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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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승호에게 집중적으로 써먹었던 표현은
"This is 뭐뭐뭐"입니다. 승호가 좋아하는 놀이를 이용했죠.
승호는 여느 남자아이들 못지 않게 차를 좋아합니다. 아니, 보통 남자아이들 이상으로 차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승호 방에는 장난감 차들이 수북히 쌓여있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아이 버릇 나빠진다고 아무리 말씀드려도 놀러 갈 때마다 장난감 하나씩 사놓고 기다립니다. 다들 이런 상황 공감하시죠? 승호 장난감 자동차라는 것들이 다 그렇게 해서 생긴 것입니다.
지난 주 목요일 저녁 식사를 하고 밖으로 자전거 타러 나갔습니다.
요즘 이놈의 자전거 때문에 승호가 얄미워 죽겠습니다(이 때문이 아니라도 승호가 미워죽겠는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만).
거금 8만원을 들여 보조바퀴가 달린 네발 자전거를 사주었더니 사준 날 한번 타고는 안타는 것 아니겠어요? 그러더니 오늘은 세발 자전거를 타겠다는 겁니다. 우짜겠습니까? 안그래도 집에서만 노는 것이 보기 싫었는데 나가자니까 좋다구나 하고 데리고 나갔지요. 또 궁금해하시는 분이 있을 것 같아 미리 말씀드립니다. 그 시각.. 우리 미모의 승호 엄마는 설거지하고 있었습니다. (^_^)
아파트 단지에서 자전거를 타다가 승호가 말합니다.
"아빠.. 자동차 이름 맞추기 해요."
이건 승호가 아주 좋아하는 놀이입니다. 그러고 보니 한동안 이 놀이를 안했군요.
"좋아"
제가 이 기회를 놓칠리 있습니까?
"What's this?"
(처음에는 머리 많이 굴렸습니다. What's the name of this car?, 아니면 What's the brand of this car? 이렇게 물어야 되나 하고 생각했을 정도입니다. 정말 어처구니 없지 않습니까?)
자동차 옆을 지나가면서 제가 물었습니다. 승호가 순간 놀라는 것 같습니다. 자, 다시 한번..
"What's this?"
승호도 눈치가 있지요.
"소나타 쓰리" 하고 대답합니다.
제가 다시 한번 받았습니다.
"This is Sonata Three"
그 다음 부터는 위의 물음과 질문이 계속 반복됩니다.
그런데 무슨 차 종류가 그렇게 많습니까? 다 나옵니다.
아반테(우리 차라서 먼저, 크크..), 엘란트라, 소나타, 소나타 투, EF 소나타, 프린스, 산타페(승호 엄마가 사고 싶어하는 차입니다. 그러나, 언제? 자동차 10년타기 운동 본부에 가입한 저희들의 차는 이제 6년 되었습니다), 무쏘, 이런 승호가 처음 보는 콩코드도 있고 물 건너 온 볼보, 베엠베까지 있네요. 그러나, 승호는 끝까지 "This is Sonata Three" 하는 식으로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소나타 쓰리" 라고 했습니다. 하여간 승호가 자동차 이름을 맞추면(대게 다 맞춥니다) 저는 이렇게 외쳤습니다. 가끔 머리도 쓰다듬으면서요.
"Good, you're right!"
그런 식으로 아파트를 한 바퀴 다 돌고 현관으로 들어가려는데 승호가 묻습니다.
"근데.. 아빠.. 왜 자꾸 영어로 말하는 거에요?" 눈을 흘기는 것도 같습니다.
드디어 올 것이 온 거죠.
아마도 아이가 조금 나이가 든 다음에 영어를 가르치면 이런 저항에 부닥치게 되나 봅니다. 말을 잘 못할 때는 아이가 이렇게 묻지는 않을 것 아니겠어요? 하지만 승호는 이미 한국어, 영어에 대한 개념이 서 있는 아이입니다.
저는 사실대로 이야기했습니다. 영어 공부를 하기 위해서라구요. 승호랑 아빠랑 함께 영어 공부하는 방법으로 이거 보다 좋은 것은 없다구요. 아빠는 어렸을 때 영어 공부를 많이 안했기 때문에 이렇게 승호랑 같이 영어 공부를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승호가 또 묻더군요. 왜 아빠는 어렸을 때 할머니, 할아버지가 영어를 안 가르쳤냐구요(뭘 모르는 소리.. 어디 영어 뿐이랴? 한글도 배운 적이 없는데). 그래서, 아빠 어렸을 때는 아무도 그런 걸 공부해야 되는지 몰랐었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맞나요?
모르겠어요. 승호가 그날 제가 해 준 이야기를 다 이해하고 마음 속으로 받아들였는지요.
지나 보면 알겠지요?
그럼..
승호 아빠
참고) 보통 "What's this?" 하고 물으면 "It's 뭐뭐뭐" 하는 식으로 대답하지만, 전 "This is 뭐뭐뭐" 식으로 이야기했습니다. 질문을 공부하기 전에 "This is 뭐뭐뭐" 식 표현을 공부하고 있었거든요. 어제 밤에 한 "It's 뭐뭐뭐" 공부에 대해서는 다음 번에 소개하지요.
| [36개월 이후]아들과 함께 영어를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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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승호아빠 등록일 2001-09-17 12:19 조회수 1,5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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