 공부에 대한 원초적 공포를 심어주신 우리 아버지께서는 첫 시험에서 제가 반에서 2등한 이야기를 지금도 하십니다.
그런데, 그 때는 모두들 한글을 학교들어가서 배우는 것으로 여겼으므로 제가 학교 생활 하는데는 별 문제가 없었지요.
요즘은 사실 엄마가 웬만큼 소신과 용기와 자신을 갖고 있지 못하면
학습지와 학원을 돌멩이 보듯 하기 쉽지 않지요.
큰 애가 다니던 영어학원을 불현듯 안 가겠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는데,
사립이라 1학년부터 영어를 배우는 학교 영어 수업 시간에
영어학원 안 다니는 사람 손들라고 했을 때
손든 사람이 자기 혼자였다며 좀 충격을 받은 듯 했습니다.
저도 말로만 듣던 교육 열풍을 실감했구요.
그런데 저는 왜 전혀 마음이 급하지 않은건지.
제 친구는 아직 1학년이라 그렇지 좀 지나면 학습지, 학원시키지 않고는 못 배긴다고도 합니다.
우리 큰 아이가 학교가기전에 한글을 떼기는 하였지만 학습지를 통해서는 아니었습니다.
저는 사실 학교들어가서 한글 처음 공부해도 충분하다는 산 증거가 되고 싶은 오기도 있었지요.
어쨌든 엄마인 저의 교육관과는 상관없이
우리 큰 아이는 만 세살무렵에 앞으로 태어날 동생 이름을 지어 써가지고 옴으로써 쓰기까지 스스로 완성하였습니다.
우리 큰 아이는 뭐 영재도 아니고 천재는 더더구나 아닙니다.
저는 그저 아이에게 끊임없이 책을 읽어준 것 뿐이었습니다.
책읽기만으로 한글 읽기와 쓰기를 뗄 수 있냐는 질문에 저는 자신있게 그렇다고 답해 드릴 수 있습니다.
공부를 안 시킨다고 했을 때의 공부란게 무엇인지 혼란스럽습니다.
아이가 매일 온갖 것을 보고 온갖 소리를 듣는데
그 이상 가는 공부가 없는데,
공부를 안한다는게 오히려 불가능해 보입니다.
글 올리신 분도 아마 공부를 안 시켰다는게 그야말로 밥만 먹였다는 뜻은 아니었을겁니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의 학교 생활을 보니
예전 우리 때와는 너무나도 달라졌다는 것은 생각하셔야할 것 같습니다.
1,2,3, 숫자와 가,나,다 글자 교육은 안 시켰어도 아이가 태어나서 6년간
'풍부한감성'과
'감각'과
'배우는 기쁨'
'집중력'-이것이 성공적인 학교 공부의 키워드입니다-
등이 학습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학교 들어가기 전
최소한
어느정도의 한글 읽기와 간단한 쓰기,
1에서 10까지의 숫자의 의미 알기, 읽기, 쓰기
이정도는 학습되어 있는것이 좋은데
그 이유는
아이들이 전반적으로 미리 배우고 들어가고
선생님들께서도 전반적인 아이들이 초기 상태를 그 정도로 잡게 되시기 때문에
정말 대담한 아이가 아니라면 가장 중요한 '자신감'을 잃게 되기 쉽상이고,
자신감의 상실은 아이의 학교 생활과 성격 형성에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부모의 태도가 중요합니다.
제가 아는 분은 그야말로 ㄱ,ㄴ도 모르는 아이를 학교에 입학시켰습니다.
1학년 기간은 그야말로 좌충우돌 기간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부모가 느긋하게 아이의 학교 공부를 도와주고
모르기 때문에 공부가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을 아이에게 심어주는 시간들이 쌓여
3학년부터는 점차 다른 아이들과 비슷해지고
성적표에 석차가 없어 비교는 할 수 없으나
아이가 학교 공부를 즐긴다고 합니다.
이 아이의 좌충우돌 3년의 시간은 결코 낭비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자신의 상태가 아무리 형편 없어도 자신의 꾸준한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돈 주고도 못 배우는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감'을 큰 재산으로 갖게 된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 분도 학교 교사이신데 문자 교육을 안 시키셨을 뿐
생활속에서 아이가 배워야 할 것들은 충분히 가르치셨다고 보여집니다.
처음에 글 올리신 분의 글을 읽고 갑자기 조바심이 나시는 분들에게 이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아이 학교 선생님께서 성적표에 써 보내신 몇 줄의 글로 아이를 판단하는 것은 너무 성급할 수 있습니다.
아인슈타인이나 에디슨에 대한 학교 선생님의 평가는 더욱더 가혹하였지만
그들의 인생이 선생님의 평가대로 된 것은 아니었지요.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미국의 유명한 한 시인은 어린 시절
'너는 평~생 글써서 돈버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는 선생님의 말씀을 들어야 했었답니다.
문자교육을 미리 받지 않음으로 해서 아이가 학교 생활에 다소 부적응 한 것은
불안해 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부모의 꾸준한 관심이 있으면
늦어도 3학년까지는 다른 아이들과의 편차를 줄일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자칫 아이가 자존심과 자신감에 상처 받을 수 있음을 충분히 감안 하셔야 합니다.
사실 요즘 아이들 너무나 보고 듣는게 많아져서
학교 입학전 숫자나 한글, 영어 문자를 한번도 접해보지 못하는 게 더 어려운 지경이니
아이가 그런 것들에 충분히 노출되어 왔다면 그정도로도 학교 입학 준비로서 손색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가 불안해 하지 않는 것'입니다.
하지만 '학교교육'을 받게 하는 이상 '방치'도 사실은 매우 위험한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학교 수업의 속도와 다른 아이들의 선수 학습의 정도가
아이가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 속도를 훨씬 능가하는 경우 아이는 학교에서 '좌절'을 맛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방치'하는 것처럼 보이면서 하는 '교육'이
사실은 더 고난도의 기술입니다.
플리트우드님의 글입니다.
> 이 글을 읽은지는 며칠 되었는데, 계속 이 글이 머리속을 떠나지 않네요..무엇보다도 이 글이 며칠이 지났음에도 계속 홈의 1면에 실려있는 그 이유. 조회수가 무려 3000번을 넘은 그 이유.
> 물론 아이에게 공부안시킨다고 책까지 빼앗을 필요는 없고 그래선 안되며 어느정도의 조기교육은 필요하다는데 이견을 달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 그런데 문제는
> 아이에게 글을 가르치고 책을 보여주고,,,머 이런데 있어서 그 시기나 방법이 거론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 우리 엄마들(이런말 하기 싫지만, 한국엄마들)
> 은 이런 글을 읽자마자 바로
> 학습지를 신청하고 인터넷으로 책들을 구매하고
> 학원에 보냅니다
> 비유가 좀 저속하지만
> 다이어트를 생각해봅시다
> 도구를 사용해서 하는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습니까
> 우리 엄마들이 마음 딱 한번만 접고
> 실생활에서 재미있게 얼마든지 책도 읽고 숫자도 읽고 글자도 읽을 수 있는데
> 또 엄마가 바빠서 가르쳐 주지 못하면
> 유치원에서 학교선생님이 그 역할을 담당 해주고
> 옆짝꿍이 가르쳐 줄 수도 있는데
> 우리는 왜 이렇게 힘든 길을 가려고 합니까
> 우리 엄마들의 조바심과 욕심때문에
> 이글을 쓰신 상처받은 엄마가 생겨나는 겁니다
> 우리는 무언가의 힘에 의지하려 합니다
> 교재 학원 등등.....
> 나중은 반드시 우리가 찾았던 그 힘에게
> 우리는 숨을 죄이고 맙니다
> 뻔하게 다 예감하는 사실이죠
> 왜 우리 엄마들이 제대로 직장일도 못하고
> 아이 공부에 벌벌 떨어야 합니까.
> 아이 인생도 중요하지만
> 엄마의 인생도 중요한거 아닌가요
> 저는 이 글이
> 아직도 쑥쑦 홈의 1면을 장식하고 있는 걸 보고
> 조금은 안타깝습니다.
> 마치, "어서 빨리 아이들을 조기교육 시켜야 한다."
> 고 강요하는 듯 싶습니다.
> 쑥쑥을 원망하는 것이 아니라
> 3000번의 조회를 하신분들을 원망하는 것이 아니라
> 바로 지금 부터
> 우리 엄마들 어른들의 욕심을 눈 한번 딱 감고
> 버리자는 얘기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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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건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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