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제 신변잡기입니다. 영어게시판에 왠 먹칠입니까. 날아가는 아이들이 있으면 기어가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이 글이 쑥쑥의 '기어가는 아이들'에 대한 한 보고서이자 그런 아이를 바라보는 엄마들의, 어쩌면 상처 입었을, 겸손에 대한 손내밀기이기를 바랍니다.)
I. 이상한 엄마
거북이는 하늘을 보았습니다. 방금 엄마는 어디를 간다며 컴퓨터로 만날 수 있다는 아리송한 말만 남기고는 비행기를 타러 가버렸습니다. 왠지 엄마 눈에서 물방울 같은 것이 보이는 것도 같았습니다.
그래도 뭐 몇 밤 할머니랑 자고 나면 만날거라 생각하며 하다말고 나온 종이접기를 다시 하러 동생 손을 잡고 들어갔습니다.
한 밤, 두 밤, 엄마는 오지 않았습니다. 전에도 출장인가 뭔가를 가시면 며칠씩 안오기도 했기에, “엄마 언제 와~?” 하며 유치원에서 울음보를 터뜨리는 동생을 자기반에 데려와 손을 꼬옥 잡아 주기도 했습니다.
아홉 밤, 열 밤이 지나도 엄마가 안오십니다. 할머니께 여쭈어 보니 엄마는 삼백 몇 밤인가를 자고나야 온다고 하십니다. 거북이는 백까지 밖에 세어 본 적이 없어서 그게 얼마나 되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가을이 다 지나고 유치원 졸업 여행도 다녀오고 드디어 초등학교까지 입학했건만 여전히 거북이는 삼백을 다 못 세고 있었습니다. 초등학교는 참 낯설고 심심한 곳이었습니다. 다른 엄마들은 교실에 서 있기도 하고 밥도 퍼 주시고 심지어 청소까지도 하러 오시고 하는데. 선생님은 왠지 무서워요. 유치원 선생님들과는 사뭇 다르시지요. 거북이는 그만 소변이 자꾸 마려워져서 화장실로 도망(?)을 자주 다녔어요. 휴, 그나마 거기가 마음이 놓이는 곳이거든요. 이제 곧 여름이 오면 엄마가 오신데요.
II. 거북이
엄마는 미국에서 돌아온 다음날 거북이의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전화를 받고는 상담을 하러 학교에 갔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는 동안 엄마는 가슴이 먹먹해왔다. 예상은 했었지만 고통은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었다. 안하면 죽을 것 같아서 떠난 길이었건만, 아이들도 데려가려 생각도 했었지만 이미 벌어진 현실을 일단 받아들여야 했다. ‘조금만 기다려 줘, 조금만 기다려 줘...’ 를 주문처럼 외우고 지냈지만 삼백일은 사흘과는 같을 수 없지 않은가.
그 후로 2년간은 아이의 정돈되지 않은 생활과의 전쟁이었다. 직장으로 복직해야 했으므로, 게다가 저녁 시간의 업무도 맡는 날이 있었으므로, 꿈꾸어 왔던 내아이 영어교육은 지지부진했다. 사실, 영어가 문제가 아니었다. 원래부터도 ‘조직’ 생활에 서툴렀던 거북이는 엄마가 없던 공백기간에 조직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익히지 못했던 것이다.
III. 엄마의 쑥쑥질
엄마 인생의 키워드는 “영어” 였었다. 그 내력은 생략하고, 거북이의 영어를 엄마가 꼭 해 줄거란 당연한 다짐을 뒤로하고 거북이의 일과 정리와 교우관계를 위하여, 엄마는 거북이를 친구가 다니는 영어학원에 같이 보내기로 결정하였다. 다행히도 거북이는 리듬을 잘 타고 암기력이 있는 편이라 영어 수업을 재미있어하며 잘 따라가 주었다. 아주 어린 시절 엄마가 보여주던 비디오빨로 알파벳을 익혔고 가끔 엄마가 펼쳐주던 런투리드 머시라, 사이언스 머시라 하는 이쁜이 책들에서 보던 가락이 있던 터라 그리 어렵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엄마한테 칭찬받고 잘보이고 싶은 마음이 크기에 잘 다녔다. 그래도 여전히 눈치는 없다.
거북이가 그런대로 안정이 되어가자 엄마는 이젠 본론으로 돌아오고 싶었다. 본론이라니? 위에서 말했었다, 엄마 인생의 키워드는 “영어”였다고. 당연히 “싸랑하는” 우리 거북이에게도 영어라는 매체를 통해 만나게 될 수많은 세계를 열어주고 싶었다. 특히 어렵사리 떠난 유학길에서 맛들이고 온 아름다운 영어 이야기책들을 나누고 싶어서 병이 날 것만 같았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될지 막막했다. 이론과 실천은 별개이며, 특히 내자식 가르치기란 자칫 안하느니만 못하다는 도사님들의 진심어린 충고를 알기에 고민이 컸다.
‘쑥쑥’은 알고는 있었고 “헬로 베이비~”책도 벌써 몇 년 전에 눈팅했지만 남의 나라 이야기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랬던 그녀가:
쑥쑥은 게시판도 하도 많아서 어지럼증으로 헤메다가 우연히 “뉴베리”, “로알드 달”어쩌고 하는 글을 읽게 되었던 거시었다. 오, 해피.
그리하여 조직적인 검색에 돌입하게 되고 우주여행을 하는 것 같은 대단한 아이들과 더 대단하신 어마마마님들의 노하우를 만난 거시었다.
거북 엄마는 잠시 멈추어 생각을 하게된다. “이게, 내가 공부할 방법들이 아니고 우리 거북이가 할 방법들이 되어야지...우리 거북이는 거북인데.” 그것도 앞만 보고 가는 거북이가 아니라 오만가지 풀들과 노닐며 돌멩이들 건드려 보고 냇물 맛도 보고 싶어하는 그런 난해한 거북이인 것을 어쩌랴.
이런 거북이를 데리고 쑥쑥의 물결을 어떻게 타고 넘을 것인가를 오늘도 거북 엄마는 고민한답니다.

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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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 이야기- 함께가자,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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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w 글 솜씨가 대단하세요
처음부터 끝까지 쉼표를 안주시네요.
특히 마지막 부분 온갖 자연의 맛도 즐겨야 하는 거북이를 알면서도 안되는 각박한 엄마의 현실들..
다음얘기 또 궁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