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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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아이가 영어를 하기를 바랄까?
한 번씩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질문입니다.
저의 큰아이는 초등학교 6학년이고 이제 스스로 영어를 시작해보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영어라는 세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놓은 상태입니다.
제가 컴 앞에 앉아 있는 동안 거실 바닥에 엎드려 영어 책을 보고 있더니 동생에게
"너 이제부터 영어 학원에 다닌다고 하자. 언니가 영어 학원 선생님이고."
하면서 동생을 데리고 제 방으로 들어가는군요.
난 왜 저 아이들이 영어를 배우기를 바라는 걸까?
"너희들은 영어를 배워야 해."라는 말을 아이에게 해 본 적은 없지만 우리 아이들 영어라고 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하는 것으로 인식을 하고 있을테니까요.
얼마 전 휴가 때 만난 동생은
"난 아이 영어에 대해 그리 큰 욕심은 없어. 그저 학교 가서 영어 성적만 잘 받을 정도만 된다고 생각하고 있어."
라고 하더군요.
학교의 영어 성적, 그게 과연 아이들의 영어의 목적일까?
이제 돐이 다가오는 딸아이를 키우는 막내 동생은
"난 윤서 음악 학원에는 꼭 보낼 거야. 나도 그 사람도 음치이니 윤서만큼은 음악 학원에 보내서 부모에게서 물려받지 못했다면 가르쳐서라도 음치는 면하게 할거야."
막내처럼 내가 영어에 한(이건 너무 심했나?)이 맺혔으니 우리 아이만큼은 영어 때문에 힘들지 않게…….
그럼 아이의 영어의 목표가 내가 하지 못한 것에 대한 보상 심리일까?
이제 영어를 시작하고 있는 큰아이에게 왜 영어를 하려고 하는지 물어 봅니다.
아이는 과학고등학교에 가려는 목표를 세우고 나니 영어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자신이 공부하고 싶은 분야에도 영어는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고.
또 한 가지, 영어를 모를 때 영어 시간에 느꼈던 것과 영어를 조금씩 알게 되고 재미있게 되면서 영어 시간에 자신이 느끼는 것이 너무 다르다는 것을 경험하고는 뭔가를 열심히 하고 그것으로 인해 느끼는 기쁨도 알게 되었다는군요.
전 아이의 영어에 대한 목표가 없습니다.
그건 아이의 몫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전 아이가 영어를 잘 해 남들처럼 TV에 나가겠다는 생각을 한 적도 없고 아이를 영어 영재로 만들겠다는 생각도 한 적이 없거든요.
아이가 유창하게 영어를 못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아이들은 각자 자기들 나름대로의 능력을 가지고 태어났을 테니까요.
우리가 우리의 모국어를 다 같이 쓰고 있으면서도 유난히 말을 잘하는 사람이 있고 우린 그 사람들의 말을 들으면서 감탄하기도 하곤 하잖아요.
한 두 마디 어눌하게 자신의 생각을 잘 표현하지 못하지만 다른 분야에서 자신의 소질을 살려 잘 살고 있는 사람들도 많이 보니까요.
누군가 이런 이야기를 하더군요.
"왜 그렇게 과목이 많은지? 과목 중에는 별로 쓰일 것 같지 않은 것을 배우는 과목도 많더구만. 아이들 시험 공부하는 거 보면……. 특히 고문 같은 건 지금 배워서 뭘 할건지."
그 때 옆에 있던 후배가 이런 말을 합디다.
"모든 아이들에게 그 걸 다 알게 하기 위해 과목이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다양한 과목을 아이들에게 제시하고 경험을 하게 하는 게 가장 큰 목적일 겁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아, 이 과목은 이런 내용을 다루는 것이구나 정도 알면 되는 것이고 그 중에 특히 그 과목에 대해 흥미를 가지거나 관심이 있으면 그 분야로 자신의 미래를 잡는 것이구요."
"그렇지만 현실에서는 그런 과목에 관심이 없는 아이들까지도 좋은 성적, 좋은 대학을 위해서 억지로 참고 그걸 공부해야하니 문제잖아요."
라는 반박을 받고 열띤 토의를 한 적이 있지요.
어제 남편이 퇴근해 왔을 때 마침 큰아이가 어제 테이프를 듣고 읽기 연습을 한 것을 저에게 읽어 주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남편은 옷을 갈아입고는 부엌으로 들어가 저녁 준비를 하더군요.
압력 밥솥에 밥을 하고 아이들을 위해서는 파전을 굽고 과일을 자주
먹지 않는 자신은 비타민 섭취를 위해 고추를 많이 먹어야 한다며 고추전을 부치고.
그런 남편을 바라보면서 생각했습니다.
"아이 영어 공부가 참 대단하구나. 남편은 아이의 영어 공부에서 뭘 꿈꾸고 있는 걸까?"
저희 어머니는 요리를 참 잘하시는데 전 요리하고는 거리가 멉니다.
훌륭한 연설가의 아이들이 다 말을 잘하는 것도 아니구요.
영어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린 그저 아이가 영어라는 환경에 접할 수 있도록 해주고 그 아이가 영어라는 세계에서 자신의 어떤 길을 찾기를 세심하게 도와주고 배려해 줄 수 있을 뿐이 아닐까요?
어제 저의 작은아이가 묻더군요.
"어머니는 언제부터 영어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서른 네 살."
"서른 네 살요? 그냥 네 살이 아니고요?"
전 그 어느 때도 늦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과 함께 가는 영어의 길.
아이를 어디에 데리고 가겠다는 목표를 가지기 전에 우리가 떼고 있는 한 발, 한 발이 진정 아이와 행복한 길인가를 먼저 생각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저 스스로를 한 번 더 되돌아 봅니다.
| [일반]전 아이의 영어에 대한 목표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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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juice 등록일 2001-08-22 11:19 조회수 1,3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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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전 아이의 영어에 대한 목표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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