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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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어렴풋이 얼굴이 기억나는 것도 같네요.
솔직히 강의할 때 어머님들 얼굴이 자세히 보이지 않거든요.
제가 눈이 좀 나쁩니다.
하지만 안경쓰는 것이 불편해서 꼭 필요할 때만 쓰고
평소에는 그냥 대충 보고 살고 있습니다.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 세상이 더 좋을 때가 많기 때문이지요.
일단 모든 사람들이 아름다와 보입니다.
왜 옛날 영화보면 뿌옇게 화면 처리해서 여배우 얼굴이 엄청
예뻐 보이는 것 처럼요.
정말 바쁘시겠어요.
큰 아이가 이제 여섯 살이면 엄마 손을
좀 덜 필요로 한다지만 아직도 아이이고 동생이 가장 바쁘게
쫒아다녀야 하는 18개월이라니요.
그런데도 제 강의를 들으러 오셨다니 정말 고맙습니다.
큰 아이가 약 54개월 정도, 작은 아이가 18개월 이니
일단 큰 아이를 기준으로 말씀드릴께요.
연령 : 6세
영어에 대한 반응 : 기본 생활회화 이해, 거부감 없이 영어책 즐김
엄마가 해주는 것 : 영어 그림책 읽어주기, 간단한 생활회화
현재 위와 같은 정도라면 저는 지금까지는 아주 성공적으로 잘
해오셨다고 생각이 듭니다.
제가 강의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엄마가 native speaker라 하더라도
우리나라 같은 상황에서 아이를 이중언어자로 만드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니 보통의 엄마로서 현재와 같은 정도로 아이가 영어를
할 수 있도록 하신 것 만으로도 충분하고 대단하시다고
여겨지네요.
궁금하신 점이
1. 영어 그림책을 읽어 줄 때 본문만 읽어 주는 것말고
더 다른 노력과 액티비티를 해주어야 하는 지
2. 어는 정도까지 한 영어 그림책을 접해 주어야 하는 지
3. 아이의 실력을 어떻게 알 수 있는 지, 확인하면 안되는 지
4. 더 나아가 앞으로 어떻게 해 주어야 할 지
라고 요약이 되네요.
한가지씩 답변을 드릴께요.
1. 물론 영어 그림책을 읽어 줄 때 영어 본문 외에 다른 말도 해주고
관련 액티비티를 해주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그런데 모든 영어 그림책을 읽어 줄 때 마다 이렇게 해야 한다면
엄마들에게는 너무나 많은 숙제를 안겨주게 되고,
아이들에게는 영어 그림책이 즐거움의 대상이 아니라 학습교재가
되어 버린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엄마가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
아이가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로만 하는 것이지요.
참고로 제 경우를 말씀드리자면
저는 아이에게 먼저 본문만을 읽어 줍니다.
아이는 그림을 보기 때문에 줄거리를 대충 이해하지요.
자기가 보다가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있으면 먼저 물어보기도
하니까 이때만 제가 자세하게 부연 설명을 해줍니다.
그리고 나서 제가 책에서 Language Target 으로 생각하는
영어 표현이나, 구문등을
읽어 줄 때 좀 더 강조를 하거나 부연설명을 해서 읽어 줍니다.
예를 들어 과거시제를 현재형으로 바꾸어서 말해 줄 때도 있고,
어려운 단어를 쉬운 단어로 풀어서 읽어 줄 때도 있습니다.
아이가 영어로도 책을 이해한다 싶으면 마무리 과정으로
본문 그대로를 다시 읽어 주지요.
이런 과정이 하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몇 개월 또는 1년 이상
에 걸쳐서 이루어 집니다.
아이가 원할 때, 제가 조금 짚어주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여길
때마다 조금씩 하는 거지요.
그리고 대부분은 저도 본문만을 읽어 주고 아이는 그림을
보면서 그림책이 주는 즐거움을 느끼게 합니다.
2. 한 가지 책을 여러번 읽어서 외울 정도가 되는 것이 더 좋으냐
비슷한 내용의 책을 여러권 읽어서 저절로 내용 파악을 하는 것이
좋으냐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아이는 다른 아이들에 비해서 반복하는 것을 싫어하는 편
입니다.
책 뿐만이 아니라 거의 대부분 새로운 것을 찾는 형이지요.
어떤 아이들은 매일 읽는 책만을 읽어달라고 해서 엄마들이
고민을 하는 데
우리 아이는 오히려 한 가지를 여러번 읽어달라고 했으면 하고
바랄 때가 있을 정도 입니다.
영어 학습면으로는 물론 한 가지 책을 반복해서 보고 외울 정도가
되면 좋겠지만 저는 억지로 이렇게 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일단 아이가 재미를 느껴야 하는 데 그렇지 않다면 소용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고
책 한권을 다 외운다는 것이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두번째 이유입니다.
아이들을 참 잘 외웁니다. 하지만 그만큼 잘 잊어버립니다.
의미 파악없이 단순하게 외운 것은 '장기 기억'이 되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쉽게 잊어 버립니다.
어차피 쉽게 잊어 버릴 것을 꼭 외우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
합니다.
한 가지를 여러번 읽어서 단어나 문형을 익힐 수도 있지만
여러 책을 읽다가 책마다 나오는 공통된 단어와 문형을 발견하고
익힐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아이 뿐만이 아니라 어른들이 학습을 할 때도 마찬가지
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한 권을 여러번 반복하는 것 보다는 후자의 방법을
선호합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우리 아이에게도 원하지 않는 책을 억지로
읽어 주려 하기 보다는 겉으로 보기에는 다른 내용같지만
비슷한 영어 구문, 주제가 담긴 책을 다양하게 접해 주는 방법을
쓰고 있습니다.
제 생각에 어느 방법이 더 효과적이다를 생각하기 전에
아이가 원하는 방향으로 하는 것이 가장 최선이라는 생각입니다.
3. 저는 되도록 확인은 안하는 편입니다.
아이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솔직히 별로 궁금하지 않습니다.
별로 크게 기대하지 않아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단, 제가 아이에 맞는 영어 그림책을 고르기 위해서 가끔씩
대화 중에 확인을 해볼 때가 있습니다.
영어실력의 확인이 아니라 그저 질문 속에서 자연스럽게 한 번
물어 보는 것이지요.
아이가 한 번 안 것이라고 영원히 아는 것은 아닙니다.
전에 알고 있던 영어 단어를 잊어 버리기도 하고,
쉽게 말했던 문장을 기억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모두 장기 기억이 되지 않았던 까닭이지만요.)
따라서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외국어의 학습에
있어서는 아이가 현재 알고 있다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유창한 모국어도 오래 사용하지 않으면 잊어버리는 데
하물며 조금 접한 다른 나라 말이야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저는 그저 매일 읽어 주는 영어 그림책, 대화 몇 마디가
저도 아이도 모르는 사이에 어디엔가 쌓이고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진부한 표현같지만 물이 다 빠져 버린 것 같은 콩나물 시루의
콩나물들이 쑥쑥 자라는 것 처럼요.
4. 위에서 이미 말씀드린 것 처럼 지금처럼만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정확성' 을 위해서 엄마가 책을 읽을 때 그냥 본문만 읽어 주는
것 외에 단어 몇 개, 문장 몇 개라도 language point를 찾아서
강조해주는 것과
'유창성' 을 위해서 지금처럼 본문을 그대로 읽어 주는 것
영미권 아이들을 위한 비디오나 시디롬을 접해 주는 것이
필요하겠지요.
그런데 이미 다 하고 계시는 것 같으니, 지금 처럼만 하시면
될 것 같다고 말씀드리는 거구요.
장황하게 말씀드렸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으면 합니다.
더 궁금하신 것 있으시면 또 질문 주세요.
그럼 자주 게시판에서 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일반][RE] 안녕하세요. 일단 큰 아이를 기준으로 해서 말씀드릴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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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홍기영 등록일 2001-09-04 00:38 조회수 1,26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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