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바별시님을 비롯한 다른 엄마들 글을 읽고 있노라니 지난 봄, 작은애 유치원 공개 수업때 황당했던 일이 떠오릅니다.
제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은 개원한지도 오래되었고, 문자나 숫자 교육 같은 것 보다는 인성 교육에 치중하는 곳이라 어떤 엄마들은 원비에 비해 가르치는 게 너무 없다고 할 정도지요.(우리 애는 유치원 마당에서 노는 바깥놀이 시간이 가장 좋대요.)
하지만 전 나름대로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은 곳이라고 생각했기에 2년째 이곳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봄 유치원 영어공개 수업때 선생님이 수업 진행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한편으론 황당하고 속상해 한참을 생각에 빠졌드랬습니다.
선생님의 단어 발음도 부정확한 부분이 계속 귀에 거슬렸고(stomach의 ch부분을 [k]가 아니라 [ki]로 계속 발음), 마지막에 두 아이가 나와 숨바꼭질하는 게임이 있었는데, 그 때 부르는 노래가---
머리카락 find it, 꼭꼭 hide it.
머리카락 find it, 꼭꼭 hide it.
이었으니, 제가 황당할 수 밖에요.
그런데 더 웃기는건 아이들이나 거기 있는 학부모들이 너무 재미있게 그 노래를 따라 했다는 거 아닙니까? (저만 거의 똥씹은 표정으로 앉아 있었습니다.)
나중에 학부모 소감 쓰는 종이에 이 부분에 대해 시정을 요구하는 글을 완곡한 어조로 적긴 했지만, 개선이 되었는지는 알 수 없죠.
영어 공개수업 듣고 나서 처음엔 많이 속상했는데(내가 무슨 말하면 우리 아들이 지 영어 선생님은 그렇게 발음 안한다며 박박 우긴 이유를 알 것 같아서), 유치원에 너무 많은 걸 바라지 말자고 생각하니 지금은 많이 편해졌습니다.
하바별시님의 글입니다.
> 아래 edukid님의 글을 읽고 몇 자 적어봅니다.
>
> 영어 유치원때문에 일반 유치원이 없어지고 있다는 건 정말 충격적이네요.
>
> 전 나름대로 영어유치원은 보내지 않겠다고 원칙아닌 원칙을 세워놓고 있는데요.
>
> 영어는 엄마랑 집에서 책 읽고, 노래하고, 대화하며 자연스럽게 접해주고,
>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가서는 다양한 우리 동요, 동시, 동화를 즐기고,
> 집에서 다 접해 줄 수 없었던 미술 등 창작활동도 경험하고,
> 친구들과 마음껏 뛰어 놀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거든요.
>
> 하지만 부모들이 '영어교육'을 원하니 유치원이나 어린이집들도
> 발빠르게 영어수업을 시작하고 있죠.
>
> 제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도 일주일에 두 번씩 외부에서 영어강사과 들어와 소위 '영어 수업'이라는 걸 해요.
>
> 처음 입학하고 영어교재비를 내라는 가정통지문이 왔을 때
> 사실 전 굉장히 못마땅했어요.
>
> 강사비는 어린이집에서 부담할테니 교재비만 내라는 거였죠.
>
> 학부형들의 충분한 의견수렴과정도 거치지 않고,
> 원장선생님이 일방적으로 한 회사의 교재를 선택해
> 일괄적으로 구입하게 하는 건 너무 부당하지 않나요?
>
> 그 많은 아이들이 다 교재를 산다면
> 그 교재 회사에는 엄청 득이 될거고,
> 당연히 그 교재를 선택해준 어린이집 (혹은 원장선생님) 측에도
> 대가를 주면 줬지, 과연 강사료를 요구할까요?
>
> 그래도 우리 아이만 책을 안 사면 좀 그럴 것 같아.
> 우선 교재를 보고 내용이 괜찮으면 사야겠다고 생각하고
> 어린이집에 가서 봤죠.
>
> 알파벳순으로 해당 알파벳으로 시작하는 단어 3-4개,
> 쓰기 연습하는 칸, 그리고 카세트 테잎으로 구성되었는데
> 그야말로 조잡하기 그지 없었어요.
>
> 요즘 인터넷에서 얼마든지 프린트할 수 있는 내용들인데...
> 그리고, 5살 아이한테 굳이 알파벳을 학습시키 듯 가르치고
> 쓰기를 연습시킬 필요가 있을까 싶더라구요.
>
> 그래서, 저희 집에 아이가 좋아하는 영어 책이 많고,
> 전 이런 내용의 교재가 마음에 들지 않는데
> 안사도 되겠냐고 했더니 그러라고 하더군요.
>
> 제가 좀 심한 엄만가요?
> 하지만 그 책 없고, 그 공부 안한다고 애한테 실이 될 건
> 없다고 봐요.
>
> 영어수업하고 오는 날이면
> 그날 배운 알파벳으로 시작하는 단어 coloring 할 수 있는 것
> 찾아 프린트해 직접 원하는 색으로 칠해보고,
> 두꺼운 종이에 붙여 '형규표 알파벳 북'을 만든답니다.
>
> 사실 학부형들이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의 영어수업을
> 많이들 원한다고 하네요.
>
> 영어유치원에 보내자니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고,
> 그렇다고 우리 아이만 안시키자니 걱정이 되고.
>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알아서 한글, 알파벳 공부
> 시켜준다니 고맙다고 한답니다.
>
> 얘기가 길었는데요.
> edukid님 생각처럼, 유아교육과에서 영어 교과를 채택해,
> 선생님들이 제대로 된 (주입식 알파벳 학습이 아닌)영어를
> 가르칠 수 있고, 처우도 개선될 수 있다면
> 바람직하지 않을 까 생각합니다.
>
쑥쑥몰
> 
영어책 읽을때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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