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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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월요일까지 추수감사절 휴일입니다.
동네 한국 사람들끼리 모여서 파티를 하기로 했는데, 저는 어차피 제 아들 자랑이한테 이번 추수감사절에 칠면조를 하기로 약속했던 터라, 본의 아니게 주요리를 하게 되었습니다. 모두들 음식 하나씩 해서 모이기로 했거든요.
칠면조는 제일 작은 것을 골라도 최소한 6키로 정도 무게의 것을 사게 됩니다. 그걸 씻고 옮기고 하는 것도 체력이 따라줘야 한답니다.
Stuffing이라고 칠면조의 텅빈 뱃속에다가(삼계탕에서 닭의 뱃속에 찹쌀, 대추, 마늘, 인삼을 넣듯이) 넣는 것도 만들어야 하고, 고기위에 뿌려먹을 Gravy도 만듭니다.
그렇게 세가지가 갖추어지면, 주요리는 끝난것이지요. 거기에 샐러드나, 빵, 밥, 디저트가 곁들여지면 파티 준비는 대충 마무리가 되구요.
칠면조 속에 들어가는 stuffing이 사실은 제가 제일 탐을 내는 맛있는 부분입니다. 말린 식빵 조각들이랑, 달콤한 사과, 크랜베리, 엄청나게 많은 버터(이 버터가 내가 젤 좋아하는 부분^^*), 닭고기 국물,그리고 야채들이 섞여서 칠면조 속으로 들어가면 오븐에서 5시간 동안 구워지는 동안, 칠면조 고기의 즙이 배어서 나중에 꺼내면 정말 환상적인 맛을 만들어 낸답니다.
인터넷에서 요리법을 뒤져서, 제일 초보자가 할 수 있는 칠면조요리법을 찾아내어서 하곤 했던터라, 실수없이 어렵지 않게 만들곤 했었습니다. 식빵도 다 잘라서 말려 놓은 것을 사다가 쓰구요. 그런데, 올해에는 슈퍼마켓에서 칠면조를 사면서 식빵 말린 것을 찾았더니, 없더군요. 다 팔린건지, 안 갖다 놓은 건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마침, 샐러드에 같이 넣어서 먹는 마른 빵조각을 파는 곳이 있어서 거기에 가서 다른 아줌마를 하나 붙들고 물었습니다. 그 빵도 stuffing으로 써도 되냐구요.
마침 사람을 제대로 붙잡아서,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얻었습니다. 자신은 그냥 식빵을 사다가 잘라서 하룻밤 부엌에 놓아두면, 적당하게 마른다는 것입니다. 거기에다가 자신이 집에서 기르는 허브를 잘라서 넣고, cranberry랑 사과를 넣는다구요. 예년에는 cranberry나 사과는 엄두도 못냈던 재료였지요. 그래서 이번에는 슈퍼에서 우연히 만난 친절한 아줌마의 recipe를 따라, 제법 먹음직한 새로운 stuffing이 제 손에서 탄생하게 생겼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과일을 신선하게 그냥 먹는데, 여기 사람들은 가열조리하는 데에도 어디든지 과일을 많이 넣더군요. 그래서 꼭 달콤하지 않아도, 요리에 쓸 과일이면, 팔리는 것 같습니다. 달지도 않은 과일을 사다가 뭘 하나 했거든요.
지난 2년 동안은, 추수감사절이랑, 크리스마스때, 주변의 외로운 이웃들(우리집도 포함)을 초대해서 대접을 하곤 했는데, 올해는 다른 집에 초대를 받아서 가면서 음식을 만들어 가기로 했습니다.다.
한국서 온지 얼마 안 되는 가족도 있는데, 그집 딸이 '칠면조 고기는 한번도 안 먹어 봤다'며 잔뜩 기대를 하고 있는만큼, 올해는 더욱 신경을 쓰는데, 지난 세월 몇 번 해 봤던 것이 벌써 노하우가 생겨서, 그리 어렵지 않게 할 수 있게 되었더군요.
음식을 기다리는 사람에게 맛있게 만들어주기 위해 요리하는 과정만큼 흥미있는 시간도 없는 것 같습니다. 매일 세끼 밥해야 하는 것 말고..ㅠ.ㅠ
오븐에서 두시간 넘게 땀을 뻘뻘 흘리는 칠면조가 맛있는 냄새를 풍깁니다. 이제 세시간을 더 땀을 내면, 모두에게 근사한 저녁을 선사하겠지요. 좋은 주말 되세요! (October 12, 20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