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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RE] 그런데 엄마인 제가 바뀌더라구요.

글쓴이 홍기영

등록일 2001-08-24 02:06

조회수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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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아이도 동물이나 벌레를 무서워하지 않는 편입니다.
저는 아파트 숲에서 자라서 사실 집에서 키우는 애완견빼고는
동물이며 벌레, 나무,풀 별로 구경하지 못하고 자랐습니다.
당연히 좋아하지도 않았죠.

그런데 아이를 키우다 보니 달라지더군요.
처음 마음은 아이가 나처럼 삭막하게 크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그리고 나중마음은 아이가 이런 것들은 좋아하는 것을 보면서
나로 인해 어떤 사물이나 현상에 대해 편견을 갖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요.

저는 지난 겨울에 죽은 참새를 발견했습니다. 제가 발견한 것도
아니고 우리 아이가 발견했지요.
속으로는 떨렸지만 아이앞에서는 아주 태연하게 그랬죠.
'이 참새가 왜 여기에 있을까? '
그랬더니 우리 아이는 이미 참새가 죽었다는 것을 알고는
'엄마 추워서 죽었나봐.'
그러는 겁니다.
그래서 그냥 가자고 하려다가
'우리 땅에다 묻어주자.' 하고는
이 참새를 땅에 묻어 주었답니다.
도저히 맨손으로는 만질 수 없어서 두꺼운 종이로 들어 옮겼죠.
눈오는 추운 겨울날 아파트 앞 화단을 뻘뻘거리면 파고는 참새를
묻어 주었죠.

그 이후로 우리 아이 참새 묻어 놓은 자리 지나갈 때마다
꼭 한번씩 들러 보자고 했습니다.
게다가 '참새 잘 있나 보게, 한 번 파보자" 고 까지 했습니다.
한 참 지나 분명 땅 속에서 썩었을 참새 시체(?) 를 생각하고는
전 등이 오싹했지요.
그래서 아이에게 '참새가 이미 하늘나라에 가서 이제 그 자리에
없다'고 하면
또 아이는 '정말 없는 지 한 번 보자.' 며 저를 끌어 당겼습니다.
그러면 마지막 탈출구로 전 '그런데 참새 묻은 자리가 어디인지
잘 모르겠는 데 '하면서 아이를 끌고는 집으로 들어갔지요.

그 이후로 죽은 쥐 (이것은 절대 못 묻어 주겠더군요.)
여치 (잘못 만져서 손을 물리기도 했습니다.),
죽은 매미 (이것은 나중에 아이와 보려고 화단에 숨겨 두었는데,
어느 틈에 개미떼들이 몰려와 열심히 먹고 있더군요.)

등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우리 아이는 15개월 무렵 동네 형들이 잡아준 잠자리를 손에 들더니
머리를 뚝 잘라서 제 입에 넣어 버렸지 뭡니까.
놀라서 입 벌려 보라도 하고 들여다 보니 그 잠자리 머리는 이미
없어진 뒤였구요.
아이가 고단백(?) 섭취했다고 위안을 했답니다.

이런 아이이니, 지금 4세인데 별 일이 얼마나 많았겠습니까?

그런데 신기한 것은 아이와 함께 즐기다 보니 저도 바뀐다는 겁니다.

이제는 비온 뒤 땅 위에 올라온 지렁이 없나 하고 눈 부릅뜨고
찾기도 하니 말입니다.

그래서 아이와 함께 보는 세상이 너무 아름다운 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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